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의 신조류, 세미패키지로 떠난다.

자유나침반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고객들의 세미패키지 상품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미디어원=진보라 기자) 해마다 해외여행객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과 동남아는 물론이고 , 유럽여행 또한 대중화가 되어가고 있다 . 해외여행의 대중화가 시작되면서 여행의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는 시점이다 .

여행사가 주관하여 미리 정해진 여행 일정에 따라 각종 교통편과 숙박시설 , 기타 편의 시설을 이용하게 되어있는 패키지여행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해진 일정 틀에 맞춰 여행하고 , 가이드의 터무니없는 옵션투어 , 팁 , 쇼핑 등의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이러한 패키지여행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환영 받는 여행 스타일이 바로 ‘ 세미패키지 ’ 다 .

– 패키지와 FIT 성격 합쳐진 새로운 시장
– 자유일정 길어지고 , 선택관광 많아지고
– 옵션 가격경쟁력 어떻게 갖출지가 고민

항공과 호텔이 접목된 에어텔이 좀 더 자유여행의 성격에 가깝다면 , 세미패키지는 패키지의 성격에 기울어져 있다 . 자유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젊은 여행자들의 유출이 생기다보니 패키지만 판매하던 여행사들도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 대표적인 것이 패키지 일정 중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일정을 빼놓고 자유시간을 주는 ‘ 세미패키지 ’ 였다 .

몇시간이던 일정 중 자유시간이 포함되면 대부분 세미패키지로 나뉘지만 지금의 세미패키지는 과거와 비교해 좀 더 과감해졌다 . 전체 일정이 3 박 4 일이라면 ,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외한 둘째날과 셋째날이 모두 자유일정일 정도로 자유시간이 길어졌다 . 여행자들은 패키지처럼 항공과 호텔 , 그리고 픽업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고 , 남은 시간엔 휴식이나 관광 등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현재는 주로 파타야 , 푸켓 , 보라카이 등 동남아 휴양지 중심으로 세미패키지가 자리잡고 있다 . 하나투어 동남아팀 주난수 부장은 “ 에어텔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으로 기획했다 ” 며 “ 세미패키지를 계속 늘려가는 추세 ” 라고 설명했다 . “ 실제로 호응도 좋은 편이다 ” 라고 덧붙였다 .

여행사에서 세미패키지를 늘려가는 것은 여행자의 선호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정이 줄어든만큼 여행사 자체적으로도 관리가 편하다는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일정 중 옵션이 모두 빠지기 때문에 지상비가 내려가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 특히 최근 총액표시제 실시로 전반적으로 상품가가 올라간 상황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세미패키지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이용자와의 접점 만들기가 관건

세미패키지의 진짜 진화는 자유일정에서 두드러진다 . 과거 , 일정 중 주어졌던 자유시간은 말 그대로 여행자가 혼자 채워야하는 ‘ 자유시간 ’ 의 의미일 뿐이었다 . 그러나 지금의 자유일정은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면서 판매자가 선택관광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 일반 패키지에서 기본 일정으로 포함되는 각종 투어 , 식사 등을 선택관광으로 돌려놓기 시작한 것이다 . 필수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로 , 여행자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여행사가 제공하는 선택관광을 이용할 수도 있다 .

보통의 세미패키지들은 여행자들이 선택관광을 이용할 때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다 .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 일반적으로 세미패키지는 여행사의 수익은 보장되지만 랜드사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 랜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지 일정이 모두 빠지고 쇼핑센터 방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 따라서 여행자에게 선택관광을 하게끔 유도하는 가이드의 재량이 중요해진다 . 첫째날 여행자와 만나는 순간부터 가이드는 적극적으로 선택관광을 홍보하고 계속 가이드를 찾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 물론 선택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굳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

가이드가 접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쇼핑이다 . 쇼핑센터의 경우 일반적인 패키지가 3 박 5 일 일정에 3~5 번을 방문하지만 , 세미패키지일 경우 2~3 번으로 줄어들어 절대적인 방문량에 차이가 난다 . 자유일정 때는 쇼핑을 갈 수 없으므로 대부분 마지막날로 쇼핑센터 일정을 모두 몰아놓게 된다 . 그러나 일정 중 가이드와 접점이 적었던 여행자들은 마지막날 쇼핑센터를 방문해도 구매에 소극적일 수 있다 .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수인 셈이다 .

최근에는 좀 더 파격적인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 모두투어에서 출시한 ‘ 프리 N 초이스투어 ’ 는 기존 한정적이었던 선택관광의 폭을 최대한 넓힌 것이 특징이다 . 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오락거리와 먹거리를 모두 포함하고 , 가격대에 상관없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모두투어 유경민 과장은 “ 가장 비싼 쇼 , 호텔식 뷔페까지 포함했지만 선택관광에 있어서는 추가비용이 없다 ” 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텔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고 설명했다 . 지난 7 월 1 일 론칭한 방콕 – 파타야 프리 N 초이스투어는 7 월 말까지 약 250 여명이 예약한 상태로 ,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

옵션 개별 예약하는 여행자 잡아야

그러나 세미패키지에도 명암이 존재한다 . 판매자가 원하는 것처럼 여행자가 마냥 따라오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 패키지와 FIT 의 사이에서 세미패키지의 정체성은 아직 모호한 상태다 . 자유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쇼핑일정과 불편을 감수하고 세미패키지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선택관광은 마진이 붙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로컬 가격보다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다 . 때문에 요즘의 소비자들은 굳이 여행사를 통해 선택관광을 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 하나투어 주 부장은 “ 선택관광을 이용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적은 편 ” 이라며 “ 가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나다보니 알아서 예약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 고 전했다 . 때문에 최근엔 옵션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 “ 보라카이의 경우 옵션비를 내리고 경쟁력을 키웠다 ” 며 “ 상품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선택관광을 유도하기는 쉬워질 것 ” 이라고 전했다 . 한 필리핀 전문 여행사 팀장은 “ 자유여행자들은 마진이 붙지 않은 옵션을 스스로 검색하고 예약한다 ” 며 “ 결국 세미패키지 성공의 관건은 선택관광의 가격의 경쟁력에 달려있는 셈 ” 이라고 지적했다 .

랜드사의 부담도 만만찮은 걸림돌이다 . 모든 것이 ‘ 선택 ’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랜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 상품 판매마다 떨어지는 기본적인 수익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 그마저도 옵션의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 .

한편으로는 총액표시제가 실시되면서 예전같은 저렴한 가격을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세미패키지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표면적인 가격이 일반 패키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 여행자들이 실제 현지에서 옵션을 할 수 있도록 잘 유도하기만 하면 일반 패키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 실제로 주요 여행사의 휴양지 상품군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유일정이 포함돼 있고 , 그 대신 선택관광을 나열해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