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W항공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후 꺼놓았던 아이폰을 켰다. 순간 3시간 반의 시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정대로 한국에 왔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시간과 몸은 분명히 돌아 왔는데 함께 오지 못한 게 있는 것 같다. 배낭을 보았다. 그대로의 모습이다.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려 집에 도착했다. 늘 그랬듯이 비가 내린다. 여행을 떠나는 날과 도착하는 날엔 어김없이 내리던 비. 오늘도 이번 여행이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추석연휴다. 눈을 떠본다. 생각했던 것 보다 눈꺼풀이 무겁다. 여행의 후유증이 시작된 것일까? 며칠 쉬면 회복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인도에서 취재한 것들을 풀어놓기가 힘들지 모른다. 그래도 머리 한쪽에서는 축 늘어진 몸을 집요하게 일으켜 세운다.
26일, 벌써 5일이 지났다. 15일 동안의 인도여행은 찰나처럼 지나갔지만 머릿속에 식재된 인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자라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모니터 화면에 인도의 풍경이 빠르게 스치듯 지나갔다.
인도에서 가져온 사진과 생각의 보따리들을 풀어 놓기로 결심한 순간 오전까지 씻은 듯 나았던 귀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마호바~바라나시 간 밤기차를 탄 후 아프기 시작하던 귀는 다음 날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더욱 심해졌다. 뇌 속을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몇 초 간격으로 계속된 것이다. 약국에서 항생제인 아목시실린과 진통제 이부푸로펜을 사서 복용했다.
약 덕분에 이틀 동안 바라나시를 돌아보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머리 전체에 전류처럼 흐르는 간헐적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우랑가바드에서는 병원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변두리 동물병원보다 작은 병원(MEDICAL이라는 간판만 없으면 도저히 병원이라고 할 수 없는)이 하나 있었다. 진찰실과 환자 대기실은 커튼으로 구분해 놓았고 대기실은 두 세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이다. 간호사도 없다. 의사 혼자서 환자를 보고 처방을 해 주었다.
조금 기다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인사만 하고 나왔다. 약국을 찾아가 다시 아목시실린과 이부프로펜을 사서 먹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15일간의 인도세계문화유산답사일정을 마쳤다.
집에 와서 며칠간 몽롱한 상태로 지내다 추석연휴가 끝난 24일 병원에 가보았다.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벌레가 들어가서 죽어있다면 빼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비인후과 의사는 작은 랜턴이 달린 기구를 통해 귓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상처가 조금 있을 뿐 벌레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의 말대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귓속 상태는 좋았다. 그런데 우연인지 내 머릿속에서 인도를 끄집어 낸 순간 사라졌던 귓속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재발된 통증을 느끼면서 인도에서의 시간을 되감는다. 인도를 취재할 때와는 정반대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최대한 느린 속도로 시간의 태엽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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