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강태공 [6] 간월산~신불산~영축산편

산은 부나방처럼 이리저리 가벼웠던 내 인생에 , 그를 향해 오르는 한발 한발의 작은 걸음이 늘어날 때 마다 조금씩 무게를 더해 준다 .
낙엽처럼 차곡차곡 쌓여지는 삶의 두께가 삭고 녹아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어 나를 세우고 지탱해 준다 .
오늘도 나는 심연의 새벽산에서 억겁의 세월을 마주한다 .
내가 호흡하는 피 한방울 세포 하나에도 그 깊은 창조의 에너지가 오롯이 그리고 온전히 담길 것이다 .
그리하여 나는 산이 된다 .


지난 주에 이어 또다시 영남알프스를 찾았다 . 이번 산행에서는 지난 번 후반 부 종주를 반대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고 산행거리는 다소 길게 잡았다 .
영남 알프스를 꼭 가고는 싶지만 태극종주는 어려운, 지인들의 산행 안내 부탁으로 2 주 연속 영남알프스를 찾게 되었다.

신사역에서 산행을 원하는 70 여명의 등산가 들을 태운 버스는 두 곳의 휴게소를 거쳐서 배내고개에 도착 했다 .

이미 전국 각지에서 온 버스 20 여대에서 내린 산행객들이 다소 쌀쌀한 날씨를 온기로 덥히고 있었다 . 각자의 일행을 찾는 소리 , 산행을 독려하는 소리 등에 배내고개는 작은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
배내고개에서 휴게소 화장실 우측의 계단을 통해 산행 들머리가 시작된다 . 이정표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다 . 70 여명의 산행객들과 4 시 30 분부터 힘찬 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
잘 다듬어진 계단길을 30 여분 오르면 다다른 산 능선에서 우측으로 배내봉까지 손쉽게 오를 수 있다 . 늘 강조하지만 산행 30 분에서 1 시간 이내에는 자기 체력의 70% 이하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
배내봉에서 간월산까지는 새벽길이고 이슬까지 머금은 작은 돌들과 틈틈이 긴장감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암릉의 솟아 난 부분들이 더욱 조심을 기하게 한다 .

그렇게 30 여분을 더 진행한 다음 간월산 정상부분에서 필자와 일행들은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 다소 쌀쌀한 날씨와 바람에도 일행들은 일출에 넋을 빼앗겨 추위를 잊은 듯 했다 .
아름다웠다… .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 한 가득 땀을 흩 뿌린 뒤에 보는 일출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 그런 마음을 수없이 경험했기에 긴 거리에도 일행들을 잠시의 여유를 주고 지켜만 보았다 .
곧 피어날 해지만 , 아직은 덜 달아오른 그 찬란한 빛에 비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 억새마저 금빛 물결로 일렁였다 . 일행들의 요청에 사진을 찍어 주는 내 손길도 분주했지만 그들의 미소를 보고 탄성을 듣는 것으로도 나 역시 행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간월산에서 짧은 내리막을 가면 간월재 휴게소와 화장실이 산행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 다만 , 아쉬운 점은 오전 10 시에 휴게소가 문을 열기 때문에 이 점을 숙지하지 않고 여기서 간식 , 음료수 등을 구입하려 했던 분들은 낭패를 볼 수가 있다 .

간월재에서 일단의 억새를 맛본 후 30 여 분을 가븐 숨을 쉬면 신불산 정상에 다다른다 .
신새벽에 신불산 정상에 오른 이들은 영축산까지 퍼져 있는 억새의 향연에 넋을 빼앗기기 일쑤다 . 아마도 1000 고지가 넘는 남한내의 가장 넓은 평원일 듯하다 .
까마득히 영축산 정상이 보이지만 경사가 완만한 길이라 억새와 바람을 맞으며 길을 가다 보면 금새 영축산 정상에 갈 수 있다 .
예전 어른 들이 그런 말씀들을 하셨다 . “ 눈이 게으르다 ” 이 뜻은 몸으로 , 다리로 움직이면 때에 이르면 다다를 것을 눈으로 지레 겁을 먹는다는 말씀이다 .

생각이 미치면 몸이 미치고 종내는 이룬다는 의미이니 다시 한 번 새겨 두어도 좋을 듯하다 .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 좌측으로 신불공룡능선이 있어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다 . 올해는 가물어 억새의 키가 낮아 예전에 왔던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지만 ,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넓은 억새밭이 사진을 직기에도 한바탕 누워보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다 . 억새 밭 가운데 서 있노라면 산 정상이 아니라 어느 한적한 강가에 서 있거나 누워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

그러나 산은 산이요 !
또하나 배내고개를 통해 산행코스를 따라가다보면 곳곳에 자리한 데크에 산재한 텐트와 산행객들의 부스스한 얼굴을 보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다 . 산행에서 재미나 느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는 것이니 …..!
영축산까지 순조롭게 산행을 즐겼다면 이제부터 산행이 아니 산이 드리는 고행의 선물을 받을 차례다 . 피하지 못하는 일은 기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해 질 것이다 .
영축산에서 청수좌골을 통해 하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 신불산오는 방향으로 되돌아 가다보면 좌측으로 늪처럼 보이는 억새 숲을 통해 내려가는 방법과 또 하나는 영축산을 지나 함박등으로 가는 길에 사유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가 있다 . 그러나 이 길로 내려갈 수 있다 . 이미 사유지는 철조망이 쳐져 있기 때문에 사유지를 밟지 않고 청소계곡을 통해 하산 할 수 있다 .

이 계곡은 청수좌골 , 청수중앙능 , 청수우골의 모든 곳에서 한 지점으로 모이고 또 각각의 산악회들이 건너는 지점을 표시해 두었기 때문에 길을 헤맬 염려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다만 징검다리처럼 제대로 계곡을 건너도록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건널 때 각별히 미끄러움에 대비해야 한다 . 필자의 일행도 미끄러져 바지가 다 젖고 발목에 약간의 손상을 입었다 .
다시 산행코스를 안내하면 영축산을 지나 함박등까지 오는 길은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므로 다소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 이 구간은 약 1 시간 정도 소요된다 .
함박등에 이르면 함박등이라는 말은 없고 이정표 중간에 함박재라고 작은 표시가 있을 뿐이다 . 함박재를 지나 300 여 미터를 가면 채이등이 나온다 .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청수중앙능을 통한 하산 길로 접어든다 .
긴 거리와 힘든 코스를 원하는 분들은 더 지나 시살등까지 가는 도중 나오는 한피기고개를 통해 청수우골로 하산하기도 한다 . 이렇게 한피기고개를 통하면 청수중앙능을 통하는 것 보다 약 1 시간의 추가 시간을 필요로 한다 . 청수좌골보다 청수중앙능이 한시간 , 청수중앙능보다 청수우골을 통하는 것이 한시간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
채이등에서 청수중앙능을 통해 하산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낙엽이 깊게 갈려 있어 미끄러질 우려가 크므로 꼭 스틱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

청수중앙능을 통해 가파른 하산 길을 내려오는 시간은 약 1 시간 30 분 정도가 소요된다 .
긴 하산길 즈음에 보상을 받듯 맑고 시원한 청수계곡을 만난다 . 이 계곡을 건너면서 지친 산행객들이 발도 무릎도 시원한 계곡물에 피로를 풀어낸다 .
피로를 풀고 상쾌한 마음으로 5 분여 하산하다보면 콘크리트 길이 나온다 . 여기서 다리를 건너면 청수골산장이고 산행객들이 주로 묵는 파래소 유스호스텔은 좌측 시멘트 길을 따라 10 여분 가야 한다 .
이렇게 약 20km 8 시간의 산행은 일출과 바람과 함께 마무리를 했다.
여름이 아닌 경우 본 코스는 전국각지에서 무박으로만 가능하다 . 그렇지 않으면 해가 져서 상당히 위험할 가능성이 큰 코스이기 때문이다 .
1 시에 합류지점에 모일 것을 신신당부 했으나 역시 70 여명중 20 여명이 늦게 하산을 한다 . 기분 좋은 점심을 한 후 버스 2 대에 오른 일행들은 행복한 단잠에 빠졌다 .

*. 산행지원 및 협찬 : 아웃도어 전문브랜드 (주)알피니스트( www.alpinistmal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