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구윤정 기자 )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지 어느새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 공포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한지 25 일이 지난 가운데 관련주 주가는 좀처럼 회복세를 띠지 못하고 있다 . 전통적으로 여름 성수기에 강세를 보이던 여행 · 항공주는 물론이고 , 호텔 · 면세점 , 유통과 중국 관련 소비주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
16 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왔던 지난달 20 일부터 이달 15 일까지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업종은 화장품 · 밥솥 등 중국 소비주가 대거 포함된 가정생활용품으로 , 평균 21.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3.7% 에 훨씬 못미치는 성과다 . 바로 그 뒤를 이은 항공운수와 백화점 업종지수도 각각 16.32%, 12.52% 하락해 조정폭이 컸고 , 이밖에도 개인생활용품 (-5.90%) 호텔 및 레저 (-5.74%) 식료품 (-4.92%) 등 지수가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
종목별로 봐도 올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했던 화장품 등 중국 소비주들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 화장품을 쓸어담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이 뚝 끊으면서다 . 메르스가 증시를 덮치기 전 43 만원대까지 돌파했던 아모레퍼시픽은 9.46% 나 하락해 38 만원대로 내려온 상태로 종전 주가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LG 생활건강 주가도 88 만원대에서 73 만원대까지 16.67% 미끄러졌다 .
대장주보다도 그 동안 오름폭이 컸던 중소형 화장품주의 떨어지는 속도가 더욱 가팔랐다 . 요우커 ( 遊客 ) 들 사이에서 마스크팩이 인기를 얻으며 지난 1 년간 최고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산성앨엔에스 주가가 35.45% 급락한 데 이어 , 한국화장품 에이블씨엔씨 한국화장품제조 한국주철관 등이 20% 가 넘는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
소비주와 더불어 여행 · 레저업종도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 한국을 방문하는 입국 ( 인바운드 ) 수요가 줄어들고 , 최대 성수기 대목인 7~8 월 장사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 것이다 . 하나투어 주가는 13 만 7500 원에서 11 만 8500 원으로 13.82%, 모두투어 주가는 3 만 8300 원에서 3 만 4600 원으로 9.66% 떨어졌다 . 마찬가지로 레저주인 AJ 렌터카 롯데관광개발 등은 10% 이상 , 호텔과 면세점 관련주인 호텔신라 , SK 네트웍스 ,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은 5%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행 · 레저주 조정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 동시에 저가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 지인해 LIG 증권 연구원은 “ 현재 취소되는 예약들은 당장 6 월 출발이 임박한 근거리 상품 ” 이라며 “ 메르스가 2~3 분기 실적 개선 전망을 뒤집을 만한 악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 며 매수를 권했다 . 외국계 증권사인 CIMB 증권의 옥태종 연구원도 “ 한국 여행사의 경우 출국 ( 아웃바운드 ) 수요가 꾸준히 많기 때문에 시장 염려에 비해서는 실적 하향이 제한적일 것 ” 며 “ 분할 저가매수를 권한다 ” 고 말했다 . 다만 홍콩의 사스 (SARS) 발병 사례를 살펴봤을 때 인바운드 여행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약 6 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연말은 돼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슷한 처지의 항공주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까지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중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각각 12.91%, 13.58% 떨어졌고 , 저가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홀딩스 ( 티웨이항공 ) 와 AK 홀딩스 ( 제주항공 ) 도 약세다 .
한편 유통주 만큼은 저가매수에 나서라는 조언보다는 ,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의견이 많아 주목된다 .
지난 4~5 월 회복세를 띠던 소비심리가 메르스 확산으로 위축되면서 유통주 실적 회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 유통주 내에서도 온도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 편의점 등 소형가게보다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의 피해가 크다 . 롯데쇼핑 주가가 27 만원에서 22 만 1500 원으로 17.96% 미끄러지며 16 일 52 주 신저가까지 내려왔고 , 현대백화점 , 롯데하이마트 , 신세계 등도 10% 넘게 하락했다 .
박종렬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 당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던 2 분기 유통업종 실적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 ” 이라며 “ 일단 훼손된 소비심리가 돌아오기까지 상당시일이 필요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 ”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