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날리는 봄날의 진해에서 보내는 연서

섬진강변을 적시는 꽃비를 본 다음부터였으리라. ‘봄’이면 으레 섬진강이 최고라 여겼다. 경남 창원 진해의 봄날을 여행하기 전, 다시 한번 섬진강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젠가 한번은 알아줄까 싶어 멈출 수 없는 짝사랑처럼 봄날이면 벚꽃에 대한 그리움은 멈추기 쉽지 않다. 벚꽃의 도시 진해를 찾은 이유다.




  벚꽃 만발한 경화역 ” align=”middle” width=”560″ height=”373″ src=”/newshome/wys2/file_attach/2012/04/19/1334817279-58.jpg” /></p>
<p>  벚꽃 따라 이어지는 봄의 진해<br />  진해는 벚꽃의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심어진 10만 그루 넘는 벚꽃이 그 시초다. 하지만 벚꽃자체는 제주도 태생의 ‘왕벚나무’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월 초부터 중순까지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채워진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진해군항제가 펼쳐진 몇몇 특정 장소 말고도 진해 전역은 하얀 벚꽃 물결로 반짝이는 것. 사람들이 봄날의 진해를 찾는 이유다. 4월초에서 중순 벚꽃 만개시기에 맞춰 펼쳐지는 진해군항제는 진해 봄날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img fetchpriority=

매년 봄, 벚꽃 개화시기와 맞춰 펼쳐지는 진해군항제. 2012년 올해 50회를 맞았다
잠시 진해군항제를 살펴보자. 2012년 올해는 지난 4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진행되었다. 계속되는 추위로 광양 매화나 구례 산수유 등 다른 봄꽃 축제들처럼 만개시기를 맞추기 어려웠다. 다행히 축제 끝자락인 9~10일 경 여좌천 주변 벚꽃이 만개해 상춘객들을 반겼다. 축제장 안내소에서 만난 이곳 시민들은 4월 중순까지는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디, 이 기사를 보고 뒤늦은 벚꽃놀이를 떠났다 꽃비만 보고 왔다는 원망은 거둬 주시라. 안민고개나 장복산 공원은 올해 조금 늦게 벚꽃이 만개할 예정이라지만 어디 자연의 일정을 맞추기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 관광안내소에서는 “만개 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그냥 떨어진다”며 “날이 좋다면 이번 주말과 다음주 초까지는 벚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진해에 벚꽃만 있는 건 아니다. 벚꽃이 질 무렵 피는 해군제11부대 유채꽃단지에서 유채꽃 축제가 펼쳐진다
봄날의 진해로 출발해보자. 혹여 올봄 벚꽃을 실제로 만나지 못한다면 다음 봄을 기약해 주시라. 또 벚꽃이 못내 아쉽다면 올해 4월14일부터 22일까지 해군제11부대 유채꽃단지에서 펼쳐지는 노오란 유채꽃 물결로 대신하는 건 어떨까. 벚꽃의 뒤를 이어 2012년 처음 시작하는 유채꽃축제가 진해의 봄날을 밝힌다. 남문로터리에서 차로 5분 거리다.

사랑이 이루어져요! 여좌천 로망스 다리
진해의 봄날 여행은 여좌천에서 시작하려 한다. 부산방면에서 출발해 2번 국도를 타는 게 아니라면 장복터널이나 마진터널 또는 안민터널을 통해 진해로 입성하게 된다. 군항제 기간 주말이면 도로 곳곳이 꽉 막힌다. 활짝 핀 채로 상춘객들을 반기는 벚꽃 덕분에 참을만하긴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군항제를 피해서 꽃구경을 한다고 하니 기억해두자. 얼마만큼 피었는지 궁금하다면 창원시(055-548-2114)에 전화해서 문의하는 편이 좋다.
2012년 벚꽃 만개한 진해군항제 여좌천 풍경
드라마 <로망스> 촬영장소로도 알려진 여좌천은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들로 가득했다. 여좌천을 사이에 두고 만개한 벚꽃 터널 사이를 다정한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간다. 엄마 손 잡고 나온 꼬마들도 신이나긴 마찬가지다. 눈부신 벚꽃그늘 아래서 모두 사진찍기에 바쁘다. 봄날의 벚꽃 터널에서 21세기 연서는 ‘찰칵’으로 완성된다. 여좌천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진해내수면 환경생태공원’이 나온다. 습지를 가운데 두고 왕버들·회양나무·황금갈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화장실과 벤치가 있으니 한 박자 쉬어가도 좋겠다.
환경생태공원에서 나와 다시 여좌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자. 여좌천 끝 복개천이 나오면 우회전해서 해군진해기지사령부로 향한다. 진해선의 마지막 역 통해역까지 이어진 철로가 눈길을 끈다. 군수물자를 운송하던 길이다. 지금은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다. 해군진해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는 군항제 기간에만 개방한다. 시원하게 뻗은 대로 양옆으로 키 큰 벚꽃이 가득이다. ‘꽃물결에 멀미가 난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진해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제황산공원


여좌천, 안민고개와 함께 진해 벚꽃 명소로 꼽히는 장복산공원
진해역을 지나 중원로터리 부근 제황산공원으로 향한다. 중원로터리는 진해군항제의 메인행사장. 인근 공설운동장 등지에서 신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하루 묵을 예정이라면 중원로터리 부근에서 숙소를 구하자. 중앙시장 근처에 숙박시설이 몰려있고 식당들도 제법 있다. 출출하다면 시장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하는 것도 좋다. 부산과 가깝기 때문인지 이곳에도 돼지국밥집들이 제법 많다. 든든하게 속을 채운 후 제황산공원에서 진해 시가지를 바라본다.
제황산공원에서 장복산공원으로 향한다. 여좌천, 안민고개와 함께 진해 벚꽃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다. 여좌천에 벚꽃이 만개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안민고개와 장복산에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장복산조각공원 초입부터 늘어선 벚꽃이 어서 오라고 반긴다. 장복산은 여좌천에 비해 확실히 덜하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이들도 활짝 피어날 것이다. 뒤늦게 진해로 벚꽃구경을 온다면 장복산을 우선적으로 찾아가면 된다.

안 민고개 . 벚꽃이 줄이 지어 이어지는 풍경과 진해 시가지를 볼 수 있다
장복산에서 진해만과 닿은 진해루로 향한다. 석양이 아름다운 진해만을 바라볼 수 있다. 남해를 바라보는 진해루 뒤 도로에는 벚꽃이 또 한창이다. 이제 경화역으로 향한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어깨동무한 벚꽃터널이 아련하다. 매일 같이 지나는 동네 꼬마들에게는 등하교길, 일 년에 한번 찾은 이들에게는 관광명소다. 지난 2000년 철거된 초라한 간이역은 일년에 한번, 벚꽃이 만발할 때면 몰려드는 사람과 함께 잠시 열차가 선다.
경화역에서 안민고개로 향한다. 이번 봄날의 진해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구불구불 이어진 안민고개는 ‘진해드림로드’로 이름 붙은 구간이 있을 정도로 미모를 자랑한다. 중간중간 주차 공간이 있으니 멈춰 구경해도 좋다. 정상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제법 보인다. 꽃비를 타고 봄날은 간다. 꽃비에 숨겨 놓은 연서는 언제쯤 도착할까.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