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인한 관광객 감소가 ‘언론 탓’이라는 관광업계

(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지난 19 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 메르스 위기극복을 위한 새누리당 관광 분야 간담회 ’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 " 여기 언론에서 많이 와 계시니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 언론이 오히려 공포심이나 혼란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 실질적으로 매일 사망자 중계방송을 하고 … ( 이런 보도가 ) 해외에서는 어떻게 비쳐질까요 . 우리도 불안한데 말입니다 . 우리 언론도 해외에서 봤을 때 안심하게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장의 말이다 .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ㆍ 메르스 ) 사태로 6 월 이후 외래 관광객이 급감한 데 대해 화살을 언론에 돌리는 발언이다 . 이 간담회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문화체육관광부 , 그리고 관광업계가 참여한 자리였다 .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책임전가 발언에 대해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 외래 관광객 급감으로 관광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언론에서 너무 지나치게 상황을 보도하는 데 대해 업계 수장으로서 언급한 것 " 으로 해명했다 .

관광업계를 대표하는 여행업협회장 입장으로서 이번 발언의 취지는 이해는 간다 .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관광업계의 존망을 뒤흔드는 위기로 비화한 원인은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포함한 리더십 부족과 일부 병원의 위기관리 실패에 따른 것임은 이미 알려졌다 . 정치권도 책임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

그리고 관광업계도 문제는 있다 . 메르스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여가 지나도록 업계에서는 발만 동동 굴렀을 뿐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세우지도 , 요구하지도 못했다 . 19 일 새누리당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하소연한 것이 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 지난 22 일 외래 관광객 대상 한국 관광 안전보증 대책 시행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했지만 이는 지난주 문체부의 ‘ 안심보험 22 일부터 시행 ‘ 발표에 따른 등 떠밀기 식 진행에 다름 아니다 .
더욱이 관광 분야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사장 자리가 변추석 전 사장의 석연찮은 중도사퇴 이후 3 개월째 공석인데도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그동안 ‘ 밀라노 엑스포 ‘ 등 주요 행사에 메르스 사태까지 우리 관광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이슈가 잇따랐다 . 이번주 관광공사 사장 공모를 시작했지만 늦어도 한참을 늦었다 .

그런데 엉뚱하게 언론에다가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 도둑을 보고 개가 짖는데 개가 시끄럽다고 재갈을 물리자는 꼴이다 . 전염병 ( 현재 법적 명칭은 감염병 ) 사태는 본질적으로 전쟁과 마찬가지다 . 전염병이나 전쟁이나 여하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 만약 지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 .

관광업계 일부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큰일도 아닌데 언론에서 과잉대응하면서 ‘ 중국인 손님 ‘ 만 잃었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 " 메르스에 걸린 사람도 백여 명 정도고 죽은 사람도 ( 지병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 이십여 명밖에 되지 않지 않느냐 ."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런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초전박살 낼 수 있었던 메르스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