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기의 잦은 기체결함, 원인은 ‘정비기술역량 부족’

( 미디어원 = 권호준 기자 ) 최근 국내항공사의 항공기가 기체이상으로 이륙이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 국내 항공 MRO( 수리정비 ) 산업과 항공사들의 정비 대응 체계가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

지난달 31 일 오전 11 시 반 일본 후쿠오카를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는 9 시간 가까이 이륙이 지연된 끝에 출발할 수 있었다 .

이륙 전 기체에서 유압 계통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액체가 새는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 아시아나 측은 관련 부품을 교체하느라 이륙이 지연됐다고 설명했지만 , 승객 200 여 명은 밤까지 꼬박 항공기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그 전날인 30 일 낮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아시아나 항공편이 15 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 이 역시 기체결함으로 인한 부품 교체가 주요했다 .

올해 1 월 초에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이스타항공 비행기의 전자기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 하지만 현장에서 교체할 부품과 정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29 시간 정도 비행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

이러한 사소한 결함으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잦은 원인은 항공사간 복잡한 정비 계약 체계 때문이다 . 국내에서는 항공 정비가 가능하다고 해도 해외의 경우 자사가 설립한 정비 업체가 없으면 , 사고시 결국 외주 업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 하지만 급작스런 사고시 해당 기종의 부품이 거래 업체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
A 항공사 관계자는 “ 정비라는 것이 매뉴얼대로 해야 하고 부품이 있다고 뚝딱 처리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항공사간 정비 의뢰 업체가 모두 다른데 정비 기술과 실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 같은 기체 결함이여도 어떤 항공사 정비업체는 바로 알아내 처리하지만 , 타 업체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결함의 원인도 잘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고 전했다 .

또 “ 기초 부품의 경우 해외에서 공수해 수리 몇 시간이면 되지만 엔진이나 비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부품의 경우 한국에서 부품을 실어와 교체해야 될 때도 있다 . 물론 이러한 경우가 많으면 안 되겠으나 사건이 벌어지면 결국 승객들이 10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고 전했다 .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 항공기의 경우 정해진 날짜에 점검을 받는 계획정비와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비를 해야 하는 불시정비가 있는데 , 불시정비의 경우 예비 부품이 조달 안 되거나 정비 인프라가 없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국내 항공기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수리 · 정비 ) 산업 역량이 타국 대비 부족한 점도 항공기 기체 결함을 유발에 한 몫하고 있다 .

MRO 산업은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는 주기적 항공기 검사 · 분해 · 수리 · 정비 등을 지칭하는데 국내 항공기 MRO 산업 규모는 연간 2 조 5000 억원에 달한다 . 하지만 항공사들이 기술을 대부분 외국계에 의존하고 있어 외화 유출이 상당하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항공사들이 2013 년에 해외 MRO 업체에게 약 7562 억원을 지불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춘 대한항공 ( 진에어 포함 ) 과 아시아나항공 ( 에어부산 포함 ) 도 각각 2220 억원과 4180 억원을 해외 업체에 지불했다 . 그만큼 MRO 특허와 기술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 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 제주항공 , 이스타항공 , 티웨이항공 등은 항공기 정비를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 연간 1000 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고 있다 .

LCC 들은 외부 손상 , 부품 손실 , 랜딩 기어 점검 등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정비 조직을 늘려나가고 있다 . 하지만 기체 , 엔진 관련 중대한 결함 등을 국내서 손보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