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정인철 기자) 10년 간 이끌어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떠나겠다고 29일 밝힌 정명훈(62) 예술감독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최고의 음악 명문가 출신이다. 첼리스트 정명화(71)·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7)가 그의 누나다. 이들은 ‘정 트리오’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들의 어머니(이원숙 1918~2011)가 정명화·경화·명훈을 세계적 음악가로 키웠다.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익숙하지만, 정명훈의 음악 커리어는 피아노로 시작됐다.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친 그는 미국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1974년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당시 미국 국적이었지만, 한국인 중에서는 이 콩쿠르에서 처음 입상했다.
25세때인 1978년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가 이끄는 LA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발탁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989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취임,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무엇보다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뒤 2006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이 오케스트라를 아시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지난해 8월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을 받아 연주, 호평 받았다. 서울시향이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도이치 그라모폰)은 ‘국제클래식음악상'(ICMA)과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았다.
지난 9월에는 동북아 최고의 공연장으로 꼽히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NCPA)의 초청으로 2017석의 콘서트홀에서 공연, 역시 호평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를 비롯, 유럽 무대에서도 꾸준히 호평 받았다. 467년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KD)의 2012~13 시즌부터 이 악단이 처음 제정한 수석 객원지휘자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15년 간 잡아온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이 악단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 음악감독으로 추대됐다. 같은 달 이탈리아 음악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2015 프랑코 아비아티 최고 음악 평론가상’의 ‘지휘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10월에는 일본 ‘2015 산토리홀 특별무대’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향과 함께 아시아에서 명성을 인정 받고 있는 도쿄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도 맡고 있다.
2008년부터 UN 산하 국제연합아동기금 UNICEF 친선대사로 위촉돼 활동해오기도 했다. 특히 평양의학대학에 소아병동을 짓기 위한 기금 마련 등 북한 어린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2011년 9월 평양을 방문했다. 2012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한 바 있다. 서울시가 평양 공연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정 감독 덕분이었다.
하지만 박현정(53)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성추행·막말 시비로 촉발된, 자신에 대한 각종 비위 의혹을 넘어 부인 구모(67)씨가 박 전 대표 건에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끝내 서울시향을 떠나게 됐다.
지난해 말 1년 간 연장 계약한 정 감독은 이달 31일 임기가 끝난다.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를 끝으로 서울시향을 완전히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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