(미디어원=송태영) 내 평생 친한 친구 가운데 元鳳(원봉)이란 이름을 가진 이가 있다. 으뜸:원, 봉황새:봉이니 그 이름 뜻은 최고이다. 그래서 그 친구의 별명이 삼국지에 나오는 鳳雛(봉추: 봉의 어린새끼)라고 부르기도 했었지만, 당시 국사책에 딱 한번 나오는 김원봉이란 이름과 같아 놀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 우연히 MBC로 채널이 잠시 돌아갔는데 프로그램 사이에 잠시 <신하균의 기억록=”기억록”>이라면서 독립운동을 상기시키는 프로에 김원봉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배우 신하균의 나래이션에는 “자랑스러운 과거가 있으니 많은 분께서 기억 해주셨으면 한다. 이런 기록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김원봉을 미화하는데 새삼스레 내가 지금 점령군 傀儡政府(괴뢰정부) 치하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뭐 이런 역사왜곡이 이미 하루이틀된 얘기가 아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해방전 김원봉이 항일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맞다. 1919년 아나키스트적인 항일무장단체 義烈團(의열단)을 만들기도 했고, 후일 백범이 의열단을 이끈 것도 맞다. 그러나 그는 해방 후 전형적인 공산주의자였고, 6.25 참극의 주범이었다. 1948년 월북하여 북에 줄을 섰고 조선인민공화국의 장관급까지 역임했다. 결국 전쟁 후 김일성과 파워게임에서 패배했고 자살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마디로 6.25전쟁의 전범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이 김원봉의 對蹠點(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廉東振(염동진, 본명 염응택)을 꼽는다. 선린상고를 나와 망명 후 낙양군관학교를 나와 항일무장투쟁을 했다. 해방이후에는 비밀결사조직 白衣社(백의사)의 수령으로 해방전후 혼란기에 빨갱이를 두드려 잡는데 전념하다가 결국 6.25 당시 인민군에 잡혔다는 사실 이후는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숨은 공로자로 나오는 켈로 부대원들도 바로 이 백의사 조직원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혼란의 해방정국이후 70년이 지난 이 대한민국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이 염동진이란 인물을 제대로 아는 이는 없다. 대신에 적국의 장관급이었고, 빨갱이의 수괴인 김원봉을 마치 민족의 영웅인양 포장하고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 나온 전지현 주연의 영화 <암살>이 바로 이런 역사 왜곡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이 영화 속에서 항일운동을 했지만, 결국 친일반역자가 되어 비참한 말로를 겪는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의 역할이 바로 이 염동진이다. 그리고 감독조차 기자회견에서 실존인물 <염동진>을 염석진으로 각색했다고 공언했다. 반대로 멋있는 조승우가 맡았던 김원봉은 마치 항일운동의 전설적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후 적화되기 일보 직전의 나라를 구한 인물 염동진과 <백의사>, 그리고 <서북청년단>에 대한 기억은 묻어버리고, 적국의 수괴였던 인물을 미화하는 시대. 이미 우리는 점령당했지만, 이 판이 뒤집어졌을 때는 정말 바로 잡아나가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