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구윤정 기자 ) 골프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지만 정작 국내 골프산업은 주춤거리고 있다 . 미국과 비슷하게 위기를 맞은 골프장이 많은데 , 올 1 월 기준 20 개의 골프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 파산 위험이 큰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골프장도 80 여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 하지만 미국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 바로 한국 골프에는 미국 골프가 그토록 갈망하는 스타 선수가 즐비한 것 . 특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신데 , 여자골프 세계랭킹 순위 20 위권 안에 한국 선수만 9 명이다 .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와 미국 교포인 미쉘 위 등 한국계 선수들까지 더하면 , 상위 20 위 중 절반 이상이 한국 ( 계 ) 선수들로 채워진 셈이다 . 이렇게 골프에 대한 인기와 골프 산업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국내 골프산업과 골프에 대한 인식 등 전반적인 상황을 알아보기로 한다 .
한때 20 억원에 이르던 비싼 골프 회원권이 자취를 감췄다 . 2008 년 이후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8 억원이 넘는 고가 회원권은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 월 국내 229 개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개인 회원권 가격이 8 억원이 넘는 곳은 단 1 곳뿐이다 . 2005 년부터 120 개 회원제 골프장을 대상으로 회원권 가격 추이를 추적한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08 년 조사 때는 13 곳이 회원권 가격 8 억원을 초과했다고 덧붙였다 .
2008 년에만 해도 10 억원을 초과해 20 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 분양이 드물지 않았다 . 주말 예약 보장과 그린피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대신 높은 가격을 매긴 골프장 회원권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시대였다 .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골프장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 대부분의 고가 회원권 가격은 ‘ 반토막 ’ 이 났다 .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 회원권 수요가 투자 , 접대 골프 위주에서 개인의 이용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초고가 회원권 가격이 특히 많은 타격을 입었다 " 고 진단했다 .
고가 회원권 가격 하락과 더불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 2005 년부터 회원권 가격을 추적한 120 개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73.3% 가 회원권 가격이 1 억 2000 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 특히 , 120 개 골프장 가운데 38.3% 에 이르는 46 곳은 회원권이 6000 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
이 같은 고가 회원권 실종과 저가 회원권이 대세로 등장한 것은 과거 일본 골프장이 걸었던 경로와 비슷하다 . 일본에서는 1990 년에만 해도 전체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83.3% 가 회원권 가격이 1000 만엔이 넘었지만 , 2013 년에는 1000 만엔 이상 회원권 골프장은 2.9% 로 감소했다 . 대신 1990 년에는 단 한곳도 없던 100 만엔 미만 회원권 골프장 비중은 81.2% 로 높아졌다 .
송용권 에이스골프닷컴 대표는 " 과거 95% 가 넘던 회원제 골프장은 현재 전체 골프장 가운데 60% 로 떨어졌으며 앞으로 3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 면서 " 회원제 골프장 시장은 소수 정예 고급 골프장 위주로 재편될 것 " 이라고 전했다 .
지난 10 년간 퍼블릭 골프장수는 급증했지만 , 회원제 골프장의 증가세는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 레저백서 2015> 를 보면 골프장수는 2004 년 말 213 개소에서 2014 년 말에는 507 개소로 2.4 배 증가 , 그 중 퍼블릭 골프장수는 같은 기간에 4.3 배나 급증했다 .
골프장 이용객수도 같은 기간에 1641 만명에서 3204 만명으로 95.3% 증가했다 . 이는 정부가 골프대중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2000 년부터 퍼블릭 골프장에 대해 일반세율을 적용하면서 나타난 정책적 효과다 .
반면 골프장의 부킹 혼잡도를 나타내는 ‘ 홀당 이용객수 ‘ 는 감소했다 . 회원제 골프장의 홀당 이용객수는 2004 년 4272 명에서 작년에는 3416 명으로 20% 감소했고 , 퍼블릭 골프장도 같은 기간 5344 명에서 3782 명으로 29.2% 감소해 감소폭이 회원제보다 더 컸다 .
골프장의 경영실적 지표인 ‘ 매출액 영업이익률 ‘ 을 보면 회원제는 급락했지만 퍼블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04 년 24.4% 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4.5% 로 28.9% 포인트나 하락했다 . 반면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에 48.2% 에서 27.4% 로 20.8% 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
골프장 입장료는 골프붐에 편승해 크게 인상됐다 .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토요일 입장료는 지난해 21 만원으로 2004 년보다 17.7% 상승했지만 , 회원의 토요일 입장료는 4 만 1000 원으로 오히려 8.7% 하락했다 .
또 18 홀 이상의 퍼블릭 골프장의 토요일 입장료는 같은 기간에 17 만원으로 2004 년보다 25.5% 상승했는데 , 이는 회원제에 버금가는 고급 퍼블릭 골프장들이 많이 만들어졌고 회원제가 퍼블릭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
골프회원권 가격도 투자가치가 사라지고 이용가치만 남으면서 폭락했다 . 120 개 회원권 평균 가격이 2004 년말 1 억 5619 만원에서 2008 년 3 월에는 3 억 1705 만원까지 상승했지만 , 작년 말에는 1 억 1232 만원으로 최고 수준에 비해 64.6% 나 폭락했다 . 특히 ‘ 김영란법 ‘ 의 국회 통과로 접대골프가 금지되면서 회원권 가격은 추가로 폭락할 전망이다 .
서 소장은 " 정부의 골프대중화 정책에 힘입어 퍼블릭 골프장수와 이용객수가 급증했고 수익성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 회원제 골프장은 높은 세금과 입장료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 " 며 " 입회금 반환 사태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 " 이라고 내다봤다 .
한편 미국에서 골프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젊은 층의 외면으로 골프 인구가 점점 노령화되고 있는 데다 ,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골프장 수도 크게 늘고 있다 .
미국골프재단 (NGF) 에 따르면 지난 2003 년 당시 3000 만명에 달했던 미국 내 골프 인구는 현재 2300 만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은퇴자들이나 노인층이다 . 전국의 골프장 숫자도 2000 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증가해 한때 1 만 6052 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1 만 5000 여개로 줄었다 .
지난 2013 년 한해만 문을 닫은 골프장 수는 전국적으로 157 곳이다 . 이 기간에 새로 문을 연 골프장은 14 개에 불과하다 . 실제로 1990 년부터 2000 년대 초반까지 미국 내 ‘ 골프붐 ‘ 으로 공급 과잉에 이르렀던 골프관련 산업은 2007 년 부동산시장 붕괴로 시작된 경기침체와 함께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
골프의 인기 하락은 무엇보다도 젊은 층들의 외면이 가장 큰 원인이다 . 18 ∼ 30 세 젊은 골퍼의 숫자는 최근 10 년간 약 35% 감소했다고 NGF 측은 전했다 .
미국의 신세대들은 우선 18 홀을 치려면 4 시간 이상 걸리는 골프를 ‘ 비경제적 운동 ‘ 으로 간주한다 . 젊은이들은 필드에서 장시간 골프를 치는 것보다 골프게임 등 간접체험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 특히 경제위기를 체험한 이들에게 장비 · 그린피 등 골프 비용은 만만치 않은 지출이다 . 경제 침체기를 거치면서 미국 중간층과 저소득층 골퍼에게 골프 비용은 큰 부담이 됐다고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
‘ 골프황제 ‘ 로 추앙받던 타이거 우즈의 몰락도 골프의 인기 하락을 불러왔다 . 우즈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슈퍼스타 부재가 사실상 골프 열기를 식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난 4 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올해 첫 메이저 골프 대회인 제 79 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언론의 관심이 타이거 우즈에게만 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게다가 세계 골프랭킹 1 위 로리 맥길로이 · 필 미켈슨 등 특출한 기량을 가진 골프 스타들이 최근 슬럼프와 노령화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
골프장이 대거 밀집해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가뭄도 골프 인기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 잔디 관리를 위해 상당량의 물이 필요한 골프장이 물 낭비의 ‘ 주범 ‘ 으로 지목되면서 기피현상이 커지고 있기 때문 . 실제 캘리포니아 일원의 골프장들은 올해부터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강력한 가뭄대책 행정명령에 따라 최대 25% 까지 물 절약 프로그램을 준수해야 한다 .
그렇다면 골프의 운동효과는 얼마나 될까 . 한국에서 골프장 이용자는 ▲ 2010 년 2547 만명 ▲ 2011 년 2654 만명 ▲ 2013 년에는 2951 만명 ▲ 2014 년에는 3204 명으로 3000 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골프인구는 400 만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이처럼 인구는 늘어났지만 운동으로서의 골프의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조사를 보면 카트를 타고 골프를 치면 1 분당 운동효과는 ‘ 원반 밀어치기 놀이 ‘ 보다는 크지만 활쏘기나 저글링보다도 적다 . 즉 ,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의 운동효과가 없는 것 .
골프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열심히 하더라도 같은 시간 태극권 동작을 하는 정도의 운동량에 불과하다 . 다만 , 골프 코스 내내 카트를 타지 않고 직접 걸어서 골프를 한다면 전체 운동량은 50% 가량 늘어난다 . 하지만 이 역시 가벼운 야외운동을 하는 수준이다 .
실제 18 살 이상의 성인을 상대로 걸어서 9 홀의 골프를 친 사람과 40 분간 잔디깎기를 한 사람의 운동량을 비교한 결과 , 골프를 한 쪽의 소비열량은 310 ㎉ 에 달했다 . 반면 잔디를 깎은 쪽은 250 ㎉ 를 소비했다 . 9 홀 골프에 2 시간 30 분 가량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 단위시간당 소비열량은 골프가 턱없이 적다 . 달리 말해 잔디깎기가 더 운동이 되는 것이다 .
그러나 골프가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 지난 2011 년 발표된 한 연구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경우 골프를 하는 쪽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균형도 ,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높았다 .
전문가들은 “ 골프가 당장 육체적인 건강 수준을 높여주지는 못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선 도움이 된다 ” 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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