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으로 선임 예정 3세 경영 본격화, 모빌리티 혁신 속도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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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르면 14일 회장직에 오른다.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이다. 현대차 그룹은 정주영·정몽구에 이어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며 첨단 모빌리티 혁신에도 한층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할 예정이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 지 20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된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차 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전 그가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할 때만 해도 사측은 ‘회장 보필’ 역할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지난해 3월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았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등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대외활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지난 7월 중순 대장게실염으로 입원해 아직 치료 중이지만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 전망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도약 의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 미래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의 변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변신해야

13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2년간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 왔지만 지금 시점에선 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그룹에 입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십년간 제조업 DNA로 움직여왔던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적으로도 테슬라가 이렇다 할 배터리 기술을 보이지 못하고 수소전기트럭을 내세웠던 니콜라도 사실상 주저앉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보다 뚜렷한 색깔을 낼 시점이기도 하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외부 영입인사와 내부에서 성장한 직원들 간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서도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잡아야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전기차 화재 사태 수습이다. 현대차는 코나EV 화재 사고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총 7만7000여대에 이르는 대규모 리콜을 실시키로 했다. 국내에서 2만5564대에 대한 리콜이 예정돼 있고, 북미와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도 5만1000여대를 리콜한다. 이는 코나EV 해외 판매량의 70%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했다. 현대차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리콜 조치에 나섰는데, 이는 내년 아이오닉5 등 전용 플랫폼(E-GMP)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내년을 전기차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지목했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 넘는 23종을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새롭게 출범시켰고,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매년 여러 종의 신형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내놓겠다는 의미인데,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전기차 출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초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는 만큼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해외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 판매 회복, 제네시스 점유율 확대 등도 중요하다.

아울러 몇 십년 째 이어온 경직된 노사관계와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한 상생방안 제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삼성동 GBC 완공도 정 수석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