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강정호 기자)19세기 말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발라랏(Ballarat)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유럽과 중국 등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금을 찾아 몰려드는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도시는 빠르게 성장했다. 발라랏은 관광객들에게 소버린힐과 발라랏 야생동물공원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여전히 골드러시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 역사적 도시에서는 2년마다 발라랏 국제 사진 비엔날레가 열린다. 올해의 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은 놀랍게도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강영호는 한국의 커머셜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을 찍을 때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는 습관 때문에 ‘춤추는 포토그래퍼’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 수업 하나 들어본 적 없는 강영호는 1998년 그의 여자친구를 찍는 것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그 사진이 우연히 패션계의 주목을 끌었고, 곧이어 패션광고를 위한 촬영을 제안 받았다. 그 후로 더 많은 광고촬영을 맡게 되었고, 삼성, 지오다노, SK텔레콤, 롯데 등 약 1,200개의 광고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또한 영화 ‘인터뷰’를 시작으로 100개가 넘는 영화포스터를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최고의 상업 사진작가로 손꼽힌다.
거울을 사용해 자신의 모습을 찍은 시리즈’99 Variation’은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출품은 호주에서는 그의 첫 전시이기도 한데, 첫 전시치고는 호주인들의 관심이 너무 많이 쏠려 화려한 데뷔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제 작품을 사진과 순수예술, 전형적인 퍼포먼스를 넘어서, 이 모든 것을 융합하여 ‘분리된 객체 사이의 연결’을 표현하는 행위의 전시로 생각합니다.”
‘99 Variations’는 강영호 자신을 객체로 한 비주얼 탐험이라고 볼 수 있다. 포토그래퍼로서의 그의 재능과 렌즈 뒤에서의 그의 재능 그리고 춤과 퍼포밍에 대한 열정을 하나로 합친 작품의 시리즈이다. ‘거울’은 그가 감독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한 무대이고, 하나의 자아와 또 다른 자아 사이의 거리를 메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피사체와 주체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면서 자아의 고정된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다. “내가 거울을 찍는 것인지, 거울이 나를 찍는 것인지 모릅니다. 거울을 들여다 보며 나 자신을 찍으면 나의 상상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창조됩니다. 나는 그것을 ‘나’를 재창조하는 방법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발라랏 국제 사진 비엔날레, BIFB’13은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규모의 사진 전시 회이다. 이 비엔날레의 목표는 현재 사회의 화제가 되는 이슈들을 사진을 통해 강조하고 예술적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한 달간 계속되는 이 사진 전시회는 호주와 전세계의 가장 혁신적인 현대 작품들을 전시한다.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작품 외에도 호주 최고의 사진작가 존 카토(1926-2011)의 후기 작품과 2011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의 영향을 받은 뉴질랜드 예술가 덕 로스의 초상화 시리즈도 주목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독일,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지의 20세기 화두가 될 만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아트프로그램과 워크샵 마스터클래스, 예술가와의 대화 및 세미나 등이 역사적 도시 발라랏의 골드필드 타운 곳곳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15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