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맛 집] 여명양평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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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양평해장국, 평창군 휘닉스파크의 초입에 위치한다.

(미디어원=김원하 기자) 평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게다. 감자와 옥수수 많이 나는 동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스키리조트가 있는 곳,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었고 작가 이효석이 태어난 봉평면 흥정계곡이 있는 곳이다. 2017년에는 사전오기의 노력으로 불가능해 보일 것 같던 동계올림픽을 무난히 치러내면서 나라 안팎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평창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두메산골의 표본이었다. 정도전이나 이중환의 말을 빌자면 ‘문 앞의 땅이 좁아 수레 두 채를 용납할 만하고 하늘이 낮아 재 위는 겨우 석자 높이’이거나 ‘한때 난리를 피하기에는 좋은 곳이나 오래 대를 이어 가며 살기에는 적당하지 못한’ 척박한 곳이었다.

평창군의 상징과도 같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평창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으며 그저 드문드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산골오지로 묘사되었다. 몰락한 시골 양반 허생원이 늙고 지친 나귀와 함께 메밀꽃 핀 가득 핀 평창군 이곳저곳의 장마당을 휘적휘적 다니는 모습에서는 끝 모를 가난과 곤궁함만이 보일 뿐이다.

오늘날의 평창은 행복한 곳이다. 평창군의 브랜드인 ‘Happy 700’은 평창군의 많은 지역들이 인간과 동물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고도로 알려진 해발 700미터에 위치하고 있음에서 비롯되었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지역인 해발 700미터에서 우리 인체는 멜라토닌을 활발히 생성시킴으로써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하고, 충분한 혈류공급으로 젖산과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피로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무공해 농축산물까지 더해지니 평창군의 브랜드 ‘행복 700’이 딱 들어맞는다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평창군을 여행하노라면 기대하지 않은 맛집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길에 나서면 웬만한 음식이 다 맛있다고 느껴지지만 정말 운 좋은 날에는 특별히 맛난 집을 만나게 된다.

대단할 것 없는 것이 해장국이지만 여명양평해장국의 풍미는 상당하다. 사진: 김원하 기자

휘닉스파크 초입의 여명양평해장국

굳이 스키매니아가 아니더라도 휘팍이라 불리는 휘닉스파크를 찾는 사람은 많다. 여명양평해장국은 휘팍을 올라가면서 찾아온 시장기를 달랠 요량으로 들어서게 된 곳이다.

혼자 식사하기에 적당한 자그마한 식당을 살피다가 우연히 들어선 여명양평해장국은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제법 너른 공간으로 40여명 정도는 너끈히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여명양평해장국집의 ‘곱창전골’ ‘내장전골’ 등도 좋은 메뉴이다. 사진: 김원하 기자

해장국을 중심으로 한 메뉴들이 복잡하지 않으니 선택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몇 리 떨어지지 않은 장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장 알아주는 식당을 운영했었다는 여명양평해장국 주인 심상희씨는 ‘더운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정성으로 만든 반찬들을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좋아 평생 식당을 하고 산다.’고 말했다.

장평을 떠나 휘팍 인근에서 음식점을 시작한 것은 다섯 해 전으로 이런저런 메뉴를 해보며 사람들의 입맛을 살펴보다가 해장국이 가장 잘 맞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여명양평해장국은 매운 맛과 짠맛이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 속에서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간을 맞추었다. 가장 보편적인 메뉴를 시키는 습관대로 주문한 얼큰양평해장국은 간단한 아침식사 후 적잖은 거리를 이동한 여행자의 미각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막 시합을 끝내고 온 듯 골프복 차림의 손님의 해내탕, 점심식사를 위해 찾아온 가족여행객의 곱창전골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 년 내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고 있습니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으니 스키시즌과 골프시즌에는 미리 예약을 해주시편이 낫습니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주인 심상희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