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 일본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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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가득 피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릴 5 월의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여행지 , 일본 간사이 지역은 만개한 봄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다 . 간사이 사케 여행을 전통주 소믈리에 , 사케 소믈리에 , 전통주 명인과 함께 떠나자는 것을 어찌 마다 할 수 있겠는가 ? 아직 간사이의 봄은 채 영글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녹아있을 사케와 음식을 만나러 떠난다 .

간사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역사 문화의 중심지로써 아스카시대부터 헤이안시대에 이르기까지 왕부 ( 王府 ) 였다 . 에도막부시대에도 실질적인 수도는 막부가 위치한 에도 즉 도쿄였으나 간사이지역에서는 교토가 수도 역할을 했다 . 메이지 유신 후 천황이 도쿄에서 집무를 보기 시작하면서 실질적으로 수도가 도쿄로 옮겨갔으나 교토는 여전히 일본 역사의 상징이고 문화의 바탕이다 .

간사이 ( 関西 ) 는 지역적 구분으로 볼 때 주부지역으로 분류되는 세키가하라 ( 関 ヶ 原 ) 의 서쪽이란 의미이며 그 중심지인 교토와 나라가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연유로 긴키 ( 近畿 ) 즉 수도권이라고도 불린다 .


간사이지역의 7 개 현 중 교토현 나라현 사가현 오사카현을 찾아 오랜 시간 일본 역사의 중심이였던 그들의 전통적인 술과 음식 그리고 문화를 경험하고 보다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

간사이의 2 부 8 현 중 나라현 교토현 시가현을 비롯 7 개 현을 일주일에 돌아보기 위해서는 오전 일찍 시작하여 저녁식사 후에 끝나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

여행의 기록은 간사이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시작하여 나라의 이나다주조 시가의 오카무라 혼케 양조장 타바토지 주조기념관 등의 주조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기로 한다 .

교토 그리고 후시미이나리 신사

아스카시대 , 나라시대를 거쳐 서기 794 년 간무천황이 나라에서 교토로 천도하면서 헤이안시대가 시작되었고 이후 가마쿠라막부 무로마치막부 전국시대 에도막부를 거쳐 1868 년 메이지천황이 도쿄에서 집무를 시작할 때까지 교토는 1000 년 넘는 세월동안 일본의 수도였다 .
아직도 교토인들은 천황이 다시 돌아온다고 굳게 믿고 있으나 그 믿음이 언제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 천년 넘은 세월 수도였던 교토는 고도제한으로 높은 빌딩을 보기 어렵다 . 도시 전체는 안온한 느낌으로 가득하고 오랜 전통은 곳곳의 세계문화유산과 국보 외에도 사람들의 몸짓 말 짓에서 조차 흘러나온다 .
교토는 오랫동안 꽤나 자주 들락거렸던 곳이지만 이번 여행 일정은 헤이안신궁 , 기요미즈데라 , 야사카신사 , 니시혼간지 등 자주 찾았던 곳이 아닌 후시미의 이나리신사 등 전혀 새로운 곳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다 .


후시미 ( 伏見 ) 의 이나리신사 ( 伏見稲荷大社 ) 는 교토의 남쪽 지역의 이나리 ( 稻荷 ) 산 기슭에 세워진 신사로써 쌀 농업 상업 성공의 신을 숭배하는 신사이다 . 이나리 ( 稻荷 ) 는 여우 혹은 유부를 뜻하는 바 , 여우는 본시 곡식의 신이었으나 이후 농업과 상업 혹은 성공을 상징하는 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 일본에는 수많은 이나리신사가 있는데 후시미의 이나리신사는 그 본산이라고 전한다 .
후시미의 이나리신사는 ‘ 게이샤의 추억 “ 이라는 헐리웃 영화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신사 뒤의 수 천 개의 도리 ([ 鳥居 ) 로 특히 유명하다 . 도리는 일본의 신사 앞에 위치한 빨간색 기둥문으로써 우리네 홍살문 혹은 절 입구의 산문과 같이 세속과 신의 세계의 경계를 의미한다 . 이나리신사의 도리는 성공을 기원하는 신자들이 바치고 있으니 그 수가 수만을 넘을 수도 있겠다 .

성공을 기원하는 붉은 칠의 도리와 함께 이나리신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우의 형상이다 .
다양한 형태의 여우석상들이 풍요를 상징하는 벼 , 부를 상징하는 열쇠 등을 물고 예의 붉은 머플러를 하고 여행객들을 만난다 . 여우들은 신과 인간 사이의 메신저로써 도리를 바치는 정성으로 성공을 기원하는 신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신에게 전한다고 한다 .

신의 세계를 한걸음 벗어나면 다시 인간의 세계 ….. 좁은 도로 좌우로는 먹음직스런 길거리 음식들이 저마다 자신의 향취를 뿜어내며 구경에 지친 여행객들의 소매를 잡아끌고 있다 .
그래 이것이 여행이지 ….. 한 입 베어 무니 천년고도 교토의 맛이다 .


글 사진: 이정찬 교토 사진: 이상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