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性’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살펴보는 ‘내 나니 여자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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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호기자

수준 높은 전시 향유 기회를 확장하는 문화공간인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 ‘내 나니 여자라,’를 다음달 29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2015년 10월 8일 개관한 이래 수원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오늘을 위한 의미로 재해석 해왔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정월 나혜석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더불어 여성주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 및 수집 기능을 집중하며 강화시켜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 나니 여자라,’는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여성’ 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들여다본다.

이번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한중록>에 따르면 혜경궁 홍씨가 나기 전 태몽이 흑룡이라 당연히 사내아이일 줄 알았다고 한다. 그 기대에 반했기 때문에 ‘태어나 보니 여자더라’ 하는 회한 섞인 대목은 여성들이 처한 불합리와 불평등을 상징한다. 여기에 문장부호 반점(,)은 고정된 여성성에 대한 전복을 통해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는 의미를 함축한다.

13인(팀) 작가가 선보이는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숨겨지고, 흩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내 나니 여자라,’ 는 권력과 역사 속에서 그림자, 혹은 약자로 인식되어 온 여성 존재 자체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2부 ‘피를 울어 이리 기록하나,’ 에서는 여성들의 표현과 표출, 기록을 다룬다. 남성들이 구축한 역사에서 여성의 언어와 경험은 대체로 공유되거나 전수되지 못했다. 끝으로, 3부 ‘나 아니면 또 누가,’ 에서는 여성의 사회, 정치 참여를 둘러싼 시각을 살펴보고, 이로부터 촉발되는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분법을 뛰어 넘어 연대와 가능성을 모색하고, 또한 수원시립미술관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여성의 존재와 역사를 동시대 미술로 연대하고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