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세포에 아로새기는 식 ( 食 ) 의 의미
사찰에 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공양간에 줄을 서게 되면 식당 어딘가에 항상 위의 글귀가 보인다 . 이 게송은 스님들이 공양을 할 때 마다 항상 죽비소리에 맞춰 부르는 오관상념게라고 한다 . 밥 한 끼를 먹어도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에까지 들어가게 된 이 음식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 입에 뭐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는 것이 요즘 현대인의 식탁인데 스님들은 이 작은 행위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
최근 웰빙 바람과 더불어 여기저기서 전문 사찰음식점이 생겨나고 있고 , 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한국 승려들이 직접 가서 사찰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제 2 의 한류 바람을 예고했다 . 세계가 인정한 사찰음식은 뭔가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
사찰음식을 먹는 순간 약 ( 藥 ) 과는 이별 !
스님들이 수행을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웰빙의 첫걸음을 꼽자면 고기를 되도록 먹지 않은 것인데 , 고기를 먹지 않게 되면 몸이 가벼워지고 몸에 생기가 돌며 , 그만큼 자신과 환경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또한 사찰음식의 큰 특징 중 하나는 5 신채를 금하는 것인데 , 이는 파 , 마늘 부추 , 달래 그리고 흥거를 뜻한다 . 이들은 언뜻 보기에 몸에 좋을 것 같은 자연식품이지만 , 이들 나물은 몸에 열을 가해 수행하는 내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음식이 아니다 .
마지막으로 약리 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약으로 치유하나 음식으로 치유하나 외부에서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똑같다 . 하지만 비옥토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재료는 인위적인 화학물질로 제조된 약물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 .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인공색소와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는데 이들 인공 첨가물들은 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이러한 자극은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들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
이것을 바로 잡는 게 자연식인 사찰음식이다 . 사찰음식은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자극성이 없고 맛 또한 담백해 , 처음엔 무미건조해도 한번 길들여지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웰빙 건강식이다 . 사찰음식을 꾸준히 먹게 되면 잘못된 식습관이 바로 잡히고 , 몸이 가벼워지며 , 머리가 맑아진다 . 그러므로 사찰음식 만큼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 . 약국에 갈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 음식이 약 ( 藥 ) 인 까닭이다 .
발우에 담아 먹는 최상위 웰빙 실천 !
이렇게 존귀한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단지 먹는 데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 최근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이런 음식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사찰요리는 약 1700 여년의 역사가 있는 만큼 사찰마다 요리의 종류와 방법이 각기 다르다 . 재철 재료를 사용하게 되어 항상 최상의 영양을 기대할 수 도 있다 . 사찰음식은 철지난 재료를 쓰지 않는다 .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라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면 스님과 발우공양을 함께 하게 되는데 , 이는 단지 먹는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다 . 모든 사람들이 일렬로 나란히 앉게 되면 우선 작은 포를 깔고 그 위에 포개진 상태의 발우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
이때 주의사항은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함께 먹는 사람에게 수행하는데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 상대방에게 먹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 그래서 사찰에서는 밥공기를 입에 대고 먹을 수가 있다 . 이윽고 배식 담당이 음식을 나눠주면 먹을 만큼만 받아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식사를 하면 된다 .
식사 중엔 묵언 ( 默言 ) 을 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다 먹었을 때까지 기다린다 . 발우공양의 특징은 자신의 발우를 식사 후 바로 그 자리에서 물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마지막에 단무지나 김치조각을 남겨 놓고 그것으로 열심히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닦고 나면 배식 담당이 마지막 순서로 설거지물을 거둬간다 .
이 물은 아귀라는 불가의 전설적인 동물에게 주게 되는데 고춧가루라도 한개 있으면 , 아귀는 배는 산만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얇아 고춧가루를 먹게 될 경우 목이 막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실제로 사찰에서 발우공양은 조금 적다싶을 정도로 밥을 짓고 , 또한 아귀라는 전설을 통해 작은 음식 찌꺼기조차 남기지 않는다 . 이는 엄청난 음식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최근의 환경문제와 일맥상통한다 . 적게 만들고 , 남기지 않는 것이 그 해결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처럼 몸도 생각하고 환경도 생각하는 발우공양은 햄버거와 피자 등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식습관을 재구성 해줄 것이다 . 종교를 떠나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사찰음식은 이제 한국뿐 만아니라 전 세계가 찾는 웰빙 음식이다 .
이런 분위기로 요즘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다 . 식 ( 食 ) 과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사찰음식은 웰빙의 첫걸음이다 . 지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사찰에 들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