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늘푸른연극제 ‘장마’ ‘나루터’ ‘부드러운 매장’ ‘심판’ 뜨거운 박수갈채로 완벽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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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늘푸른연극제 사무국

관록의 연기자들이 열정적인 연기를 펼친 제5회 ‘늘푸른연극제’의 작품 <장마>, <나루터>, <부드러운 매장>, <심판>의 성공적인 무대의 막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과 대학로 TOM 2관에서 지난 20일 성황리에 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올해로 5회를 맞은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르는 축제다.

이번 축제는 원로 연극인들의 무대, 연극에 대한 대중의 관심,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하여 얼어붙은 연극계에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다시, 봄’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했다. 올해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하는 원로 연극인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연극 무대를 향한 찬사를 보여줬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늘푸른연극제’는 차례로 <장마>, <나루터>, <부드러운 매장>, <심판>을 공연하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연극제의 포문을 연 <장마>와 <나루터>는 우리의 역사를 주목하며 큰 인상을 건넸다. 개막작 기획공연 <장마>는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윤흥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의 폭력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그렸다.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껴안고 위로하는 슬픈 연민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극단 ‘창작극회’의 <나루터>는 지난 10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새마을 운동을 중심으로 70년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은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주목하는 동시에 옛 것과 새것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은유하며 가치 있는 삶의 방향성을 무대 위에 풀어냈다. 과거 새마을 운동 당시 개발논리에 밀려 생업을 버리고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실향민의 아픔을 밀도 높게 그려냈으며 과거와 현재의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연출적인 효과는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형성하고 깊은 잔상을 남겼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공연한 <부드러운 매장>은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화제작으로 우뚝 섰다. <부드러운 매장>의 극작가 오태영은 우화나 풍자극의 형식으로 사회를 비틀어 풍자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작품은 오태영 특유의 유희와 날카로움이 담겨 대한민국 근대사의 매몰된 진실, 이데올로기의 정체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연극으로 풀어냈다.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현대사의 모순을 그려냈는데,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브 그리고 전복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펼쳐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무대에 오른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은 프란츠 카프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앙드레 지드와 장루이 바로가 각색한 버전이다. 현실 세계와 소외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끊임없는 구속과 억압 속의 인간 존재를 독특한 사고와 구성으로 이끌어가며 입소문을 얻었다. 특히 50년 이상 무대를 지켜온 원로배우 유순철, 이승호, 반석진, 김창봉이 출연해 관록의 연기력을 보여줘 매회 뜨거운 박수가 울려 퍼졌다.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르는 축제로, 제5회를 맞이한 올해는 ‘다시, 봄’이라는 부제를 내세웠다. 이번 연극제는 ‘코로나19’로 모든 사회가 위축되어 있는 지금, 관객은 물론 모든 연극인들을 향해 무대가 주는 의미를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하였다. 한편, ‘늘푸른연극제’의 마지막 작품 극단 미학의 <오이디푸스 왕>은 내년 2월 5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