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작품 속의 원숭이들이 펼치는 풍자극, 모스크바 초청 공연, 6개월 간의 지옥 훈련과 연습, 세월호 참사 주역 유병언이 우랑우탄으로 환생하여 등장하는 연극, 4년 만의 침묵을 깨고 한국 연극무대에 나타난 나상만의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연극 ‘멍키열전’이 개막 첫날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3일 첫 무대에 오른 연극 <멍키열전>은 입추의 여지없이 3시 공연과 8시 공연 모두 객석을 가득 채웠다. 특히 소문을 듣고 극장을 찾은 24일 공연에는 관객 30여명이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연극이 공연되고 있는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 고기문 극장장은 “첫날부터 관객들이 몰려오는 연극은 처음이다. 극장 개관 4년만의 경사”라며 기대 이상의 흥행몰이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연극 <멍키열전>은 20-30대가 주류를 이루는 대학로 연극과는 달리 관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7세 어린이부터 70대의 어르신 관객까지 극장을 찾았다. 특히 24일 3시 공연은 부모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어린이 관객 20여명이 극장을 찾아 작품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원숭이들의 동물연기와 손오공의 무술연기에 환호성을 질렸다.
연극 <멍키열전>의 흥행몰이는 개막 전부터 예상했었다. 이 작품에서 침팬지 ‘피터’ 역(役)을 맡고 있는 최용진 씨는 “연기 인생 26년 만에 첫날부터 객석을 채운 연극은 처음이다. 관객이 많으니까 연기도 쉽다. 그래서 관객을 연극의 4대 요소로 부르나보다”라며 즐거워했다.
한편 개막 2일 전에 발목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조명 오퍼로 밀려난 원숭이 ‘버질’ 역의 장덕주 씨는 관객들의 반응이 부러운지 “발목의 깁스를 풀겠다. 26일부터 무대에 서겠다”며 더블 역의 윤민웅 씨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장씨가 무대에 서는 일은 미지수. 연출가 나상만 씨가 아직까지 승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 <멍키열전>을 단지 관객몰이에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 작품은 예술성이라는 연극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연극을 관람한 연출가 정호붕 교수(중앙대 음악극과)는 “일단 재미있다. 끝까지 관객들을 끌고 가는 힘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지난 24일 연극을 관람한 한덕치(전 계원예고 연극과 교사) 씨는 “역시 나상만이다. 작품이 깔끔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며 앙코르 공연의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연극인 최병규 씨도 “대학로 연극에서 볼 수 없는 수작이다. 연극의 시각성과 청각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고 오락성이 돋보여 롱런이 예상된다.”며 찬사를 보냈다.
일반 관객들도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연극”, “손오공 역이 제격이다”, “원숭이와 인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연극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작품”, “유병언 청문회 장면은 통쾌하다”, “피터 역에 출연하는 최용진과 이수르 역의 김계남이 열연하는 침팬지 연기가 압권이다.”는 극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연극은 31일까지 혜화동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되며, 오는 10월 연극의 본고장 모스크바에 진출한다. 이 작품은 희곡 단계에서 러시아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초청을 받았다.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나상만의 역량을 러시아 연극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공연의 일부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된다. 이 연극은 프폴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 모두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구타’ 장면과 ‘유병언 청문회’ 장면을 극단의 카페에서 찾을 수 있다. ‘윤일병 구타사망’ 사건을 예상한 작가의 예지력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첨가한 극단의 순발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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