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프라이빗 해변 에서 즐기는 여름휴가

세파에 찌든 직장인이라면 몰디브 같은 섬에서 며칠씩 휴가를 보내고 싶은 꿈을 꾼다. 혹시 시간과 돈 때문에 해외에 가지 못한다면 경북 울진을 여름 휴가지로 정하면 어떨까? 울진이야말로 몰디브에 뒤지지 않는 청정바다가 있고 한국토종소나무인 금강소나무 숲이 빼곡하며 계곡은 물론 동굴까지 품고 있어 가히 여름피서지 종합선물세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국의 몰디브 덕신해변.

대한민국 최고의 바다드라이브 길을 따라

7번 국도를 달리다가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프라이빗 해변이 된다. 최북단 고포항에서 최남단 후포항까지 82km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다드라이브 길이다. 그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고속도로처럼 내뻗은 7번 국도를 내달리는 것보다 해안선을 따라 부지런히 들락거려야 동해 오징어의 육즙처럼 구수한 맛이 우러난다. 예쁜 포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 선비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관동팔경의 정자와 기암괴석, 먹을거리까지 꼬치에 꿴 어묵처럼 절경을 하나씩 빼먹으며 유람하면 그만이다.

울진의 바다길 여정은 가장 북쪽인 고포항 부터 시작한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도로 갈라지는 경계선이 놓여있다. 이렇다보니 두 개 도에 걸쳐 땅을 가진 마을 사람도 있으며 앞집에 전화하려면 시외전화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재미난 동네다. 고포항의 미역은 고려 때부터 왕궁의 진상품으로 바쳤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고 하는데 왕자가 태어나면 고포미역을, 공주가 태어나면 기장 미역을 썼다고 해 고포 것을 더 알아주었다고 한다. 딸을 선호하는 요즘은 거꾸로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울진 원자력발전소 남쪽에 자리한 죽변항은 높이 15m의 울진 등대가 서 있는 동해의 어로기지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 맛은 임금님도 감탄 했어.’ 라는 대사 하나 때문에 영덕과 대게 원조전쟁까지 벌인 대게 집산지이기도 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 속살은 동해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밖에 오징어, 꽁치, 고등어까지 많이 잡혀, 다른 곳보다 해산물을 싱싱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국보 제242호인 신라봉평비죽변항 뒤편 대숲을 따라 200m쯤 오르면 드라마 <폭풍속으로>세트가 파란 바다와 함께 동화 속 풍경을 일구어내고 있다. ‘ㄱ’자 모양의 예쁜 집이 바다를 배경삼아 서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숲소리와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면 이국적 분위기의 선착장이 있어 바다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을 만하다. 죽변항 남쪽 봉평에는 봉평신라비(국보 제242호)가 1,500여년의 세월의 무게를 지고 있다. 이 지역이 신라에 병합된 후에도 큰 항쟁이 일어나자 신라 조정에서 난을 진압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비를 세웠다. 덕천리부터 온양리까지 해변이 무려 10km나 이어지며 한여름 고운 해당화가 활짝 피어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다.

여름이 기다려지는 망양의 절경

동해를 바라보며 날을 듯 앉아 있는 망양정은 울진읍내에 자리잡고 있다. 숙종이 ‘관동팔경의 경관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극찬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한 것이다.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등장하며, 정선의 그림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렇듯 옛 선비들은 관동팔경을 유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여름이 되면 정자주변은 온통 벌개미취 군락이며 발아래는 코발트빛 바다와 백사장이 펼쳐진다.
관동팔경 중에 하나인 망양정과 벌개미취군락

1급수 왕피천은 망양해수욕장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해의 해수욕장 보다 수온이 높아 아이들이 좋아한다. 왕피천변에는 5~8월에 은어가, 9~10월에 연어가 회귀한다. 폭염이 몰아치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는 천연 에어컨 시설을 갖춘 성류굴로 피신(?)하면 된다. 총길이 475m에 달하며, 바깥 수은주가 35도나 치솟아도 동굴은 연중 15도를 유지해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이다.

망양정에서 오산항까지는 7번 국도보다는 920번 지방도와 해안도로를 번갈아 타야 해변 드라이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름 모를 포구에 들어가 고깃배를 구경해도 좋고, 촛대바위 앞에서 맘껏 폼을 잡아도 좋다. 차를 멈추고 옷을 훌렁 벗고 바다로 들어가면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나만의 해변이 된다. 세파의 때가 아직 덜 묻었기에 민박집 주인의 인심 또한 후하다.

물이 맑아 바닥이 훤히 보이는 덕신해변

특히 망양휴게소 근처는 몰디브의 산호 해변을 연상케 할 정도로 코발트 물빛이 황홀한데 수면아래 3m 바닥까지 훤히 보여 물고기가 노는 곳에 낚싯대를 던지면 고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물속에 들어가 바위틈에 붙어 있는 홍합이나 게를 즉석에서 따먹는 마을 노인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그 아래쪽에 있는 기성망양해수욕장은 늘씬한 해송과 하얀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변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이 찾을 만하다.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한적하게 백사장을 걷는 기분이 남다르며, 여름이면 오징어 거리가 형성되어 빨래처럼 펄럭이는 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근처에 대게모형이 서 있는 해변공원이 있으니 기념사진 한 방 박는 것을 놓치지 마라.

관동팔경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월송정은 신라 화랑들이 몸을 단련했던 도장으로,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솔숲과 명사십리 해변의 아름다움은 세상 시름을 잊게 할 정도로 절경이 다. 옛 선인들이 달밤에 송림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월송정’이라 불리는데,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무척이나 서정적이다. 솔숲 산책로가 잘 꾸며졌으며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해풍이 무더위를 식혀줄 만큼 시원하다. 한여름 오토캠핑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으니 가족 캠핑 장소로 그만이다. 월송정 근처 구산해수욕장은 물이 맑기로 소문이 나 있다. 수심 1.2m 안팎이라 바다에 서서 발을 비비면 백합조개를 잡을 수 있다.

울진에서 만나는 계곡과 소나무 숲도 빼놓지 말자

바다가 지겹다면 평해에서 88번 국도를 타고 백암온천까지 백일홍 꽃길을 달리거나 울진읍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40리나 이어진 불영계곡을 찾으면 된다. 불영정에서 통고산까지 기암괴석과 푸른 물이 절경을 만들어내는데 불영정, 선유정 등 계곡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서 있다. 의상대, 창옥병, 조계등, 거북돌 등 바위마다 전설을 품고 있다.

특히 불영사를 지나 새터휴게소 직전에 있는 사랑바위는 남녀가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하고 있어 연인들이 일부러 찾는 명소다. ‘부처님의 그림자’란 이름의 불영사는 비구니 사찰답게 정갈하다. 연못, 화단, 채소밭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사찰 내에는 응진전(보물 제730호),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등 보물이 무더기로 있어 답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소광리금강송림은 금강산과 태백산백 자락에만 자란다는 금강소나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황장봉산으로 지정해 관리해 와서 이곳의 금강송은 가장 좋은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수령 80년, 이 중 10그루는 500년이 넘는다고 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2시간 짜리 에코탐방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미리 예약하면 재미난 숲해설을 들을 수 있다. 울진-36번 국도-불영계곡-광천교-우회전-15km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 여행정보

1박 2일 울진 여행코스
(1일)동해IC-고포항-죽변항-점심-불영계곡-소광리금강송군락지-월송정-통고산자연휴양림 숙박
(2일)망향정-망양휴게소-월송정-후포항-백암온천-영양-봉화-영주IC(중앙고속도로)

길안내
서울-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IC-7번국도-삼척-원독-호산-나곡

맛집
통째로 삶아먹는 울진대개는 쫄깃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죽변항 뉴태평양회센타(054-782-4936), 7호횟집(054-783-9713)이 잘한다. 후포항의 선창횟집(054-788-3301), 청풍회식당(054-788-4044)은 자연산 활어회가 유명하고, 성류굴 주차장 앞에 있는 광주식당(054-782-2048)은 산채백반을 잘한다. 덕구온천부근에는 옹심이칼국수(054-783-5820)에서는 메밀과 검정콩의 조화로 이뤄낸 감자옹심이가 맛있다.

숙박
덕구온천은 땅에서 솟아나온 온천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국내유일의 온천으로 호텔, 스파월드, 야외온천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 벽산덕구온천콘도(054-783-0811) 이외에도 여관과 모텔이 몰려 있다. 백암온천은 천연알카리성 라듐성분을 함유한 온천으로 부부과 함께 목욕하면 아들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백암관광호텔(054-787-3500), 백암한화콘도(054-787-7001) 등 이 있으며 우리나라 휴양림 중에서 가장 큰 통고산자연휴양림(054-783-3167 www.huyang.go.kr)은 산림욕장, 통나무집, 야영장, 물놀이장을 갖추고 있다.

자료출처 공감코리아 글·사진/이종원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여행동호회 ‘모놀과 정수(cafe.daum.net/monol4 1만6천명) 대표. <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100><우리나라 어디까지 가봤니56><한국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 등 개인서적과 20여 권의 공저가 있다. 2008년 터키문화원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 2012년 ‘한국관광의 별’ 단행본 부문 대상 수상.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원고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