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예술의 장 마련해온 아트선재센터, 새 퍼포먼스 ‘패스, 킥, 폴 앤 런’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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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트선재센타

과감하고 실험적인 기획 전시를 주도하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아트선재 퍼포먼스 ‘패스, 킥, 폴 앤 런’를 개최하였다.

무용,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 노경애, 박민희, 이윤정, 정금형이 참여하여 아트선재센터의 2, 3층 전시장을 중심으로 미술관 공간 전체를 무대로 사용하였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현대무용의 대가 머스 커닝햄이 안무하고 존 케이지가 사운드를 맡아 1965년 초연된 동명의 작품 제목 ‘How to Pass, Kick, Fall and Run’ 에서 차용했고, 제목 사용에 있어 존 케이지 트러스트와의 협의와 허가를 거쳐 결정했다.

네 명의 작가들은 커닝햄 작업의 제목에 나타난 네 개의 동사 ‘패스’, ‘킥’, ‘폴’, ‘런’에서 출발하여 각자의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안무가 이윤정과 함께 기획을 맡은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머스 커닝햄의 원작에 제시된 네 개의 동사와 네 작가가 기존에 진행해왔던 작업의 형식과 주제를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몸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둘러싼 여러 작업을 이어온 안무가 노경애는 이전 작업에서도 사용되어 온 떨어지는(fall) 동작들을 되돌아본다. 노경애의 ‘떨어지다’는 떨어지기 위해 필요한 신체의 상태를 고려하고, 떨어짐이 가진 다양한 의미들을 함축하며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 기준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통한 본질과 변질을 다룬다.

개인에서 그룹으로 연동되는 감정의 전이를 신체의 움직임으로 구현해 온 이윤정은 최근작 ‘설근체조’ 에서 혀를 중심으로 신체의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미시적 움직임과 근육의 연동을 탐구하며 이를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 중이다. 이윤정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런(run)’을 선택하여 인간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가장 미세한 단위인 세포의 달리기를 추적하는 퍼포먼스 ‘동시다발’을 선보였다.

정금형은 인형극의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사물, 특히 기계 장치와 인간이 맺는 움직임의 상호 작용과 관계를 드러내 왔다. 그는 등장하는 기존의 다양한 안무 작업에서 사물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동작들을 네 개의 동사를 기준으로 재정리한 ‘파인드, 셀렉트, 카피 앤 페이스트’를 소개한다.

박민희는 이미 2018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전시 <하루 한 번>에서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로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전통음악의 구조로부터 공연 방식과 사회적 의미에 이르는 문제들을 작품의 구성조건으로 적용시켜, 동시대에 유효한 노래와 감상의 방식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장치를 재편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업 ‘패스, 퍼레이드, 대취타’에서는 ‘패스(pass)’를 선택하여 대취타를 해석하고 미술관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퍼레이드를 구성했다.

네 개의 동사는 신체 움직임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이며 일상적인 동사로서 이로부터 파생되는 안무와 소리가 만들어지는 한편, 각각의 동사가 함축하는 의미에 대한 해석도 적용된다. 머스 커닝햄이 제시했던 네 개의 동사는 각기 다른 작업 간의 연결과 교차의 순간을 엮는 관절이자 감상의 한 통로가 되었다.

한편, 아트선재센터는 전시 외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기 위한 일환으로 퍼포먼스를 비롯해 스크리닝과 강연, 온.오프라인 출판 등을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특히 ‘아트선재 퍼포먼스’라는 타이틀 아래 이양희, 류한길, 권병준, 오민, 김뉘연, 전용완, 임지애 등 음악가, 안무가, 미술 작가들과 함께 아트선재센터의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