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신유기자) 수줍고 고운 자태에 사람들의 시선이 멈춘다 . 봄처녀 ? 아니다 . 봄처녀 같은 중부내륙순환열차다 .
기차에 색을 입히니 모든 게 달라졌다 . 철길을 달리는 열차가 오선지의 음표 따라 구현되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울려 퍼진다 .
바쁜 일상에 짓눌림을 느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 , 계란을 까먹으며 햇빛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기차역 들 과 산야를 느긋이 바라보며 어떤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그 것 , 바로 기차여행이다 . 그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관광 전용 열차를 코레일이 프로포즈 반지처럼 공들이고 공들여서 내놓았다.
중부내륙순환열차 O 트레인 (O-train) 과 백두대간협곡열차 V 트레인 (V-train) 이다 . O 트레인은 중앙선 , 영동선 , 태백선 등의 순환구간 중에 주변관광지와 연계가 높으면서 탁월한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국내최초 전용열차이다 . V 트레인 (V-train) 은 분천과 양원 , 승부 , 철암 구간을 오가며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
코레일이 전하는 프로포즈 같은 중부내륙순환열차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
백두대간의 탁월한 경치를 선사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 O 트레인
O 트레인 (O-train) 은 백두대간의 비경을 철도로 이어주는 국내최초 전용열차이다 . 순환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O’ 와 ‘One’ 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영동 태백 중앙선을 원스톱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정기열차이기도 하다 . 정차하는 역은 제천 , 영월 , 민둥산 , 고한 , 추전 , 태백 , 철암 , 승부 , 분천 , 춘양 , 봉화 , 영주 , 풍기 , 단양 등 14 개 역 (252.2km) 으로 하루 4 회 운행하며 , 4 시간 50 분이 소요된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 역에서는 10 분간 정차한다 .
봄처녀 같이 곱게 단장한 열차를 보면 절로 시선이 머문다 . 얼굴만 예쁜가 . 내면은 더 아름답다 . 객실 천정이며 좌석에 사계절의 미 ( 美 ) 가 화폭처럼 담겼다 . HD 급 전망 모니터가 설치되어 철도가 달리는 모습을 객실에서 앉아서도 볼 수 있다 . 좌석은 가족석 (48 석 ), 커플룸 (4 석 ), 패밀리룸 (4 석 ), 휠체어석 (7 석 ) 으로 구성되었으니 커플룸과 패밀리룸은 자리경쟁이 치열할 듯하다 . 객차에 있는 작은 화목난로에서 고구마 , 감자 , 존드기 같은 군입거리도 구워먹을 수 있다 . 뿐만 아니라 유아 놀이시설 , 카페 , 휴대폰 충전을 위한 전기콘센트 등 다양한 승객층의 수요와 편의를 아우르는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
낭만을 싣고 달리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 트레인
‘V’ 자 같은 협곡을 운행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V 트레인 (V-train) 을 타보지 않고 백두대간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 ’ 는 명언이 곧 생길 듯하다 . 그 어떤 교통수단이나 걸음걸이로도 V 트레인이 선사하는 태백준령의 절경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 김치가 맛있다고 하면 머리로 이해가 될까 ? 입으로 직접 먹어봐야 맛을 아는 만큼 V 트레인도 타봐야 그 맛을 안다 . 감상시간이라고 부르고 싶은 운행시간은 1 시간 10 분이다 .
가장 험준하면서 경치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천에서 석포까지는 속도를 낮춰 천천히 이동하기도 한다 . 특히 양원역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간직한 곳이다 . ‘ 보통사람 ’ 을 표방하던 노태우 정부 시절 우리 같은 작은 마을에도 열차가 서게 해달라는 주민들이 간절한 바람으로 역사가 지어진 곳이다 .
열차 앞머리는 산하를 마음껏 누비는 백호의 씩씩한 기상을 앙증맞게 형상화하였다 . 천정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유리로 만들었고 좌석에서는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 자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으로 전력을 자체 해결하는 독순이 열차다 . 한편 내부는 60 ~ 70 년대 복고 분위기이다 .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좌석과 접이식 승강문 , 옛날식 목탄난로 , 털털 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 귀여운 백열전구 등등 곳곳에 추억을 한 아름 안겨주는 장식품들로 가득이다 . 한편 V 트레인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출발 전 미리 볼 일을 봐두는 게 좋다 .
관광열차 주변 관광지와 맛집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끌어올리고 싶다면 열차가 곳곳에 정차하니 주변 관광지를 둘러봄직하다 . 열차 안에서 편안히 쉬며 산수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일품이지만 , 수도권 등지에서 출발할 경우 왕복에 반나절 이상이 소요되니 여행계획을 세울 때 참고하자 . 이를 위해 코레일에서는 순환 ․ 협곡열차의 주요 정거장을 기점으로 지자체와 여행사의 협력 아래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 또한 산촌마을의 열악한 교통수단을 대체할 시티투어버스 , 전용관광버스 등의 연계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돌아보기에 용이할 것이다 . 그 중의 몇 곳을 소개한다 .
재미가 펀 (Fun) 펀 (Fun) 터지는 정선
O 트레인은 정선역에 정차하지 않지만 시티투어와 연계하여 둘러볼 수 있다 . 병방치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는 솜털이 서는 듯 한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아우라지는 절경이었다 .
오래 전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뗏목이 출발하던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작품무대이기도 하다 . 하천변에는 정선아리랑의 가사 속에서 임을 기다리는 처녀상과 정자각 ( 여성상 ) 이 있다 .
강 건너편에는 정선아리랑 전수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의 원류인 정선아리랑 공연을 볼 수 있다 . 관객들과 호흡하는 듯 한 진행에 어깨춤이 절로 춰진다 . 조선 개국 초기 고려왕조를 섬기던 선비들이 정선지방으로 숨어 지내면서 과거에 대한 회상과 가족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시로 남겼다 . 이 한시가 구전된 토착요에 후렴을 달아 불린 것이 지금의 정선아리랑이다 .
가까운 곳에 하이원 리조트와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다 . 정선의 자랑 , 곤드레 나물로 지은 밥도 지나칠 수 없는 별미다 . 곤드레는 나물 중에서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었던 식물이다 . 밥이나 죽 , 국으로 만들어 먹기에 좋다 . 과거 우리 선조들은 곤드레 나물로 어려운 보릿고개를 버티며 살았다 .
화암동굴은 금광과 석회석 자연동굴이 함께 어우러진 국내 최초의 테마형 동굴이다 . 동굴에 스민 역사와 과학을 한 번에 공부할 수 있어 초등학생 이상 자녀에게 이만한 산 공부의 장이 없다 . 하부갱도와 상부갱도를 365 개의 계단으로 연결하여 석회석 생성물과 종유석의 모습을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 . " 금의 세계 ", " 동화의 나라 " 라는 테마로 금광석의 생산 , 생산에 얽힌 역사 , 금제품의 조물에서 쓰임까지 전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 총 관람길이는 1,803m 이며 관람에 소요되는 시간은 1 시간 30 분 정도이다 .
심금을 울리는 힐링의 고장 울진
V 트레인이 정차한 곳에서 멀지 않은 울진의 비구니 절 불영사를 찾아가보자 . 신라 진덕여왕 5 년 (651) 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 오래된 세월만큼 문화유적이 많아 볼거리가 풍부하다 . 그중 대웅보전 ( 보물 1201 호 ) 은 석가모니불상을 모셔 놓은 중심 법당으로 , 탱화의 기록으로 미루어 영조 11 년 (1735) 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
불영사로 가는 계곡은 2012 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99 곳 ‘ 중 한 곳이다 . 길이 15km 의 수려한 계곡은 명승 6 호로 지정될 만하다 . 희귀한 꼬리진달래와 백리향을 비롯해 560 여 종류의 식물이 이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 기기묘묘한 바위와 낭떠러지 아래 보이는 맑은 물은 대지뿐 아니라 사람의 가슴까지 적실 것만 같다 . 그래서인지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
한 마리당 2 천만 원을 호가하는 물고기가 있다고도 하는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을 둘러보고 , 궁중에 진상되어져왔다는 울진대게로 푸짐하게 마무리하면 차오르는 포만감이 양반 팔자 부럽지 않을 것이다 .
글 신유 ( 여행 칼럼니스트 ), 사진 안성의 ( 사진작가 ) Copyright @ 미디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