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 1999 년 , 문화관광부 !
(미디어원=김주현 칼럼니스트) 2000 년 11 월 28 일은 대한민국 관광 , 여행업계에 조종이 울려 퍼진 날이었다 . 바로 ( 주 ) 하나투어가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날이다 .
당시 상장 승인심사는 벤처 육성 붐에 편승하여 금융감독원이 아닌 증권거래소 ( 구 증권업협회 ) 에서 코스닥위원회를 통해서 했으며 금융감독원은 들러리에 불과 했고 당시 청와대나 문화관광부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여행업은 현재에도 그러하지만 제도적 미비와 대부분의 여행사가 영세하고 여행사와 여행사간 , 여행사와 랜드사간 , 즉 업체와 업체간 거래가 불투명하여 매출 , 매입에 관련된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업종이다 .
강남 룸싸롱 업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지점을 넓혀도 상장할 수는 없지 않은 가 ?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
세 무회계는 가능하겠지만 증권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재무제표를 만들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
국세청 , 공정거래위원회 , 금융감독원 등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이제 겨우 작년 말에 국세청이 세무조사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하나투어가 상장심사를 통과하여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상장회사가 되었고 , 2011 년 11 월 1 일에는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 한다 . 왜 코스피로 시장 이동하였을까 ?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
그 전에 아웃바운드여행업계 2 위 회사이자 ㈜ 하나투어의 모태인 ㈜ 모두투어와 자본금 300 억 원 규모의 합작회사도 설립한다 . 지분 비율도 최초 6 대 4 에서 나중에 5 대 5 로 바꾸더니 최근에는 100 억 원을 감자하였다 .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만 속을 까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
㈜ 하나투어의 전신은 국진여행사이고 ㈜ 모두투어의 전신인 국일 여행사의 할인항공권 판매 위주의 자회사였다 .
설립 시기는 대략 1995 년말 이었고 1997 년 IMF 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여행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막 회복기에 접어들 때쯤 ㈜ 하나투어는 코스닥 상장이라는 기상천외한 카드를 꺼내며 여행업계를 휘어잡기 시작한다 . 주요 신문에 광고는 물론이다 .
중기적합업종 터전의 여행업계에 막강한 여행유통의 대기업이 등장하는 순간인 것이었다 .
여기서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2000 년 12 월 14 일 , 문화관광부 회의실에서 있었던 여행수배업 ( 랜드업 ) 의 제도권 진입 청원에 대한 간담회이다 .
당시 관광정책과 김 춘섭과장 주제 하에 일반여행업협회 추천 회원사 대표로 간판패키지 업체 2 명이 참석했었는데 현재 하나투어 ( 권 희석 ), 모두투어 ( 홍 기정 ) 의 최고위급 임원이다 . 직판패키지여행사 대표가 불참한 것이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
결국 랜드사들의 청원은 묵살되었고 아웃바운드 ( 해외 ) 여행업계의 불행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 여행시장이 왜곡되게 변모한 이유 중 하나는 랜드업이 아웃바운드여행업의 하도급관계에 있지만 순망치한의 관계임을 망각한 것이다 .
이러한 과정 전 단계에서 문화관광부는 랜드업의 존재와 역할에 관한 근거마저도 관광진흥법에서 삭제하고 말았다 .(2014 년 문광부 이 춘택 사무관의 답변은 필요시 공개하겠다 .) 이는 하나 , 모두투어가 자체적으로 전국의 대리점 , 중소여행사를 상대로 하는 랜드업무를 현재까지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서다 .
2000 년 상장 이후 ㈜ 하나투어가 발표하는 증시자료 등을 보면 무려 7 년 동안 경이롭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다 .
2007 년 까지 매년 평균 35% 성장을 하니 업계 평균 12% 를 무색하게 한다 .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특히 기존의 직판 1 군 대형패키지여행사 들은 추풍낙엽이다 .
패키지여행시장 영업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일까 ?
기존의 직판 패키지여행사 들이 오랫동안 일간지에 신문광고 위주로 영업해 왔는데 아직 온라인 영업이 활성화되기 전이고 홈쇼핑 광고영업은 태동 단계이며 전국 지점도 수십 곳에 불과했다 .
( 최근에는 온라인이나 홈쇼핑 광고 판매가 대세이나 별도의 문제로 치자 .)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
㈜ 하나투어는 전국의 수백 개 중소여행사에 대리점 영업체계를 문어발식으로 구축하며 기존의 직판 패키지여행사 들이 해왔던 신문광고를 하며 판매수수료 덤핑 영업을 한 것이었다 .
직판패키지의 지점 수수료 9% 를 훨씬 상회하는 12%, 13%… 직판패키지사는 단 1% 추가도 벅찬 상황에서다 .
적어도 당시까지만 해도 모두투어는 상장 전이라 중소여행사의 고객을 모으는 영업에 더 치중했었고 랜드사에 슈퍼갑질은 하였으나 신문광고 등으로 직판패키지여행사의 물량을 노골적으로 빼앗는 일은 하지 않았다 . 지금은 모두투어도 한 통속이다 .
직판 패키지여행사 들이 브랜드 판매에 치중하다 보니 여행상품 유통 ( 간판 패키지 ) 의 브랜드화라는 역발상에 당하고 만 것이었다 .
거기에 하나 더 , 관광정책 당국의 국민소득 향상과 함께 해외여행객 급속한 증가를 예측한 선견지명이 주효했을 것이다 . 관광정책과 미래정보는 톱니바퀴로 맞물려 있을 것인데 이를 누가 발 빠르게 이용할 수 있었을까 ? 바로 대기업이다 .
패키지 시장에 1 급 여행상품을 파는 속칭 1 군 직판패키지여행사인 한진관광 , 코오롱관광 , 롯데관광 등이 맥을 못 추니 시장은 생존을 위해 2 급 위주 여행상품을 파는 소위 1.5 군 , 2 군 여행사의 저가 패키지로 빠르게 흘러가게 된다 .( 코오롱관광은 수년 전 자취를 감추었다 .) 노랑풍선 , 참좋은여행 , 투어 2000, KRT, 온누리 , 세계투어 등 등 .
재벌기업의 후광을 등에 업은 범한여행 ( 레드캡 투어 ), 서진항공 ( 현대드림투어 ), 세중나모여행 ( 세중 ), SK 투어비스 등도 속칭 1.5 군으로 전락하여 명맥을 유지하거나 패키지를 포기하거나 하나 , 모두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만다 . 왜 이렇게 되고 만 것일까 ?
1 급 여행상품의 모객이 문제였다 .
1 군 , 1.5 군 패키지 여행사 여행상품 판매담당 전문가로서는 굴욕적인 일이지만 속수무책이다 . 패키지 상품은 모객이 안되면 손님들에게 여행사 선택의 여지가 줄거나 없는 것이다 .
일본의 거대여행사인 JTB 여행사와 합작한 롯데 JTB 도 버티지 못하고 패키지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
대한민국의 우량 , 중견 패키지여행사가 이 지경이니 수천 곳의 중소여행사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으며 , 특히 지방 소재 중소여행사의 고충은 목불인견이다 . 폐업이 속출하였다 .
2015 년 하나투어의 직원은 1,750 여 명 , 계열사 까지 합하면 2,500 여 명 정도 , 제휴사나 계열사 수십 곳 , 해외지사 30 여 곳 , 전국 대리점 1,200 여 곳 , 2013 년 상장회사 영업수익률 13.4% 발표 , 고용창출우수업체 등으로 금탑산업훈장 수상 , 우수납세업체로 국민포상 수상 , 공정위 , 소비자원 주관 소비자중심경영대상 (CCM) 수상 등 등 , 다채롭고 화려하기 짝이 없다 .
외관상 이러한 상황이 여행소비자인 국민과 주식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행업계 종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
아니 업계 내에서 문화관광부만 모른다 ?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 아마 알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
( 일반 ) 여행업협회는 분담금을 이유로 하나 , 모두투어의 하수인이나 들러리 역할에 벗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 접어두자 .
문광부가 관광진흥법을 20 년 이상 관장해 오면서 산하 지도 감독 , 관리 업계 중 가장 괄목할 성장을 이룬 아웃바운드여행업계에 대해 업계의 실상을 모르면서 제도를 만들고 관리감독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
여행업 법 초안을 기초할 정도라면 여행도매업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며 랜드업이 어떻게 영업해 왔는지 잘 알 것이다 . 아니 몰랐다면 당연히 알았어야 한다 .
그래서 여행시장에 하나투어와 같은 기형적 괴물이 나타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 아니면 랜드업을 제도권에 두었어야 했다 .
2012 년 9 월 , 관광협중앙회 , ( 일반 ) 여행업협회는 이러한 하나투어 , 모두투어를 예외로 인정하고 여행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
제 정신이 아니다 . 구린내가 진동한다 .
국민을 기망하고 법을 유린하며 업계에 군림하는 서비스업체가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얘기인데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다 .
전체 여행업계 1,2 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합작회사마저 설립하고 자본비율도 5 : 5 로 맞추어 놓았으니 여행객 2000 만 명 시대의 도래에 누가 인 ,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을 장악해 나갈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
도대체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
누구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일까 ?
정부의 관광정책의 방향과 일치하는 해당업체 노력의 산물인가 ? 아닐 것이다 .
그 해답은 바로 하나투어의 주식시장 상장에 있다고 본다 .
하나투어의 2000 년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는 4.000 원 대 이였다 . ( 액면가 500 원 )
꾸준히 상승하여 2007 년 10 월 대선 직전에는 101,000 원 고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 2015 년 초에는 20 만원을 기록했다가 현재는 다시 9 만 원대에 있다 . 그 얼마 전 2014 년 가을에 한 달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10% 이상 상승한 부분도 수상하다 .
2006 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깜찍한 이변도 있었다 . 열악한 여행업종의 해외상장이었다 .
하나투어가 상장 당시부터 7 년 동안 실적이 년 평균 35% 씩 고도성장을 하였다고 하지만 2007 년도에 단순히 주가로 환산해 보면 45,000 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 종합주가지수 변동을 고려해 봐도 10 만 원은 상당한 가격이다 . 그러므로 누군가가 주가를 끌어올려야 만 10 만원이라는 주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있다고 본다 .
연기금 등 기관에서 어떻게 특정주식에 투자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연금에서 10% 이상 투자하여 하나투어 , 모두투어의 대주주가 되었는데 향후 결과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
2007 년 당시 주식시장에서 ‘ 검은 머리 외국인 ’ 의 투자에 대해서 여러 번 회자 되었는데 이 역시 최근에 다시 조세피난처와 맞물려 거론되고 있다 . 국세청이 알아서 하겠지만 여행업계의 역외탈세 부분도 살펴봐야할 것이다 .
하나투어의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여행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 개괄적으로 한가지 만 거론한다면 불공정거래의 심화로 인한 폐해이다 .
하나투어의 주가 상승으로 누가 대박이 났을까 ?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는 물론이고 업계에도 정보를 믿고 주식 투자한 사람들 , 그리고 ? 또 누가 있을까 ?
나머지 수혜자는 외부의 검증 노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 증권사 매니저 , 에너리스트는 논외로 치자 .
그런데 문화관광부는 10 여 년 동안 여행시장의 변화와 여행업종의 주식시장에 대하여 모르고 있다 ? 여행업 제도와 여행시장 영업 관련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 여행업 법이 제정되지 않은 이유도 모른다 ? 여행업 관련 정책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 왜 랜드업이 여행업종에 포함되면 안되는 지 모른다 ? 여행업 관련 다른 부처가 하는 일은 아예 모른다 ?
모르쇠인가 , 오리발인가 ?
더 이상 역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욕되게 하면 안 될 것이다 .
응답하라 ! 1999 년부터 문화관광부가 여행업에 한 짓에 대해서 !
글: 김주현
관광칼럼니스트 전 랜드업협회 회장 현 월드비젼 대표
본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기사 방향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미디어원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