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신달파 칼럼니스트) 군에 입대하면, 사회에서 듣지 못하던 군인 전용 명령어들이 있다. 여러 가지 용어 중에 단연 독보적 언어는 <동작그만>이다. 어떠한 동작이나 행동을 하다가도 <동작그만> 구호 한 마디면 무조건 Stop이다.
사회에서 자유분방하게 사고하며 뛰어 놀던 血氣方壯한 청년들을 빈틈없는 단체생활에 묶어 놓고, 개인의 一擧手一投足을 구호 하나로 정지시키는 <동작그만>이라는 구호는 대단한 위력이 있다. 밥을 먹느라고 입안에 한 입 물고 있어도 <동작그만> 한 마디면, 뱉지도 씹지도 못하고 정지해야 한다. 목욕을 한다고 비누를 잔뜩 묻혀 놨어도 <동작그만, 퇴장> 하면 하던 일 멈추고, 퇴장해야 한다. 군입대후 가장 처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이 구호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고 짜증지수를 높이는 지긋지긋한 명령어이다.
군 입대후, 식당에서 처음 식사를 하는데, 조교가 군화발로 식탁 위에 올라서더니, “지금부터 식사한다. 식사시간은 30초, 식사개시!” 하더니, 실제로 하나, 둘…서른까지 센다. 30초가 되니 “ 동작그만, 식사 끝! 퇴장!” 이러는 게 아닌가. 멋모르고 입에 들은 것을 마저 씹으려고 했다가는 가차없이 몽둥이와 군화발로 얻어 터진다. 이렇게 모멸적인 명령이 있을가, 밥 두어 술도 못 떴는데 동작그만이라고 해놓고, 우물우물 씹는 넘은 마구 패다니…..
이 비인간적인 식사시간은 2주 이상 계속되었다. 2주가 지나고 나서 완화되었는데, 이때쯤 되면 식사속도를 통제하지 않아도 모두들 1분이면 식기를 비운다. 식기를 닦아야 하고, 화랑담배 한모금이라도 빨아야 하고, 오후 1시 정각에 <교육준비 끝> 보고를 해야 하는 야외교장까지 4 km 완전군장에 구보해서 도착하려면, 시간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뛰다보면 밥알이 올라오고, 다시 씹어 삼킨다.)
내무반에서 화장실, 식당들으로 다니는 옥외보행로에는 삐죽삐죽한 잡석들을 깔아놓았는데, 여기를 열과 오을 맞추어 군가부르며 보행하려면 발바닥이 매우 고통스럽다. 이 돌들을 깔아 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110Km를 1박2일에 행군하는데, 낙오자가 많이 나왔다. 원인을 알아보니, 발바닥이 약한 게 문제더란다.” 학교장 명령으로 연병장을 제외한 모든 보행로에 돌을 깔아버리고, 행군 거리는 2박3일에 220Km로 곱절로 늘려 버렸다. 이런 교육과정에서 낙오하면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전방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훈련이 너무 고되다 보니, 동기 중의 모후보생은 군단장(중장) 외삼촌의 빽으로 자진퇴교하는 일도 있었다.
<동작그만> 이라는 구호는 우리를 괴롭게 했지만, 전시상황에서 지휘자의 이 한 마디에 즉각 반응하는 병사의 자세가 각개전투, 소부대전투에서 승패를 가르고, 병사의 목숨을 건지는 생명의 구호라는 걸 나중에 전방에 배치되어서 깨닫게 된다. 지뢰밭이나 적의 射界에 노출될 경우, 경험많은 노련한 상급자의 이 한마디가 철닥서니 없는 애숭이 병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밤중에 구대장이 내무반에 들어와서 작은 소리로 <기상~~> 소리를 했는데, 20여명은 바로 일어났지만, 골아 떨어진 2~3명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구대장은 군화발로 침상에 뛰어올라 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옆에서 볼 때, “저건 인간도 아니야 …..”했으나, 그 당시 전방에서는 적 특수요원들이 야간침투로 아군 초병이나, 내무반병사의 목을 따서 자루에 담아가지고 가던 때이니, 밤에 잠도 깊이 들어서는 안된다는 救命의 苛酷行爲였던 것이다.
요즘, 지뢰제거를 시키면서 엄마들의 동의를 구하는 대대장의 서글픈 지휘관 생활, 공용화기 사격훈련을 하면서 딱한 놈들 열외시키고 눈치 봐야 하는 지휘관의 노가다 십장 생활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좀 있으면 지휘관들은 “재래식변소에는 볼 일을 볼 수 없다”는 항의까지 수렴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장교들은 이런 군에 남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서 존재한다. 전쟁을 일으키든, 예방하든, 방어하든, 전쟁과 군인의 행위는 항상 같은 선상에 있다.
북측의 사령관들은 전쟁준비를 너무 애써서 할 거 없다. 병사들도 혹독하게 훈련시킬 필요도 없다. 전쟁이 발발하면, 의외의 부분에서 크게 재미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전선에서건 전투가 벌어지고 아군측 피해가 보고되면, 우리 애엄마들이 전부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들 죽으면 안된다” ” “내새끼 다치면 안된다” 악을 쓰면서 떼거지로 몰려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당장 중지하라, 요구조건이 무엇이든 당장 휴전하라” 이것을 이겨내고 밀어 부쳐서 전쟁에서 승리할 정치인은 현재 우리나라에 없다.
양심적병역기피를 통과시킨 대법관들은 전쟁을 알기나 하는 사람들인가? 이 판결로 국군은 지리멸렬 맨붕의 상태다.
전선에서 100명이 방어를 하고 있을 때, 무서워서 뒤로 도망치는 2~3명을 좌시하면, 98명이 모두 도망가거나,죽거나, 포로가 돨 것이 뻔하기에 부득이 도망병은 사살하는 것이다. 저들은 개인의 종교적 양심을 존중한다는 번지르한 말로 국군의 존엄하고 거룩한 애국심에 먹칠을 했다. 역사의 죄인이 아니라 가장 바보 같은 재판관들로 기록될 것이다. 군대를 모르는 자들이 군대를 재판하고 군대를 조롱했으니, 저들의 후손들은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이번 판결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라도 바뀌기를 바란다. 앞으로 군대를 모르는 재판관들에게는 전쟁영화라도 많이 보기를 권해야겠다.
전쟁을 원하는 자유인은 없다. 그러나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만약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투력과 군사력이 절대 필요하다. 군대의 기강과 사기를 저해하는 어떤 요소도 개인의 행복권이라는 이름으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존귀한 국방의 의무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지진아들의 철부지 짓거리도 모두< 동작그만> 시켜야 한다.
註: 위에서 학교라 함은 원주에 있던 1군하사관 학교를 말 한다. 이 학교의 혹독한 교육훈련은 전설적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7개월간의 혹독한 교육을 수료한 후, 모든 장교 병사들이 가기 싫어하는 부대에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