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큐 왕국’의 옛 정취와 세계문화유산
한국을 39년간 식민지로 만들어 지배했었던 일본은 지금도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대한민국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오랜 앙숙처럼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워 오고 있는 나라이기에 일부러 일본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양의 하와이 오키나와라는 광고를 접했고 연평균 기온이 22도라는 숫자에 끌리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안처럼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홍보멘트에 오키나와행을 결정했다.
지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들의 망명지로 어울리는 곳이다”고 할만큼 매력적이고 뭔가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주는 오키나와로 4일간의 여행을 시작해 보자.
여행에 앞서 오키나와를 검색해보니 1879년 일본에 정복되기 전까지 국왕이 다스리던 ‘류쿠 왕국’이었고 다시 미국이 지배하다가 1972년 5월 15일 일본에게 반환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오키나와가 우리와 비슷한 상처를 일본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알게되니 가기도 전에 친근감이 생겼다.
기자는 류쿠왕국의 애환이 남아있는 오키나와로 4일간의 완정정복을 꿈꾸며 인천공항에 몸을 실었다. 출발 할 당시 서울은 12월 초라 영하의 날씨였다. 하지만 도착지인 오키나와 나하공항은 영상 18도로 가벼운 옷차림이 가능한 기온이었다.
이륙후 2시간 만에 나하공항에 도착하니 세계1위인 인천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시골스러운 공항터미널이 한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입국심사도 빨랐고 긴장감도 사라졌다. 짐을 찾고 공항에서 나오자 오후 5시가 되었다. 주위가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렌터카 있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제1일 – 나하에서 오키나와 중부까지
렌터카에서 본 일본, “성질 급한 운전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야경이 멋진 베스트웨스턴 실내수영장
소형 렌터카를 빌려서 숙소인 베스트 웨스턴 온나 비치로 향했다. 차량에 있는 한국어음성 지원 내비게이션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참고로 렌터카는 여행인원 수에 맞게 선택하는 게 좋다.
일본에서 렌터카 운전시 주의사항은 운전대가 우측에 있어서 우리와는 주행방향이 반대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습관대로 좌회전시 우회전 깜빡이를 넣거나 와이퍼를 작동 시키는 경우가 많다.
첫날은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탓에 당황하기 쉽고 자칫 역주행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휴게소 같은 곳에 잠시 내렸다가 운전을 재개할 때 평소 운전습관이 발동해 역주행하는 경우가 벌생한다.
교차로에서 반대쪽 차선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상대 차량들이 공포에 떠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진다. 또 오키나와의 도로는 한국보다 차로가 좁아 조심해야 할 구간이 많다. 낮보다 저녁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가시거리가 좁고 회전 구간 시 차선이 여러 개로 갈라지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에 집중해도 다른 차선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렌터카를 빌려서 첫날 숙박지인 오키나와 중부에 위치한 베스트 웨스턴 온나비치까지 가는 동안 회전 구간에서 역주행을 할 뻔 했다. 다행히 한 바퀴를 더 돌고 제대로 된 코스를 찾을 수 있었다. 또 몇 번이나 좌회전 신호를 넣었다가 와이퍼가 작동하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베스트 웨스턴에 도착했다. 호텔은 조용한 시골 바닷가 온나 비치에 위치한 아담한 건물로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웠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선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졌다. 바로 누우면 못 깨어날 것 같아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왔다. 호텔 주변에는 오키나와 다이빙, 스노쿨링의 명소인 마에다 미사키 와도가 있다.
호텔에서 10분쯤 운전하자 바닷가에 인접한 24시간 기사식당이 나왔다. ‘SEA SIDE DRIVE IN’ 이란 조명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가자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앞쪽 무대에서는 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어깨를 가볍게 들썩거리거나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모두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대부분 일본말을 하는 걸 보니 현지인이거나 일본인들이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나 혼자 이방인처럼 느껴져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창가 빈좌석으로 가서 메뉴판을 보고 장어 덮밥을 시켰다.
창 밖으로 밤바다 풍경을 잠깐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음식이 나왔다. 장어덮밥은 짜고 달았다. 그래도 은근히 기대했는데 맛은 별로였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옆에 있는 해변을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아침부터 돌아다녀야 하기에 일찍 잠을 청했다.
글 사진: 미디어원=최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