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는 남녀교합상 ‘미투나’로 유명하지만 마을풍경은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비포장길이 대부분인 마을의 도로는 다른 인도길과 마찬가지로 소들과 개, 염소, 자동차, 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이 사이좋게 이용하고 있었다.
사진은 신호나 교통경찰이 전무한 도로를 산들바람처럼 달리고 있는 여학생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다.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내가 자전거타는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왜 카메라에 담았을까? 아마도 어깨 뒤로 넘긴 길고 흰 스카프때문이었나보다. 흰색과 회색의 교복도 단아해 보였고 특히 자전거타는 여학생들의 표정이 파란 하늘만큼이나 시원하게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시간이 지나서 기억하기 힘들지만 아마도 나의 고등학교시절을 추억하지 않았을까 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는 저 여학생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녔었다. 그리고 자전거와 함께 나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생겼다. 교회에서 만난 여학생을 좋아했는데 저녁 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해 그녀가 다니는 학교앞 분식집에 자주갔다.
그 때 내 발이 되어준 게 바로 자전거였다.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자주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분식집을 가지 못했을테니까…
그녀와 먹던 칼국수 맛이 생각난다. 벌써 27년이 흘러버렸는데 말이다. 대학 졸업후 서울에 올라온 이후로 잊고 있었던 그 때의 시간이 저 사진을 찍으면서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멀리 인도 카주라호라는 시골마을에서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인도여학생들을 보며 기억은 천천히 재생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장롱 바닥에서 먼지에 덮힌 테이프를 발견해 그것을 카세트에 넣고 듣는 순간처럼 맥박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답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