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국내여행을 관통하는 키워드

(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요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 이건 여행도 마찬가지다 . 관련 법규와 제도의 변화 ,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 우연한 사건이나 관심사가 유행을 선도하거나 여행의 트렌드를 바꾸기도 한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 최근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 자료 등을 통해 한국인들의 국내여행 트렌드를 7 개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

◆ 모바일 (MOBILE) = 스마트폰 ,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관련 기술의 발달로 여행도 PC 에서 스마트 기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 특히 우리나라는 첨단기술 부분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70% 를 넘었고 , 태블릿 PC 도 노트북보다 많아졌다 .
이렇듯 인터넷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여행 분야에서 트위터 ,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의 정보나 평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의 ‘2013 국민여행실태조사 ’ 에 따르면 여행 선택 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개인 여행자는 2011 년 7.3%, 2012 년 7.4%, 2013 년 12.7% 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정보를 급속하게 소비하는 시대에 스마트 기기는 필수적인 여행 도구가 되고 있다 .

이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사용 확대로 온라인을 통한 여행 관련 예약 서비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통계청의 품목별 ‘ 온라인 상품서비스 거래액 ’ 에 따르면 여행 관련 온라인 예약 서비스는 2012 년 5 조 5 천억원에서 이듬해 6 조 4 천억원으로 15.6% 증가했다 . 특히 여행 관련 서비스 거래액은 의류나 패션 , 생활 · 자동차 용품보다 많았다 . 또 우리나라 관광객은 여행지에서 80% 이상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 여행자들은 현재 모바일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고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현지를 여행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 다시 소셜 미디어나 앱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즉 여행자 스스로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됐다 .

여행자의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 지방자치단체 등은 다양한 앱을 선보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의 ‘ 대한민국 구석구석 ’ 과 ‘ 스마트 투어 가이드 ’, ‘ 부산투어 ’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 제작 여행 어플을 비롯해 다수의 숙박 예약 , 맛집 소개 , 트레킹과 캠핑 , 지도 앱이 여행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

◆ 안전 (SAFETY) =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여행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 사고 이후 지난해 5 월까지 135 만 명이 국내여행을 취소했고 , 여행업계는 큰 손실을 입었다 . 특히 여름철 섬 방문객은 제주도와 울릉도가 57%, 매물도 · 홍도가 60%, 서해 5 도 · 육지도 · 금오도가 40% 감소했다 .

사고는 교통수단 이용이나 여행 목적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펴낸 ‘ 안전여행 실현을 위한 국민인식 조사연구 보고서 ’ 에 따르면 국민들은 ‘ 국내 여행 시 우려되는 위험 요소 ’ 로 교통사고 (52.5%) 를 가장 많이 꼽았고 관광지 사고 (30.2%), 레포츠 사고 (11.7%) 등을 다음으로 선택했다 .

이런 상황에서 여행자들은 안전한 교통수단과 숙소를 찾는 등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또 레포츠 참가자는 시설의 안전성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여가와 관광 활동의 일상화 · 다양화 , 일상 공간의 관광화가 퍼지고 활발해짐에 따라 여행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 앞으로도 안전이 여행자와 관광산업에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

◆ 아웃도어 (OUTDOOR) = 국내 등산 인구는 1 천 800 만 명 , 캠핑 인구는 470 만 명 , 자전거 인구는 1 천 200 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 2000 년에 2 천억원에 불과했던 아웃도어 매출액은 2011 년에 4 조원을 돌파하더니 2012 년 5 조 7 천 500 억원 , 2013 년 6 조 4 천억원 , 지난해 6 조 9 천억원으로 성장했다 .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

캠핑 인구의 증가와 함께 캠핑장은 2010 년 300 여 개에서 지난해엔 2 천 개를 넘어섰다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캠핑장이 440 곳 , 사설 캠핑장은 1 천 330 여 곳 , 해수욕장이나 계곡에 들어선 무허가 캠핑장도 250 여 곳이나 된다 .

주말이나 성수기에 캠핑장이나 휴양림은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이고 이름난 산과 트레킹 코스에는 줄을 서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명소는 동호인으로 북적인다 .

아웃도어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2008 년 세계 금융위기와 고유가 ,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 행태 확산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자전거 시장은 2008 년 이후 2012 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했고 , 2013 년 캠핑 시장의 규모는 6 천억 ~8 천억원으로 2008 년 이후 5 년 만에 시장 규모가 약 10 배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

하지만 관련 법률과 정책은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2013 년 11~12 월 전국 캠핑장 62 곳을 조사한 결과 이용객 안전사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65.4%, 화재 등 시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57.7% 로 나타났다 .

◆ 느림 (SLOW) =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 잠깐 한눈을 팔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 하지만 그럴수록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건조해진다 . 현대인은 여유와 휴식 , 위로와 공감 , 치유가 필요하다 . 최근 슬로시티 , 슬로푸드 , 슬로패션 등 ‘ 느림 ’ 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 느림은 음식 , 패션 , 공간을 넘어 이제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여행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

완도군 청산도를 비롯해 신안군 증도 , 담양군 창평면 등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은 느린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 최근엔 하동군 악양면 , 남양주 조안면 , 영월 김삿갓면 등에도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곳은 모두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거나 전통 방법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다 .

템플스테이도 각광을 받고 있다 . 2002 년 한일 월드컵에 맞춰 한국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현재 연간 16 만여 명이 참여하는 가장 한국적인 힐링과 휴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 조용한 산사에서 하룻밤이나 이틀 밤을 지내며 명상을 하고 환경친화적인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경기 부진의 장기화 , 취업난 등으로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감 , 위로 , 치유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며 느린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 국내여행 횟수가 늘면서 느린 여행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 로컬 (LOCAL) = 부산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 ’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 관광 코스는 과거와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중구 , 서구 , 동구 , 영도구의 근대 역사문화 자원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 ‘ 영도다리를 건너다 ’, ‘ 용두산에 올라 부산포를 보다 ’, ‘ 이바구길을 걷다 ’, ‘ 국제시장을 기웃거리다 ’ 등 4 개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코스마다 2 시간 정도가 걸린다 . 특히 부산에서 30 년 이상 거주한 어르신이 가이드로 나서는 것이 인상적이다 .

여행자들은 흔히 아름다운 자연 , 문화재나 사찰 등 유명한 장소를 중심으로 여행을 한다 . 하지만 최근 여행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 여행자들은 이제 지역의 골목길이나 시장 , 숨겨진 매력을 찾아다니고 있다 . 여행 횟수가 증가하면서 획일화된 여행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삶과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찾던 서울 동묘 벼룩시장이 최근에 젊은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고 통영 동피랑마을 , 부산 감천문화마을 , 태백 상장동 , 동해 논골담길 등 과거 허름한 산동네는 화사한 벽화가 그려지고 예술 작품이 들어서며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 .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시류에 발맞춰 속속 벽화마을을 조성하고 , 재래시장을 여행자들이 찾을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 최근에는 속초 청호동의 아바이마을 골목길 벽화 , 전주 자만벽화마을 , 창원 꼬부랑길 벽화마을 등 오래된 골목이나 산동네를 거닐며 주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생겨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 스스로 여행 (DIY) =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보고서 ’ 에 따르면 개별자유여행 (40.4%) 과 숙소와 항공권만 정해진 에어텔 여행 (12.5%) 이 패키지여행 (37.5%) 을 크게 앞섰다 . 이런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 패키지여행은 약 30% 를 차지하고 , 개별자유여행은 9%, 나머지는 가족단위의 소규모 그룹 형태의 여행으로 조사됐다 .

개별자유여행은 자신이 원하는 일정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는 추세는 특히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

이렇게 여행자가 계획을 짜고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하는 ‘ 스스로 여행 ’ 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저비용항공 (LCC) 과 열차패스인 ‘ 내일로 ’, 고속버스 패스인 ‘EBL(Express Bus Lines) 패스 ’ 가 등장했으며 게스트하우스 등 값싼 숙박시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내일로는 만 18 ∼ 24 세의 젊은 여행자가 여름과 겨울에 열차 여행을 할 수 있는 패스로 1 주일 동안 KTX, 수도권 전철을 제외한 열차에 마음껏 타고 내릴 수 있다 . 내일로는 출시 첫해인 2007 년에 8 천여 장이 팔린 데 이어 2008 년 1 만 3 천여 장 , 2009 년 2 만 4 천여 장 , 2010 년 5 만 8 천여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 코레일은 2011 년 구매자의 연령 제한이 없고 혼자서 이용하는 ‘ 하나로 ’ 패스와 둘이 함께 열차를 탈 수 있는 ‘ 다소니 ’ 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 또 EBL 패스는 국내 고속버스 사업체가 연합해 만든 것으로 전 연령층이 주중 고속버스를 자유롭게 승하차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 이 패스는 모두 야간에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렇게 이동 수단이 더욱 편리해지고 값싼 숙소가 늘어남에 따라 젊은 층 중심의 스스로 여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 뉴 시니어 (NEW SENIOR) = ‘ 뉴 시니어 ’(New Senior) 는 최근 정년을 맞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 문화적 · 경제적으로 급속히 발전한 1960~1970 년대에 유년기나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 여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소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 특히 이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과거에 경험한 문화와 정서에 대한 향수를 바탕으로 여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통계청의 ‘2014 고령자 통계 ’ 에 따르면 2013 년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 활용 방법으로 베이비부머 계층은 65 세 이상의 고령자에 비해 여행 , 스포츠 , 문화 , 자기계발 활동 등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들은 또 젊은 세대의 여행 형태인 배낭여행 , 옛 향수를 찾는 추억여행 , 그리고 특정한 주제를 따라 가는 테마여행에 나서고 있다 . 특히 토종식물 , 전통시장 , 박물관 , 역사 인물 탐방 , 생태 탐방 등 주제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