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이스=허중현 기자) 조선 시대 숙선옹주(淑善翁主, 1793~1836, 정조의 서차녀, 수빈 박씨 소생)가 살던 궁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이동궁명사각호(白磁履洞宮銘四角壺)’와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인장인 ‘중화궁인(重華宮印)’이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경매에서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왔다.
이 두 문화재는 문화재청 산하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국외 경매현황을 점검하다가 발견해 전문가들의 가치평가와 문화재청과의 구매 타당성 등을 거친 후 경매로 구매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조선 19세기 분원 관요(官窯), 즉 조선 시대 왕실·관천용 도자기 수급을 위해 조선 시대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운영된 도자기 제조장에서 제작된 사각호로, 바닥면에 청화(靑華)로 쓴 ‘履洞宮(이동궁)’이라는 명문이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무엇보다 이 ‘청화명문’에 주목을 했다.
궁(宮)은 왕실 가족이 사용하는 장소에 붙이던 명칭으로 왕자와 공주, 옹주가 혼인 후 거처하던 집도 궁으로 불렀다. 왕실 가족의 궐 밖 궁가는 사동궁(寺洞宮)과 계동궁(桂洞宮) 등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백자호에 쓰여 있는 ‘이동궁’의 이동(履洞) 역시 서울의 한 지명(현재 서울시 중구 초동 일대)으로, 이 백자호는 혼인 후 이동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숙선옹주(淑善翁主)의 궁가에서 사용된 기물로 추정했다.
‘중화궁인’의 인뉴(印鈕, 도장 손잡이)는 서수(瑞獸, 상서로운 짐승) 모양이고, 인면(印面, 도장에 글자를 새긴 면)은 ‘重華宮印(중화궁인)’을 전서와 해서가 혼용된 독특한 서체로 조각되어 있다. 특히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인장으로, 국내에 소장 사례가 많지 않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 하겠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중화궁’은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에 언급되어 있으나,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협약을 맺고 한국 문화유산 보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한국대표 박준규)의 기부금으로 이루어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2년부터 문화재 환수·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그동안 조선 시대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죽책’을 비롯하여 올 4월에는 항일의병장 척암 김도화의 ‘척암선생문집책판’ 환수에 도움을 줬다. 현재까지 누적 기부금은 현재 50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이번 환수로 2017년 환수된 ‘효명세자빈 죽책’, 2018년에 국내로 들어온 ‘덕온공주 동제인장’과 ‘덕온공주 집안 한글자료’에 이어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은 앞으로 조선왕실유물 전문기관인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에서 관리될 예정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들 유물에 대한 전문적인 보존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민들에게도 공개전시 등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