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 바다를 즐기며 여름을 잊다

6월부터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여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이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에 주말이면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 이럴 땐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바다가 어떨까. 맑은 바닷물에 풍덩 빠져 스노클링을 해도 좋고, 작은 카누에 올라 바다 위의 계곡을 누려도 좋은 강원도 삼척시를 추천한다. 온 가족이 함께 시원한 여름을 누려보자.

이국적 풍경의 바다를 만나다
장호어촌 체험마을

한국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는 바다가 육지를 향해 둥글게 파고들어온 천혜의 항구다. 이곳에 붙여진 별명은 어업이 발달했음을 알려주는 ‘고래무덤’. 고래잡이가 금지되기 전까지 이 마을에 고래 해체장이 있었다고 하니, 그만큼 마을도 풍성했을 터이다.
물론 지금의 마을을 풍성하게 하는 것 역시, 바다. 맑은 바다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어촌체험마을(070-4132-1601, www.jhbada.com)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장호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체험은 해양스포츠다. 해외의 휴양지에서나 즐길 수 있던 스노클링, 바다 밑을 관찰할 수 있는 투명 카누 생태탐험, 바다 래프팅, 짜릿한 손맛을 누릴 수 있는 바다낚시, 어부의 하루를 체험하는 어업생활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은 투명카누체험이다. 마을 안쪽 깊숙이에 자리한 선착장으로 가면 구명조끼, 카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카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로 노 젓는 방법만 알면 아이들끼리 배에 올라도 안전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을에는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준비되어 있다. 바다 끝에 부레를 띄워 경계를 표시해 두고, 카누가 바다에 떠 있는 동안엔 안전요원들의 눈이 여행자들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노란색의 카약과 모터보트가 구조와 안전지도를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다체험을 안전하게 해주는 것은 장호리 바다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바위지대이다.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들이 줄지어 있어 잔잔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날씨가 나빠지면 체험을 운영하지 않는다. 장호리 해양스포츠 체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진다.

바다를 마음껏 즐기다
투명 카누 체험
아이와 함께 투명카누에 오르면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다. 아이들은 투명카누를 타면 주위 풍경보다 바다 밑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바닷속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카누 바닥을 통해 보이는 해초와 그 사이를 오가는 도삼치, 놀래미 등의 물고기, 바다의 별이라 불리는 불가사리와 성게, 문어와 해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손만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바다를 좀 더 적극적으로 누리고 싶다면 스노클링에 도전해보자. 수경과 마우스피스, 구명조끼 등의 장비를 갖추고 바닷속으로 뛰어들면 장호리의 맑은 바다가 그대로 품에 들어온다. 스노클링 후 이용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싱싱한 해산물이 눈에 띄는데 잡을 수 없다는 것.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물속에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은 바닷가 바위에서 풀 수 있다. 물 빠진 해변으로 내려가 바위를 뒤집기만 하면 작은 게와 고둥을 마음껏 잡을 수 있다. 손맛을 즐기기 충분한 시간이다. 좀 더 적극적인 손맛을 원하면 바다낚시에 도전해보자. 장호리는 낚시 마니아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갯바위 낚시 포인트다.
장호리 바다에서는 해녀들의 물질 모습도 볼 수 있다. 해녀들은 동해의 맑은 바다에서 미역과 성게, 해삼, 전복 등을 따 어촌계의 확인을 받은 후 마을 식당에 판매한다. 이때,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잡아온 해산물이 마을에서 정한 크기를 넘겼는지를 재는 것. 마을에서 정한 것보다 작은 크기의 해산물은 다시 바다로 돌려 보내진다.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마을 식당에 일정한 크기 이상의 상품을 보급함으로써 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동해안 어촌의 역사를 배우고 해변을 즐기다.
해신당과 해양 레일바이크
장호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삼척어부들의 삶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에 자리한 해신당공원이다. 이곳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처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든 해신당이 있다. 아직도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실물모양의 남근을 깎아 이곳에 제사를 지낸다고. 그래서인지 공원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모습의 남근조각상을 만난다. 해신당공원 안에 자리한 어촌민속전시관(033-572-4429)에서 해신당에 얽힌 이야기와 동해안 어촌의 옛 모습, 동해안별신굿, 바닷가 금기사항 등 다양한 풍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장호리에서 삼척시가지 쪽으로 이동하면 해양레일바이크(www.oceanrailbike.com)를 즐길 수 있다. 근덕면 용화리에서 궁촌리를 오가는 5.4km 길이의 해양레일바이크는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기찻길을 달리며 해송숲과 억새군락지, 터널 등을 지난다. 중간지점인 초곡 쉼터에서 잠시 바다와 함께 쉴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해양레일바이크는 편도로 운영된다. 용화역 또는 궁촌역에 주차를 한 후 레일바이크를 즐기고 출발한 역으로 되돌아올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예약 필수.

광산촌의 새로운 꿈을 만나다
도계 유리마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에는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도계유리마을(033-541-6259, cafe.naver.com/glassvill) 사람들이다. 석탄광산으로 유명한 이곳에 유리마을이 자리하게 된 것은 쌓여있는 광석의 무게로 말미암은 지반침하, 빗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가진 폐석탄 때문이다. 발열량이 낮아 버려지는 폐석탄 속에 유리를 만들 수 있는 규사가 75%나 함유되어 있다고. 유리를 만들어 지역주민의 소득을 높이고 폐광석의 소모를 유도할 수 있으니 지역발전에 공헌하는 공간인 셈이다. 유리공방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도계 거주자들을 최우선으로 고용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유리제품은 녹색 또는 검은색을 띄는 것이 많다. 이는 폐석탄에서 추출해낸 규사에 철분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유리타일 만들기, 단열과 화재에 강한 발포유리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이곳에서 유리공예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유리를 불에 달궈 원하는 모양의 장신구 만들기, 컵에 그림을 그려 붙인 후 모래로 깎아내는 세상에 하나뿐인 컵 만들기 등이다. 가족만의 특별한 여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가는길
동해고속도로 동해톨게이트로 나와 삼척 방향 7번 국도로 진입, 삼척시가지를 지나 근덕∙울진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울진 방향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용화IC로 나오면 장호항 이정표가 있다. 장호항에서 울진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어촌민속전시관이 있는 해신당공원이 있고, 반대로 삼척 시내 쪽으로 올라가면 해양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용화역과 궁촌역이 있다. 삼척 시내에서 대금굴∙환선굴 이정표를 따라 가면 대이리 동굴지대를 지나 도계유리마을로 길이 이어진다.
맛집
장호리 해녀들이 잡은 싱싱한 해산물은 마을의 식당들에서 맛볼 수 있다. 정라항 인근에는 곰치국을 내는 식당(단골식당 033-574-1536)들이 많다. 강원도의 콩으로 두부를 빚는 고향순두부(033-574-5818), 메밀국수로 이름난 부일막국수(033-572-1277)도 삼척의 맛집이다.
잠잘 곳
장호리에 장호바다민박(033-573-5149), 장호항콘도식민박(033-572-4204) 등 숙박업소가 많다. 편안한 숙소를 원하면 정상동에 자리한 삼척온천관광호텔(033-573-9696, www.sc-hotel.co.kr)이나 정하동 바닷가에 자리한 호텔 팰리스(033-575-7000, www.palace-hotel.co.kr)를 이용하면 된다.
글∙사진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한은희(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