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발자취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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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갈 곳은 정해졌다!! 바로 영국이다!

짙은 안개에 가려진 문학의 산실

(미디어원=이동진 기자) 말랐지만 훤칠한 체격, 꾹 다문 입술사이로 내밀어진 파이프담배, 날카로운 인상의 매부리코. 이정도만 들어도 웬만한 추리소설 마니아들은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탐정. 죽어서 돌아온 사나이, 바로 셜록 홈즈다.

현대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탐정 캐릭터에 차용되곤 하는 셜록 홈즈는 한때 실존인물로까지 거론된 캐릭터다. 이전의 추리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알리바이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홈즈는 발자국이나 흙먼지, 지문 등의 실존하는 증거를 부각시켰다. 어찌 보면 요즘 누구나 알고 있는 미드 CSI나 프로파일링 같은 과학수사는 홈즈를 모태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논리와 과학적 추론으로 무장했지만 감정이 결핍된 주인공을 보완하기 위해 작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왓슨 박사라는 가공의 인물을 추가했다. 왓슨은 홈즈에 비해 지적인 능력은 떨어지지만 믿음직스러우며 용기 있는 인물로 탐정의 모자라는 인간미를 보충하면서 사건을 기록하는 화자 역할까지 떠맡았다. 또한 독자들은 눈으로 단서를 보면서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보통 사람 왓슨을 통해 홈즈의 초인적 능력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짙은 안개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우울한 영국을 떠올리는가?
이기적 욕망으로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의 추악한 관계 속에 몰래 숨어든 범인을 향해 “당신이 범인이야”라고 외치는 소설의 통쾌한 결말처럼 안개와 비로 가려진 영국에도 상쾌한 감흥은 존재한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버크와 헤어가 나온다!!

셜록홈즈의 작가인 아서 코넌 도일은 홈즈의 모델로 의과 대학 시절 은사인 조셉 벨 교수를 거론했다. 셜록홈즈의 이미지와 매우 흡사한 외모의 벨 교수는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학생들을 놀래주던 괴짜 선생이었다고 한다. 의대생이었던 코넌 도일은 이러한 벨 교수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의 모습을 창조해 냈다.
이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은 작가인 코넌 도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넌 도일이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의대생으로서의 시간을 보낸 에든버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예 이러한 공포체험을 콘셉트로 하는 투어까지 나왔다. 에든버러의 메인 도로인 로열 마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에든버러 던전이 있다.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내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와 밀랍인형들은 핏빛 통로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에든버러의 어두운 면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추악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음울한 분위기에 영감을 주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디서 태어나 자랐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잠재된 내면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 에든버러는 코넌 도일에게 창작의 신세계였던 것이다.

tip> 스코틀랜드까지 직항편은 없다. 영국 런던을 거쳐 에든버러 국제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레일유럽 영국철도패스(4일권ㆍ8일권)를 이용하면 기차로 갈 수도 있다.

# 상상을 현실로 바꾼 베이커 스트리트 221B

이 세상의 모든 문화와 작품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심지어 홈즈와 그의 절친 왓슨 박사가 하숙하며 탐정사무소로 사용하던 베이커 스트리트 221B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 코넌 도일이 소설을 쓸 당시 런던에 베이커 스트리트 221B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홈즈에 열광한 셜록키언들은 존재하지 않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끊임없이 팬레터를 보내며 이를 실현시키고야 말았다.

런던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지하철역으로 유명한 베이커 스트리트에 내리면 서두에 묘사했던 인물의 조각상이 외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8m에 이르는 홈즈 조각상이다.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이 런던에 동상으로 남겨진 것은 셜록홈즈와 피터팬 둘 뿐이라고 한다.

자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추리소설의 아이콘이 된 셜록홈즈는 문화의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대한 예시다. 한류로 이제 막 동아시아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관광콘텐츠의 부족을 외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끊임없는 상상의 현실화를 통해 굴뚝 없는 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교훈은 셜록홈즈로부터 살펴볼 수 있다.

스트리트 북쪽으로 올라가보면 221B가 표기된 셜록홈즈 박물관에 도달한다. 사건이 없는 날 홈즈가 무료함을 참지 못해 새벽에 무작정 켜대곤 해서 허드슨 부인의 잔소리를 듣게 했던 바이올린이나 클래식한 중절모와 파이프는 물론 왓슨 박사의 방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방 곳곳을 살펴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과 관련한 물품이 방을 잔뜩채우고 있다. 사건 해결에 쓰였던 물건, 의뢰편지, 중요한 실마리와 단서가 전시되어 있어 수많은 셜록키언들이 마치 퍼즐을 맞추듯 알고 있는 만큼 놀랍고 즐거워하는 곳이다.

tip> 셜록홈즈 박물관은 유료이며 6파운드,16세 이하는 4파운드를 지불해야 관람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연중무휴이며 오전 9: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 세계적인 문학작품의 보고, 영국

빅벤과 함께 런던의 랜드 마크로 자주 등장하는 타워 브리지는 런던 탑 바로 앞에 놓여 있다. 런던의 젖줄인 템스 강에 놓인 다리들 중에 가장 특이한 스타일의 이 다리는 큰 배가 지날 때마다 증기의 힘으로 상판이 나뉘어 올라간다.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이 네오고딕양식의 타워브리지에 올라보면 시티 금융가의 화려한 전경과 세인트 폴 성당, 그리니치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찰스 황태자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한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 대화재 때 잿더미가 된 후 1710년 크리스토퍼 렌 경이 새로이 건축한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수세기 동안 세인트 폴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규제할 정도로 영국인들이 애착을 갖고 있는 이곳은 성당 앞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건너편 테이트 모던 갤러리까지 수많은 외국인들이 걷기 코스로 추천하는 곳이다.

이밖에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극작가 셰익스피어, 코난 도일에 버금가는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현대 판타지 문학을 새로 쓰고 있는 해리포터의 조앤 K 롤링까지 그네들이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다. 그것도 놀랍도록 즐거운.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이다. ‘북부의 아테네’ 혹은 ‘북부의 파리’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또 다른 의미의 명성을 갖고 있다. 암울한 레퀴엠이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서슬 퍼런 사형장이 그것이다. 에든버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처형장과 낡은 새끼줄에 목을 감고 있는 밀랍인형은 이곳의 분위기를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16명의 시민을 살해, 해부용 시신으로 팔아치운 버크와 헤어는 여전히 에든버러 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말썽부리는 아이에게 “버크와 헤어가 온다”고 굵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어느새 조용해지곤 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게다가 잉글랜드와의 격렬했던 오랜 투쟁으로 인해 남겨진 지하 감옥은 오싹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