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대명창의 기품과 전통이 깃든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강산제’

1911
사진: 국립극장

다양한 장르의 전통, 현대 문화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지난 24일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강산제’ 공연이 하늘극장에서 열렸다. 지난 9월 문화재청이 김영자 명창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한 이후 펼치는 첫 완창 공연인 만큼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

김영자 명창은 강산제 보성소리의 계승자인 정권진 명창으로부터 ‘심청가’와 ‘춘향가’를 배우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김준섭 명창을 비롯해 김소희·박봉술·성우향 등 당대의 명창들에게 판소리 다섯 바탕 <흥부가·춘향가·수궁가·심청가·적벽가>을 사사하며 자신만의 소리 세계를 만들어 왔다. 깊고 탄탄한 성음이 돋보이는 김영자 명창은 안정적인 중하성은 물론 시시상청까지 올려 질러내는 고음 등 탁월한 기교를 지닌 대명창이다.

또한, 다양한 창극 무대 경험에서 다져진 발림과 아니리 표현이 특히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1974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그는 1999년 퇴직 전까지 ‘춘향전’(1982)의 ‘춘향’ 역 등 여러 작품의 주역으로 출연하며 판소리는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김영자 명창은 우리 소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려온 대명창으로서 다수의 공연에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해온 김 명창은 국내뿐 아니라 1999년 미국 카네기홀, 2003년 미국 링컨센터 페스티벌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해외 유수의 공연장과 축제에서도 완창 무대를 선보이며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평생 국악 발전과 전승을 위해 기여해온 공로로 9월 18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된 김영자 명창의 완창판소리는 ‘심청가’의 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판소리 ‘심청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비장한 대목이 많고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손꼽힌다. 이에 소리꾼들에게도 웬만큼 소리에 능숙하지 않고서는 전 바탕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김영자 명창이 부른 강산제는 서편제의 시조로 알려진 박유전 명창이 전남 보성군 강산마을에서 여생을 보내며 창시한 소리 유파를 일컫는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를 지향하는 보성소리의 전통이 배어 있는 강산제 ‘심청가’는 뛰어난 음악적 형식미와 이면에 맞게 잘 짜인 소리 구성, 표현적인 음악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담백한 절제미, 우조의 적절한 배치는 소리에 격조와 깊이를 더했다. 명창의 정교한 너름새와 깊은 소리가 돋보인 이번 완창판소리 무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김청만, 국립창극단 기악부장 조용수가 고수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 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초·최장수·최고의 완창 무대이다.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