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o”Story] (4) 나 다시 사모아로 돌아갈래!


" 사랑의 비극은 결국 죽음도 이별도 아니다 .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 지난날에는 하루만 못 만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를 지금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보다 무서운 비극은 없다 . 사랑에서 진짜 비극은 무관심이다 ."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이 배경인 윌리엄 서머싯 몸 (W. Sommerset Maugham) 의 단편소설 ‘레드 (Red) ’의 한 구절이다 .


역사과학자들은 사모아에 인간이 정착한 때는 기원전 약 2,000 년경부터란다 . 배를 타고 사모아에 정착한 그들은 동남아와 멜라네시아에서 온 오스트로네시아인들이었고 현재 사모아인들에겐 그 선조의 피가 섞여 있다 . 정식 명칭 사모아 독립국 (Independent State of Samoa) 은 뉴질랜드에서 약 2,800km 떨어져 있고 미국령 사모아 바로 서쪽에 우폴루섬과 사바이 (Savaii) 등 10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곳이 남태평양의 자존심 폴리네시아 문화의 심장으로 피지 , 바누아투 , 통가 , 미국령 사모아 , 하와이 등과 꽤 비슷한 문화가 많다 .


사모아의 수도인 아피아 (Apia) 는 우폴루 (Upolu) 섬 북쪽에 있고 사모아 전체 인구의 반이 거주하는 유일한 대도시다 . 시 중심부 클락 타워 (Clock Tower) 와 아피아 시티 센터 (Apia City Center) 가 쇼핑몰 , 상점 , 식당 , 호텔 , 술집 , 클럽 등이 있는 유일한 번화가다 . 시내 관광안내소 뒤편에 사모아 문화 마을 (Samoa Culture Village) 가 있어 매주 화 , 목요일엔 요리 , 춤 , 노래 , 공예품 제작 등 전통 체험행사가 있다 . 관광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사거나 무료로 직접 만들어도 볼 수도 있다 .


아피아 섬 동남쪽에 있는 로토파가 마을에는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한 열대 정원 아래 사모아가 자랑하는 관광명소 토 수아 오션 트렌치 (To Sua Ocean Trench) 가 있다 . 폴리네시아말로 토 수아는 ‘ 거대한 구멍 ‘, 오션 트렌치는 ‘해구’를 뜻한다 . 정글 숲 속에 숨겨진 거대한 분화구에 걸쳐진 사다리에 올라 10m 아래 파란색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 . 분위기에 나도 뛰어보니 생각보다 안 무섭다 . 이 토 수아 오션 트렌치가 사모아를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이었다 .


오래전부터 사모아의 물맛은 알아준다 . 바일리마 양조장 (Vailima Breweries) 은 사모아의 대표적 맥주 공장이다 . 바이 (Vai) 는 물 , 리마 (Lima) 는 손이란 뜻으로 죽어가는 연인을 손으로 물을 떠먹여 살렸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 6.7~4.9% 로 다양한 도수의 독일식 라거로 생산량이 연간 850 만 Lt 인데 거의 국내에서 소비된다 . 코카콜라가 이 회사를 인수한 덕분에 사모아에선 세상에서 가장 물맛 좋은 코카콜라와 맥주를 즐길 수 있단다 .

수도 아피아 (Apia) 에서 약 40km 떨어진 바일리마 (Vaillima) 마을에 ‘납치’ , ‘보물섬’ , ‘지킬박사와 아이드씨’ 등을 저술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Balfour Stevenson) 박물관이 있다 . 작가이자 시인인 스티븐슨은 1894 년 12 월 3 일 44 세로 생을 마감했다 . 이 박물관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가 살던 집으로 가구 , 식기 , 책 , 장식품 등 그가 사용했던 모든 유물이 있다 . 벽면엔 여러 나라말로 번역된 ‘보물섬’ 책이 전시돼 있고 , ‘ 80 년대 한국어판도 보인다 . 그가 사모아인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그가 죽자 원주민들은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길을 내 그의 무덤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그를 기리고 있다 . 존경과 애도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제로 세금 들여 동상을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


테우일라 잔치 (Teuila Festival) 는 각 마을공연단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추는 남태평양의 주요 잔치 중 하나로 사모아 최대의 축제다 . 매년 9 월 초 열흘간 계속되는 행사에는 전시회 , 요리대회 , 문신과 조각 쇼 , 경찰악대의 화려한 시범 , 미스 사모아 선발대회 등이 펼쳐진다 . 사모아의 전통 요리 우무 (Umu) 는 바나나 잎으로 감싼 고기와 채소에 불로 뜨겁게 달군 돌을 놓고 그 위에 다시 바나나 잎, 야자껍질 등과 흙을 덮어 두세 시간 물을 뿌리며 익힌다 . 증기로 요리하기 때문에 바나나 잎의 향이 고루 스며들어 부드러운 고기와 채소들이 맛도 깔끔하다 . 요즘 식당 등에서는 바나나 잎 대신 알루미늄 포일을 쓰기도 한다 . 신기하게도 사모아와 직선으로 약 4,200km 떨어져 있는 하와이 원주민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를 한다 .


택시는 많지만 , 요금은 미리 흥정하다 . 국제운전면허증은 아피아 시 경찰서나 렌터카 회사에서 새 임시면허를 발급받아야 렌터카를 몰 수 있다 . 사모아 버스는 여러 색으로 다양하게 색칠된 관광 명물로 아피아 시장 앞 버스정거장에 있다 . 각지로 가는 버스는 다 여기서 출발하고 도착하는데 시간표도 없고 승객이 다 차야 기사가 시동을 건다 . 관광객들은 버스색상에 한 번 놀라고 타서 자리가 없으면 남의 무릎 위에 앉는 것에 두 번 놀란다 . 버스정류장 옆 푸드마켓엔 푸짐하고 맛있는 피시앤 칩스가 단돈 몇천 원이다 .

카바 (Kava) 음료수는 모든 행사나 모임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 현지인 친구가 농담으로 밥은 안 먹어도 카바 물은 마신다며 자꾸 권한다 . 카바는 ‘취하는 고추’란 뜻의 남태평양 말이다 . 시장에 가면 말린 카바 뿌리를 쌓아놓고 판다 . 이걸 커다란 나무대접에 넣고 빻아 물을 타면 마치 흙탕물처럼 갈색이 된다 . 휘저어 한 모금 들이키면 흙 맛이 나며 입술 , 혀 , 잇몸과 입 주위까지 얼얼하고 마비가 된다 . 치과 치료 때 마취주사 맞은 기분이다 .


대다수 기독교인인 관계로 일요일엔 대부분 상점도 문을 닫고 조용하다 . 일요일과 해가 떨어지면 마을 출입을 삼가자 . 아피아 같은 대도시는 괜찮지만 , 지방의 촌락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하고 꼭 추장인 마타이 (Matai) 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 해안가 마을엔 비치 팔레 (Beach Fales) 라고 있다 . 야자수로 지붕만 덮은 꼭 우리나라 정자처럼 생긴 쉼터다 . 약 2~3 만 원 정도면 여기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 손님이 오면 진짜 간단한 침구류와 모기장만 준다 .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상쾌한 태평양 공기 , 천지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이 아까워 밤을 꼬박 새운다 . 관광청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

남자나 여자나 원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는 라바라바 (lava-lava) 라는 통치마를 즐겨 입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 것 등 동남아문화의 영향도 엿보인다 . 전통을 고수하는 사바이 등 다른 섬에 비하면 수도 아피아가 있는 우폴루 섬은 개방되고 현대화된 곳이지만 아직도 관습을 중요하게 여기니 꼭 머릿속에 담자 . 다른 관습을 존중할 줄 알아야 여행의 가치도 있다 . 덧붙여 사모아는 범죄율도 낮고 안전한 곳 중 하나지만 도심지의 집 나온 떠돌이 개들은 조심하자 . 어디나 집 나온 것들이 문제다 .

사모아에서는 5 월과 10 월 둘째 주 일요일을 일 년에 두 번 ‘ 화이트 선데이 ’ 로 정하고 아이들은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흰옷을 입는 풍습이 있다 . 아이들을 위한 날이고 우리로 따지면 어린이날과 같은 의미다 .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5 월과 10 월 사이로 날씨가 좋아 잔치나 행사들도 풍부하다 . 사모아는 서쪽에 있던 날씨변경 선을 동쪽 끝으로 옮겨 세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나라가 됐다 .

Photo Coutesy | Machobat, S outhpacificfashion , Samoa Tourism Autho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