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보다 천년쯤 앞선 문명 세계가 있다면 그리고 그 곳을 갈 수 있다면 우리 인간들은 바로 내일 그 곳에 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언제나 상상해 온 천계의 실제 모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주과학관에서 우리는 3차원이 아니 4차원과 5차원의 세계를 짐작하고 바로 그 곳이 죽음 다음의 삶이 있는 곳이라 생각하지는도 모른다.
문명과 어긋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것, 하늘까지 치솟은 고산 준령 속에 터 잡아 그들만의 시간 속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들만의 신과 교감하는 그 곳은 첨단 문명의 세계를 그리는 것과 같은 만큼의 그리움으로 우리 인간을 설레게 한다.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들의 세상은 절망과 좌절의 끝없는 수렁, 그것을 다 떨치고 내려놓고 나니 인간의 잣대인 모든 것들은 의미를 잃고 한줄기 바람, 한 줄기 빗물, 한 줄기 태양볕, 삼라만상 모든 곳에서 행복한 기운이 흘러 나올 뿐이다. 신비한 은둔의 나라, 그 곳에서 행복했던 삶의 기억들을 찾는다.
(미디어원=강정호 기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폐쇄적인 사회가 북한이라면 이 곳은 가장 조용하고 신비에 쌓인 나라, 마치 속세를 벗어나 천계에 숨어있는 듯 감춰져 있는 곳이다. 대승불교가 국교인 전 세계 유일한 나라, 한 때는 문맹률이 80% 이상까지 치솟았지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지구의 가장 높은 곳인 히말라야 산맥의 언저리에 터를 잡은 내륙국가, 바로 부탄이다.
도시전체가 너무 고요해 마치 시간이 멈춘 곳 같은 부탄은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마을 같은 수도 팀푸
수도인 팀푸는 아름답고 울창한 계곡에 자리 잡고 있으며 팀푸 강뚝의 언덕에 널리 퍼져 있다. 이 도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호등이 없는 수도이다. 하나가 몇 년 전에 설치되었으나 주민들이 신호등이 인간미가 없다고 불평하는 바람에 며칠 뒤 곧 없앴다고 한다.
최근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팀푸는 여전히 그 매력을 보존하고 있으며 밝게 칠하고 정성들여 조각한 많은 건물들은 이 도시를 매혹적이고 중세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팀푸는 수많은 구경거리들과 즐길만한 것들로 넘쳐흐르는 부탄 문화의 풍요를 상징하는 도시이다. 시 바로 위의 언덕에서 눈길을 끄는 인상적인 트라쉬쵸죵은 1960년대에 완전히 보수되어 수도의 상징이 되었다. 현재는 국왕의 집무실이 자리하고 있으며 중앙 승려단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 오면 죵 아래 층에 있는 미술 공예 학교를 같이 방문해보도록 하자. 이 학교에서는 전국의 재능 있는 어린아이들을 모아 전통적인 기법을 전수하면서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이 아이들의 놀랄만한 작품들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한다. 시내로 돌아와 가장 눈에 띄는 불교 건축물은 쵸르텐 기념관으로 많은 불교 성화와 밀교상을 전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매일같이 기도를 드리는 곳이며 하루 종일 쵸르텐 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한다. 팀푸의 중심부에서 열리는 주말시장은 시골 사람들이 부유한 팀푸 주민을 제치고 열심히 흥정을 하는 곳으로 도시와 시골의 조화를 경험하기 가장 이상적이다. 근처의 챵리미탕 경기장은 국립 궁술 경기장으로, 전통적인 복장을 하고 화려한 동작과 즐거운 의식을 치르며 부탄의 국기인 궁술에 참가한 궁수들이 실력을 겨룬다. 국립 전통 의학원은 300 종이 넘는 식물로 약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는 재미있는 기관이다.
모든 호텔이 완전히 차버리는 가을의 팀푸를 여행하려는 계획만 아니라면 여행자들은 대개 시내의 고급 호텔 중 한곳에 예약되어진다. 축제 기간 중 호텔이 다 차버리면 게스트 하우스나 다른 사람의 집, 아니면 심지어 텐트에서 자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사실 최고급 호텔에 대한 상상도 바꾸는 것이 차라리 낫다. 부탄의 최고급 호텔이란 20년 전 인도의 호텔과 같은 정도지만 서비스와 시설은 그래도 일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숙소가 아무리 간소하다 하더라도 방은 대개 부탄 스타일로 형형색색의 그림과 장식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침실에 들어 왔다기보다 수도원에 안내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부탄 정신의 요람 붐탕
붐탕은 부탄의 정신적인 중심부로 가장 오래되고 귀중한 불교 유적이 있는 곳이다. 신성한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담배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피울 담배를 미리 다룬곳에서 사두어야 한다. 부탄의 중심에 위치한 붐탕은 네 개의 주요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 중심이 되는 쵸스코르는 가장 중요한 죵들과 사원, 궁전들이 있는 곳이다. 자카르는 쵸스코르 아래에 있으며 걸어서 관광할 때 출발기지가 될 만한 곳이다. 자카르 죵은 1500m가 넘는 둘레로 부탄에서 가장 크며, 1549년에 세워졌다. 소박한 부탄의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화려하게 장식한 왕디춀링(Wangdichholing) 궁은 우곈 왕츅 왕의 숙소였던 곳이다.
쵸스코르 계곡을 따라 더 가면 659년 세워진 잠베이 라캉사원이 나오는데 10월에 잠베이 라캉 드룹이라고 하는 부탄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로 부탄의 모든 시민들이 이날을 기다린다. 쿠르제이 라캉은 1652년 건립된 세개의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 안의 동굴에 보관된 큰 스님인 구루 림포체의 흔적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부탄은 나라전체가 수도원 같다. 만약 죵을 보는데 질렸다거나 오래되고 성스러운 건축물은 다 보았다고 생각된다면 한적한 시골로 나가보도록 하자. 여기는 부탄인의 대부분이 가진 그대로 수천 년 동안 살아 온 곳이다. 붐탕 지역에서 출발기지로 삼기 가장 좋은 곳은 자파르로 팀푸에서 150km 조금 넘는 곳에 있다.
다른 부탄의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도착하려면 바퀴가 달린 그 어떠한 수단이든 빌리거나 얻어 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곳은 모두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포브지카 계곡
포브지카는 검은 산맥의 서쪽 기슭에 있는 빙하 계곡으로, 검은 산맥 국립공원의 경계에 살짝 들어가 있는 지정 보호 구역이다. 도시를 떠나 이곳에 오면 자연을 벗 삼아 하는 트레킹이 딱이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며 위에서 보는 경치는 자연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작품에 경탄을 할 것이다.
이곳은 또한 희귀 멸종 동물인 검은목두루미가 겨울을 지내는 곳으로 부탄에서 가장 중요한 야생 동물 보호 지역 중 한곳이다. 이 새는 부탄의 민간전승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탄의 여러 불화에도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이 새들이 부탄을 떠나 티베트로 돌아갈 때를 아쉬워하는 민요는 가장 널리 퍼진 노래 중 하나이다. 여행자들은 팀푸에 있는 자연 보호부처의 허가를 얻어 두루미의 보금자리를 구경할 수 있다.
밤을 보내기 위해 석양 무렵 계곡 전체에서 이 새들이 모여드는 광경은 우리나라의 군무를 보듯 놀라운 장관이다. 이 계곡에 사는 동물 중에는 또한 문트작, 이나멧돼지, 삼바, 히말라야 검은 곰, 표범, 붉은 여우 등 이곳에서만 볼수 있는 동물들이 많다. 세계 동물협회는 현재 지카 계곡 기슭 가까이에 케베탕 자연 연구 센터를 설립하도록 보조하고 있다
근처에 있는 검은 산맥 국립공원은 아직도 자연 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공원 안에는 수많은 식물 종들이 있으며 발견되고 있는 동물들 중에는 호랑이나 히말라야 검은 곰, 표범, 적색 팬더, 고랄, 세로우, 삼바, 멧돼지, 황금 랑구르 등이 있다. 포브지카에 가기 위해서는 왕기로 가는 큰 길을 따라가다가 험한 비포장 도로로 내려가 13km를 더 간다. 팀푸에서 포브지카까지는 94km이다.
부탄은 지구에서 가장 높고, 척박한 땅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단체 관광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인생에서 어떤 해답이나 마음의 휴식을 찾는 자라면 부탄만큼 또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 왔을 때는 하늘과 가장 가깝게 지내게 될 것이니까.
여행 시기
가장 좋은 여행 시기는 10월에서 11월과 주요 축제가 열리는 동안이다. 기후는 9월 하순에서 11월 하순까지의 가을이 가장 좋아서 하늘은 청명하며 높은 산의 정상도 보인다. 이때는 트레킹을 위해 이상적인 때이면서 부탄 전역을 여행하는 데 가장 좋은 시기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흠뻑 젖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6월에서 8월 사이의 장마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팀푸에서 평균 50cm의 비가 쏟아져 내리며 동부 고원에서는 1m나 되는 비가 퍼붓는다.
사진제공: 부탄관광청, 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