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머니가 식구(食口)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창작뮤지컬 <식구를 찾아서>가 용산구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새로운 무대와 출연진 등 기존 작품을 업그레이드해 다채롭고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서 펼쳐진다.
27일까지 열리는 <식구를 찾아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와 탄탄한 완성도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웰메이드 창작뮤지컬로 평가받으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2011년 대구 CT 극장 초연 이후 9년간 꾸준히 공연되며 전국 10만 관객을 만났다. 2011년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을, 2012년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창작산실 올해의 레파토리로 선정되었다.
<식구를 찾아서>의 등장인물은 어린 딸을 잃고 평생을 홀로 살아온 할머니와 의붓아들에게 버림받은 또 다른 할머니, 그리고 개, 고양이, 닭이다. 소외된 이들이 진정한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화려하거나 유별나지 않지만, 소중한 이와 나눠 먹는 밥상처럼 다정하고 정(情)이 넘친다.
오랜 기간 박복녀와 지화자 역을 맡아왔던 백현주와 유정민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 할머니 역에 차선희와 김동순이, 몽, 냥, 꼬 역에 박승원, 강산하, 강대진이 합류해 새로운 앙상블의 <식구를 찾아서>를 기대하게 만든다.
<식구를 찾아서>는 박복녀와 지화자라는 개성 강한 두 할머니가 극을 이끌어나간다. 어느 가을날 대구 수성구 팔현마을, 평화로운 박복녀의 집에 아들을 찾겠다며 지화자가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70대 노인 박복녀는 꼬장꼬장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버려진 동물에 불청객까지 살뜰히 챙기는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로, 지화자는 막무가내에 안하무인이어도 사랑스러운 소녀 감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식구를 찾아서>는 여성 노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헤아리는 연륜이 묻어나는 지혜로운 모습, 힘없는 존재를 보살피고 나누는 마음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사투리, 섬세한 표현이 더해져 독보적인 할머니 캐릭터가 탄생했다.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은 창작뮤지컬의 제작과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완성도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창작진과 관객들의 지지, 많은 유관단체의 애정 어린 협력을 통해 작품도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25고까지 수정된 탄탄한 극본, 노련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팝, 발라드, 오페라, 민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개성 강한 음악은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식구를 찾아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발랄한 두 할머니와 유쾌한 반려동물 삼총사의 활약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가슴 뭉클해지는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올 겨울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혈연이 아니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어깨에 기대 함께 한다면 그것이 바로 식구라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한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밥과 정을 나누면 낯선 누구와도 식구가 될 수 있다는 작품의 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른 이와의 소통이 절실한 이 시기에 큰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