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홍순주 작가의 <홍순주 개인전-결>이 5월 15일부터 27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홍순주 작가의 작업은 진지한 아카데미즘에서 출발, 수묵을 기조로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 그의 작업들은 필묵을 통한 수묵에의 천착으로 나타는데, 비록 작가의 작업이 아카데믹한 것에서 비롯된다하더라도 그 지향점이 ‘부단한 실험을 통해 개별화된 가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즉 그 소재와 재료가 무엇이든 작가는 자신의 관심 대상에 대한 실험정신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 표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결코 형식주의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로써 작가의 자각과 모색은 결국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전통적인 기물이나 조각보 등을 향한 관심은 당시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던 주체적이고 자주적이라는 문화적 인식과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한다. 전통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 대상의 재현이나 묘사를 통한 즉물적인 것이었음에 반해 작가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수렴해 표현해낸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과정을 거친 작가는 수묵과 채색, 전통적인 것과 민속적인 것 등을 망라하며 계속적으로 개별적인 독자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혹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 제약이 통용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혼융과 절충의 개성적인 화면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점차 자신만의 개성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나면서도 독특한 전형을 통해 수렴되고 있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형식상 추상회화의 틀을 지닌 듯하나, 그 이면을 관류하는 것은 서예, 혹은 동양회화에서 조형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필선의 확장된 해석이다. 더불어 재료의 물성은 십분 용인하되 작가의 조형 의지를 최소화 한 ‘숨김과 드러냄’의 작업 방식은 비록 채색 등 다른 재료를 차용한 것이라 해도 본질적인 맥락은 수묵의 정신과 잇닿아 있기에 충분하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작위’와 ‘무작위’라는 추상적인 내용들로 수렴된다. 더불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동양적 사유의 심중한 해석이자 진지한 표출이며, 전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것의 추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작가로서의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는 결국 우리미술이 전통에서 현대로, 그리고 보편성에서 특수성으로 발전해 온 과정과 궤를 같이 하게 된다.
평생 작업으로 일관하며 시대와 더불어 한없이 고민하고, 거침없이 변화한 홍순주 작가는 마침내 전통적이며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 그리고 사유의 세계에 대한 안착을 이뤄냈다. 미망(迷妄)에 든 오늘날의 우리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미술’이라는 장르가 건네는 ‘사유’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