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진주 터키 이즈미르, 도보로 돌아보는 하루 시내 투어

에게해의 진주 터키 이즈미르
도보로 돌아보는 하루 시내 투어

(미디어원=두경아 기자) 이즈미르에 방문하면 , 누구나 만나는 세 가지가 있다 . 첫째는 수많은 갈매기와 비둘기 떼고 , 둘째는 순한 개와 고양이들이며 , 셋째는 아는 사람처럼 인사를 건네는 이즈미르 시민들이다 .
도시가 해안가에 위치해 있으니 갈매기가 적잖이 날아다니는데 , 거기에 비둘기 떼들까지 어우러져 바닷가와 인접한 공원에서는 놀랄 정도로 상당한 수의 새떼를 볼 수 있다 .

개와 고양이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이지만 , 이즈미르 동물들은 누구나 거론할 정도로 특별하다 . 그 수도 많을뿐더러 , 어느 하나 사람을 경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즈미르는 어딜 가나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데 ,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경우는 드물다 . 오히려 먹이를 달라고 따라오기도 한다 . 개들도 마찬가지다 . 노천카페에 앉아 있으면 꼬리를 흔들며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낯선 개들을 만날 수 있다 . 그들의 귀에는 하나 같이 택을 달고 있었다 . 알고 보니 , 시 차원에서 개들을 데려다 예방접종을 시키는데 , 택은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표식이라고 한다 .

새들이나 개 , 고양이가 이토록 순하게 살며 엄청나게 번식하고 있는 이유는 , 이들과 더불어 살며 돌보는 이즈미르 시민들의 넉넉한 성품 덕분이다 . 이러한 성품은 사람을 대할 때 빛을 발한다 . 이즈미르에서는 길을 가다 보면 “ 웰컴 !” 이라며 인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먼저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일도 흔하다 .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지만 , 누구든 길을 물으면 성심성의껏 가르쳐준다 .

처음에는 ‘ 혹시 내게 무언가를 팔려고 하거나 구걸하나 ?’ 하고 경계했으나 , 그런 일은 없었다 . 시장이나 상점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 오히려 사진이 잘 나오도록 예쁘게 세팅해주기도 한다 .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 브라더 !” 라며 반기지만 , 사실 어디서 왔던 그들은 누구든 본인의 손님처럼 맞을 것이다 . 이스탄불과 다른 순박함이 있는 곳이 바로 이즈미르다 .

이즈미르는 이스탄불의 남쪽 , 그리스와 마주보고 있는 에게해 이즈미르만에 위치하고 있다 . 이스탄불 , 앙카라와 함께 터키의 3 대 도시 중 하나이며 , 터키 제 1 의 수출 무역항으로 상공업의 중심지이다 . 5 천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이며 , 이즈미르는 고대 그리스 작가인 호메로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


이즈미르의 첫인상은 깨끗하다 . 상공업의 중심지답게 시내에는 은행이나 기업 등 빌딩이 밀집해 있고 , 해안가나 공원 , 육교 , 버스정류장 등 공공시설은 잘 정리 되어 있다 . 지하철 , 버스 , 심지어 배까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 시내뿐 아니라 시외 어디로든 다니기도 편리하다 .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산동네격인 고지대에 아슬아슬하게 집을 짓고 살고 있어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시내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싼 편이다 . 1 리라는 403.45 원이지만 (1 월 1 일 기준 ), 간단히 400 원이라 한다면 , 즉석에서 만드는 100% 석류 주스는 1 리라 (400 원 ),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한 케밥은 3 리라 (1 천 200 원 ) 면 살 수 있다 . 스타벅스의 ‘ 오늘의 커피 ’ 톨 사이즈가 5 리라 (2 천원 ) 이니 , 물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물건에 따라 , 장소에 따라 가격 차이는 많이 난다 .
해안가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이즈미르 시내는 그리 넓지 않다 . 케밥이나 석류 주스 하나 손에 들고 부지런히 걸으면 ,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한 나절이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다 . 단 , 이즈미르를 비롯해 터키 여행을 하려면 ,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 무려 5 천년의 역사를 지닌 , 어마어마한 유적들이 이즈미르 시내를 비롯해 인근 도시에 산재해 있다 . 배경 지식을 없다면 비슷비슷한 돌덩어리들로 느껴질 수 있지만 , 역사를 알고 간다면 작은 무늬 하나에도 전율할 것이다 .


이즈미르의 심장
코낙광장
이즈미르 시내 관광은 ‘ 코낙광장 ’ 에서부터 시작된다 . 이곳은 교통 , 행정 , 관광 , 문화의 중심지다 . 교통으로 살펴보면 ( 공원을 등에 지고 ) 바로 앞에 선착장이 있고 , 오른 편에는 버스 터미널이 있으며 , 바로 인근에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
드넓은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처이며 , 새들의 안식처다 . 케밥이나 견과류 등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시민들과 주변에 모여드는 놀랄 만큼 많은 수의 비둘기 떼들도 볼 수 있다 .

터키 전통빵 ‘ 시미트 ’(1 개 1 리라 ) 를 파는 상인과 비둘기 모이를 파는 상인도 있다 .
광장 중앙에는 시계탑과 코낙 모스크가 있으며 , 남쪽에는 에게해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오페라하우스 , 음악학교 , 현대미술 박물관 등이 있다 .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1923 년에 세워진 이즈미르 시청사와 전통시장인 케메랄티 바자르에 닿을 수 있다 .


아름다운 이즈미르의 랜드마크
이즈미르 시계탑
코낙광장 중앙에 있는 이즈미르의 랜드 마크다 . 1901 년에 세워진 이 시계탑은 술탄 압둘하미드 2 세 ( 오스만투르크 시절 ) 의 왕위 등극 25 주년을 축하하고자 독일 황제 카이저 빌헬름 2 세가 선물한 것이다 .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 같은 개념 .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 레이몬드 찰스 페레가 했다 .
높이는 25 미터이며 , 육각형을 기본으로 1 층은 안정적인 하단부 , 그 위로는 기둥이 , 맨 위에는 시계로 구성되어 있다 . 이 시계탑이 유명한 이유는 매우 아름답다는 것이다 . 하단부는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 네 개의 면에 작은 분수대가 딸려 있어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다 .


코낙 광장의 작고 아름다운 사원
코낙 모스크
코낙광장 광장 시계탑 뒤에는 작은 코낙 모스크가 있다 . 시계탑과 마찬가지로 8 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고 , 뾰족한 첨탑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 지붕은 돔 형태로 되어 있으며 외벽은 타일로 마감됐다 . 1755 년에 지어졌으나 , 제 1 차 세계대전 때 심각하게 훼손됐고 ,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 무슬림이라면 들어가서 기도할 수 있다 .

없는 것 없는 이즈미르 전통시장
케메랄티 바자르
광장에서 한 템포 쉬었다면 이제 발걸음을 북쪽으로 옮겨보자 . 17 세기부터 발전한 전통시장인 케메랄티 바자르가 나타난다 . 시장은 워낙 규모가 크고 입구도 많고 작은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어 흡사 미로 같다 . 잘 살펴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 시간을 두고 골목골목 꼼꼼하게 둘러볼 것을 권한다 .


아고라쪽 입구로 들어가면 이즈미르 해안가에서 잡은 생선과 지중해의 햇살을 받고 자란 과일 , 닭이나 소 등 육류 , 꿀이나 로쿰 ( 터키쉬 딜라이트 ), 석류 주스 , 올리브 등 다양한 먹을거리 판매한다 . 그 거리를 지나면 옷이나 직접 만든 식탁보 , 차도르 , 스카프 등을 판매하는 곳이 나타난다 .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식당가가 나온다 . 대부분 케밥이나 피자에 아이란 ( 터키식 요거트 ) 을 곁들어 판매하며 , 홍합볶음밥에 홍합을 올려 판매하는 홍합밥 ( 미드예 돌마 ) 만을 파는 골목도 따로 있다 .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즐비한 골목이나 , 붉은 색 속옷을 판매하는 상점이 인상적이다 .

로마 그리스 시대의 흔적
스미르나 아고라
식료품을 파는 시장 골목 입구로 나오면 , 이즈미르 아고라가 눈앞에 펼쳐진다 . 헬레니즘 (BC 2 세기 ) 부터 비잔틴 시대 중기까지 번성했던 유적지로 , 이 지역에 남아 있는 유일한 로마 그리스 시대 흔적이다 . 178 년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통치기에 재건됐다고 한다 . 당시 이 지역의 정치 , 사법 , 상업 , 교육 , 예술의 중심지였으나 , 비잔틴 시대 중기 이후에는 폐허가 됐다가 오스만투르크 시대에는 유적지 일부가 공동묘지로 사용됐다 .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곳에 조성되어 3 개의 계단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 표를 판매하는 입구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살펴 볼 수 있다 . 굉장히 넓은 공간에 , 왼편에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기둥이 있으며 , 그 아래에는 발굴된 건물의 원형이 남아 있다 .

주목해서 봐야할 것들은 2 층 규모의 회랑과 서쪽 아치 중앙에 조각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황후 파우스티나의 흉상이다 . 주요 출토품으로는 현재 이즈미르 고고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포세이돈 , 데메테르 , 아르테미스를 묘사한 석조 조각이 있다 .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며 , 지금도 발굴은 계속 되고 있다 .
입장료 5 리라

이즈미르 시내를 한 눈에 보고 싶다면
카디페칼레
아고라 뒤편 186m 높이 언덕에 위치한 요새로 , 이즈미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이 주변이 울창한 관목 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 카디페칼레 , 즉 ‘ 벨벳 성 ’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 BC 2 세기에 세워졌으며 , 지진으로 한차례 붕괴됐다가 178 년 재건됐다 . 재건되면서 내부에 원형 극장을 만들었다 .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에 군사 요새로 사용됐다 .

* 이즈미르 가는 법
우리나라에서 터키 이즈미르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 이스탄불을 경유해야 한다 . 매일 운행하는 터키항공은 인천공항에서 매일 밤 12 시 20 분에 출발해 아침 8 시 10 분에 이즈미르에 도착한다 . 이 스케줄을 이용한다면 , 이스탄불에서 대기시간 (2 시간 ) 이 짧고 이즈미르에 아침에 도착하기 때문에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 가는 항공편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 대기 시간을 길게 한다면 스톱오버로 하루 정도 이스탄불에 머무를 수도 있다 . 터키항공은 현재 아시아나와 공동운항하고 있다 .

글 사진: 두경아

여행작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