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호소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 나는 아들을 방금 잃었습니다 . 하지만 흑인이든 아시아인이든 백인이든 우리는 모든 같은 지역 사회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 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합니까 . 왜 우리는 이런 일을 저지릅니까 . 지금이라도 당장 앞으로 나와보십시오 . 자신의 아들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장 앞으로 나와보란 말입니다 .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이제 자제하고 , 집으로 돌아갑시다 . 부탁입니다 . 제발 … ."

10 일 남아시아계 무슬림 타리크 자한 (Jahan·45) 은 영국 버밍엄시 윈슨 그린의 길에서 한 무리의 군중과 취재진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호소했다 .

타리크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댄 기자들도 , 지역 주민들도 일순 입을 꼭 다물고 숙연해졌다 .

타리크는 자신의 아들 하룬 자한 (21) 이 흑인계 주민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불과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터였다 .

영국 젊은이들의 폭동이 인종 갈등 등 영국 사회 안에 잠재해있던 각종 문제들을 폭발시켰고 , 특히 버밍엄에서는 남아시아계 무슬림 주민과 카리브해 출신 흑인들 사이의 거센 반목을 낳고 있었다 .

하룬 자한을 포함한 세 명의 남아시아계 젊은이들이 흑인계 주민들로부터 공격받아 숨지며 이 지역의 인종 갈등은 또 다른 대규모 폭동을 예고하는 상황이었다 .

타리크는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피범벅이 된 손으로 심폐소생을 했다 . 하지만 아들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 타리크는 ‘ 복수 ‘ 가 아닌 ‘ 자제 ‘ 를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1 일 보도했다 .

아마추어 복싱선수이던 하룬 자한은 폭도들로부터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근 주민들과 함께 상가 주변을 자발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

이때 갑자기 차 한 대가 시속 80 ㎞ 의 속도로 돌진해와서는 하룬을 치고 달아났다 .

타리크는 아들 하룬이 설마 공격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 차량 공격에 주민이 다쳤다 " 는 얘기만 듣고는 사고 현장에 달려갔다 .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타리크는 피로 범벅이 된 채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 하룬을 발견했다 .

남아시아계 지역 주민들은 끓어올랐다 . 지역 주민 모하메드 샤키엘은 " 하룬이 지켰던 것은 모스크나 성당 , 교회가 아니었다 .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상점을 지켰을 뿐이었다 " 고 했다 .

하룬의 사촌 알리 후세인은 " 군인 출신 아시아계 주민들이 흑인 갱단에 ‘ 복수 ‘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 고 했다 . 앞서 하룬과 비슷한 자동차 돌진 공격 등으로 숨진 압둘 무사비어 (30)· 샤자드 알리 (31) 형제에 이어 또다시 희생자가 나오자 남아시아계 주민들의 분노는 높아만 졌다 .

하지만 정작 몇 시간 전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 타리크는 이날 ‘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위엄 (immense dignity)’ 으로 지역 사회에 " 자제할 것 " 을 촉구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

타리크는 이날 " 다른 버밍엄 주민들처럼 나의 걱정은 이번 사고 ( 아들의 사망 사고 ) 가 더 큰 사회의 불신과 벽을 만드는 도화선이 되는 것이다 " 라고 했다 . 그는 " 인종과 종교 , 배경 등을 망라한 각계 지역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위로와 지지의 메시지를 받았다 " 며 " 나는 인종 문제를 떠나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 고 했다 .

영국 제 2 의 도시 버밍엄은 인구의 20% 정도가 파키스탄 등에서 온 무슬림이고 , 7% 정도가 카리브해 지역 출신 흑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 경찰은 32 살의 흑인을 자동차 돌진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 하룬이 숨진 사고 현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꽃다발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