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패키지여행사와 전문여행사 간 업무 구별이 흐릿해지고 있다 . 고객들의 취향은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공급해야 할 서비스도 한층 다양해지면서 규모와 자본 면에서 영세한 전문여행사의 생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추세다 . 여행시장에서 전문업체들의 현 상황과 경쟁력 , 향후 비전 등을 취재했다 .
“ 콘텐츠 갖추면 승산 있어 VS 소비자보다 전문적일 수 없다 ”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상품 , 여행타입 등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소수를 위한 여행을 지향하는 전문사들이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 개별자유여행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전문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상품 출시와 대형사들의 독점으로 시장 자체가 침체되는 분위기다 .
초대형 여행사들이 규모 확장을 위해 패키지뿐만 아니라 현지투어 , 특수여행 , 허니문 , 골프 , 크루즈 등 전문사들의 주요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전문사들이 경영 악화에 시달린다는 것 . 실제 선두주자인 하나투어는 패키지를 기본으로 자유여행 상품 및 현지투어 , 배낭여행 , 허니문 , 골프 , 크루즈 등 전문여행 브랜드를 각각 론칭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문사 못지 않은 고정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 모두투어 역시 허니문 , 골프 , 크루즈 등 패키지만큼 전문 여행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
이들 기업은 지난 7 월에만 각각 약 176,000 여 명과 82,100 여 명의 여행자를 송출한 대형 기업이다 . 지난 8 월 3 일 인천공항 전체 이용객이 150,000 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여행사가 전체 여행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에 반해 몸집이 작은 전문여행사들은 대형사에 밀리거나 흡수되고 있는 것이 현실 . 특히 뚜렷한 특징 없이 대형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여행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
업계 관계자들은 “ 전문사로서 살아남으려면 뚜렷한 컬러와 함께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나 상품을 보유해야 한다 ” 고 설명했다 . 또한 “ 소비자가 인지도와 안전성이 확보된 대형 종합여행사가 아니라 전문사를 찾는 이유는 종합여행사보다 더 디테일한 상품 정보와 똑같은 패키지 상품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 ” 이라고 덧붙였다 .
실제로 담당자들은 전문사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장소를 알기 위해 혹은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투어상품과 종합여행사에는 없는 현지 서비스를 받고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 모아 말했다 .
한국으로 일하러 온 동남아 노무자를 대상으로 한 현지 티켓 , 항공권예약 전문여행사 △ 파워콜 혹은 미군을 타깃으로 휴가 시 미군들의 항공티켓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 애플항공여행사 (USO 지점 ) △ 샤프투어 등이 틈새 공략으로 소리 없이 성장한 여행사들이다 . 이 밖에 스포츠 투어를 메인으로한 △ 오픈케어는 6 대 메이저 마라톤과 7 대륙 마라톤 , 싸이클 투어 등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전문 여행사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종합여행사와 비슷한 상품을 팔지 않고 상품 군이 비슷할 경우 자사만의 노하우를 살린 디테일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 특히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여행사들은 종합여행사와 같은 지역을 취급하더라도 디테일한 일정과 서비스 강화에 차별화를 둔다는 것이다.
혜초여행사 백재호 팀장은 “ 전문여행사의 오랜 노하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종합여행사의 전문여행상품 역시 점차 디테일해지고 있다 . 또한 전문사에는 없는 고객서비스 제도와 마케팅이라는 서포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종합여행사 못잖은 서비스와 마케팅을 펼쳐야 생존할 수 있다 ” 고 말했다 .
또 다른 관계자는 “ 전문사만이 판매할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을 갖추고 대형사 수준의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한다면 경쟁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론도 있었다 . 취재 결과 많은 전문사 관계자들은 여행사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과는 별개로 여행사를 나누는 기준이 무의미해졌다며 전문사의 시대는 끝났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 이들은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자본을 통해 버틸 수 있는 대형사라고 쓴소리를 냈다 .
익명을 요구한 A 사 대표는 “ 노하우를 만들라 , 혹은 콘텐츠를 키워라 등 허울 좋은 말일 뿐이다 . 솔직히 말해 지금 같이 어려운 상황에 전문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대형사의 대리점 간판을 달아 수익을 보존하면서 개인적인 영업을 뛰는 방법외엔 없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가 흘러 넘치고 소비자 의식수준이 달라진 지금 여행사가 소비자를 현혹시켜 상품을 팔거나 소비자 우위에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행사가 소비자 보다 전문적일 수 없는 상황이다. ” 고 지적했다 .
대형여행사의 무차별한 영역확장과 저가 덤핑행위에도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으로 한국해외여행시장의 소금이 되었던 전문여행사, 넘쳐나는 정보로 소비자 직접 여행디자인의 형태로 여행패턴이 바뀌면서 대형여행사에 종속되거나 문을 닫을 위기에 봉착한 현실이 못 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