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기관에서 각기 다른 한국 홍보영상을 내놓았다. 하나는 멋지고 세련된 편집이 돋보이는 한식 홍보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각국 전통의상이 등장하는 한국 소개영상이었다. 두 편 모두 미국 시장을 겨냥했는데, 안타깝게도 두 영상 모두 미국 네티즌들의 혹평을 받고 말았다.
우선 한식 홍보영상의 경우 영상 그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 음식만의 매력이 빠져있다고 비평가들은 지적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모델들이 나와 잘 차려진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들이 영상의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정작 이를 접한 대중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지나치게 격식만 따진 홍보영상이라는 반응이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리 중 하나를 소개하면서 그 영혼을 없애버린 격이다.
또 다른 홍보영상에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미국인, 나폴레옹처럼 차려 입은 프랑스인,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 등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 잘생긴 한국 남자(한복은 입지 않음)에게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영상의 경우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등장 인물들의 부적절한 태도가 먼저 눈에 거슬린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아주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이미지 같다고나 할까.
인종차별까진 아니지만 격이 있는 모습 또한 아니다. 영상 속의 한국 남자는 “한국이 세계 7대 무역 수출국인 것이 사실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에 답을 하는데, 이런 메시지로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결코 줄 수 없다. 어떤 국가의 수출액을 보고 여행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는가. 이 홍보영상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수준이 떨어져 심지어는 내가 아는 한 뉴욕타임즈지 기자가 불평을 할 정도였다.
결국 이 두 홍보영상은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보려고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CNN에 광고를 띄우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사전 테스트도 안 해 본단 말인가? 지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 홍보영상을 제작한 업체의 외국인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제작이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들이 낸 의견은 단박에 무시됐다고 한다. ‘카우보이’ 편의 경우 촬영과 편집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의견도 피력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정작 홍보영상을 봤을 때는 어떤 변화를 주기에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외국인 직원들이 편집된 영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자 감독(물론 외국인이 아니다)은 외국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는 자신이 더 잘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을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을까? 한국을 알리기는커녕 부끄럽게만 만드는 광고에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언제쯤 제작자 본인이 아닌 실제로 광고를 보게 될 관중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인가?
글 조 맥퍼슨
조 맥퍼슨(Joe McPherson)은 한국음식을 주제로 한 영문 블로그 ‘젠김치(www,zenkimchi.com)’운영 블로거. 젠김치는 하루 최고 1만8000번의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파워블로그.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이 블로그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