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여행] 커피박물관 – 왈츠와 닥터만

덕소에서 양수리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따라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서울종합촬영소 맞은편 북한강변 바로 옆에 중세유럽의 작은 성을 떠올리게 하는 ‘왈츠와 닥터만’이 서 있다.
왈츠와 닥터만은 오래전부터 커피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명소이다. 이곳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 커피에 매혹된 박종만 관장이 수백 년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짓고 세계 커피의 맛을 알리면서부터다.
커피박물관 ‘왈츠와 닥터만’에 오면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이나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겸한 커피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새로운 추억이 될 것이다.


‘왈츠와 닥터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빨간색 스쿨버스를 개조해 만든 매표소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은 박종만 관장의 개인연구소 겸 관람객들에게 표를 끊어주는 매표창구 역할을 한다.
커피박물관은 붉은 색 와인벽돌건물 2층에 있는데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평상시에는 전세계에서 가져온 커피관련 유물과 자료 그리고 원두, 커피기계, 커피포트, 커피잔 등을 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 있지만 매주 금요일 저녁만 되면 박물관은 콘서트 홀로 완벽한 변신을 한다. 커피박물관의 이름이 왜 왈츠와 닥터만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원두커피와 왈츠(또는 클래식)를 다 함께 음미하고 싶다면 금요일에 오는 것이 좋다. 하지만 외부의 방해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은 평일의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입장권을 끊고 2층에 있는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친절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게 된다.
커피박물관에 조성된 테마는 모두 5개로 커피의 역사, 커피의 일생, 커피 문화, 커피 재배온실, 커피 미디어 자료실 등 이다. 지금부터 300년 전 아프리카 사막에서 사용하던 커피 추출기와 19세기 그라인더 등 진귀한 유물을 비롯해 커피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 1천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그밖에 나폴레옹,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피카소, 고흐, 발자크, 카프카, 헤밍웨이, 루소, 칸트, 루이15세 등 커피와 역사적 인물들의 만남을 기념하는 초상화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커피잔 컬렉션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직접 26종의 세계 원두들을 추출해서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옥상에 설치된 커피 재배온실에서는 박종만 관장의 평생 역작인 묘목 떡잎부터 빨갛게 익은 열매까지 커피나무의 전 생장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왈츠와 닥터만에서 마련한 1시간 정도 걸리는 박물관 투어에 속한다. 관람객들은 매시 정각과 30분에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8월 18일에 문을 연 커피박물관은 커피와 인연을 맺고 평생을 바치기로 한 박종만 관장의 꿈이 녹아 있는 곳이다.
박물관의 각 섹션에 대한 관람을 마칠 때마다 박관장이 커피박물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커피에 대한 진실을 일반인들과 공유하려는 그의 진심에서 발현된 결과이다.

이 박물관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놀라운 변신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는 커피와 함께하는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는데 약 100석의 좌석이 마련된다. 오크로 된 수 십개의 커피통과 1500여점의 커피유물들 그리고 전시된 수십 종의 커피기계 등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대신 무대 위에 피아노가 나타난다.
닫혀있던 창문들이 열리고 밖으로 북한강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진한 원두커피향이 박물관에서 콘서트홀로 변신한 실내에 그윽하게 퍼지고 8시가 되면 초대된 클래식 연주자의 멋진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운다.

이 연주회는 ‘닥터만 금요 음악회’로 박종만 관장이 박물관을 오픈하면서 시작한 이벤트이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 음악회는 지금까지 100회를 넘게 공연하는 동안 매회 만석이었다.
최고의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감미로운 선율 거기에 북한강변의 시원한 강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몽을 안겨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