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 월 문을 연 무주 태권도원의 지난 6 개월 동안 방문객은 12 만 4 천 명이다 . 언뜻 보면 매달 2 만명이나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속사정을 알면 그렇지도 않다 . ‘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 와 ‘ 태권도 국제청소년 캠프 ’ 등 행사가 있었던 지난 7 월과 8 월에 집중된 관광객 (6 만 9 천 명 ) 을 빼면 나머지 넉 달간 하루 평균 방문객이 458 명에 불과하다 .
2 천 500 억 원을 들여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에 비해 개장 초기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한 셈이다 . 숙박시설 투숙률도 10% 가 채 안 되는 등 전국 휴양콘도 비수기의 객실 평균 이용률 (16.6%) 보다 못하다는 지적이다 . 이러다 보니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란 당초 기대는 온데간데없다 . 무주군에서 음식점을 하는 K 사장 (45) 은 “ 대부분 단체로 관광버스를 이용해 태권도원을 찾다 보니 지역에 떨어지는 게 전혀 없다 ” 며 “ 주유소조차 태권도원의 훈 짐을 쬐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 고 하소연했다 .
무주군청에서 순환버스로 1 시간 , 승용차로 30 분이나 걸리는 ‘ 취약한 접근성 ’ 문제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전국 각지의 후보지를 엄격히 심사한 후 심산유곡의 무주군 설천면에 세계적인 명소가 들어섰지만 군의 중심 상업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 순환 관광 ’ 을 기대하기 어렵고 ,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
개원 초기의 부진한 성적표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 1 천억 원 이상의 민자 유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 인근의 상권 형성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 태권도원이 죽을 쑤는 마당에 무슨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 태권도원의 한 관계자는 “ 초기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내 각지의 방문객을 끌어들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 ” 며 “ 주말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늘고 있어 가족 패키지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방침 ” 이라고 말했다 .
당초 큰 그림이 뒤틀리고 관련 단체가 이전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 태권도원은 태권도 종주국의 면모를 보여 줄 관련 시설물을 조성하고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등 관련 단체가 일종의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하지만 1 조 원대의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은 6 천 800 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고 , 다시 4 천 800 억 원대로 졸아들더니 급기야 지금의 2 천 475 억 원에서 뚝딱 마무리된 것이다 . 관련 단체도 일부 기능만 이곳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는 등 세계 태권도 메카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태권도원의 개원이 무주군 , 나아가 전북도의 경제와 관광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관광자원에 스토리를 입혀 서로 연계하는 작업부터 태권도의 매력에 빠져 있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 관광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또 정부 차원에서 관련 단체를 일괄이전토록 하는 등 세계 최대의 태권도 성지를 국가 차원에서 홍보하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무주군의 한 관계자는 “ 무주 하면 태권도 메카로 생각할 수 있도록 태권도원을 무주 관광에 접목하고 있다 ” 며 “ 상설 시범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가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 ” 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