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유상증자 논란 해결, 예정대로 인수작업 추진
두 항공사 통합되면 세계 7위의 대형 항공사 출범
노선·기능통합 시너지, 해외 기업결합심사 변수도
1일, 법원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양사의 통합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논란이 해결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산은의 투자자금을 투입해 연내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신주인수,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6월에는 세계 7위의 국적 항공사가 공식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한진칼이 산은으로부터 조달받은 8000억원을 12월 초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이 자금을 투입해 같은 달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3000억원 상당의 영구전환사채를 취득하게 된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위한 계약금 30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인수 후 통합작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유동성과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 중 4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으로 지급하고 한진칼에서 조달한 8000억원은 신주로 상환하게 된다. 이후 내년 6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인수하면 기존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율은 20% 밑으로 떨어지고 대한항공이 63.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를 통해 한진칼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되면 단숨에 세계 7위의 운송량을 보유한 대형 항공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 항공사 매출은 20조원에 육박하고 항공기 보유 대수만 243대로 늘어난다. 220대를 보유한 에어프랑스와 280대를 보유한 루프트한자 등 글로벌 항공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양사가 경쟁적으로 운영해왔던 노선이 통합되면서 노선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정비사업부가 양사의 기체를 함께 정비하는 등 기능을 흡수하면서 그동안 해외로 지출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정비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항공사의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업체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양사의 유기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기업결합심사, 노선 등 사업재편, 구조조정 등 아직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한국 외에도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최소 4개국에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고 기업결합을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합병 자체는 무산된다.
일각에서는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유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노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등 4개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노사정 회의체를 구성해 인수합병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산은은 “양사의 중복인원은 1000명가량”이라며 “자연감소 인원 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그동안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51년간 대한항공은 단 한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며 “산은과의 계약서에 고용 유지와 관련한 내용을 넣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