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사잡언(雜事雜言)

잡사잡언(雜事雜言)의 사전적 의미라면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 대한 그다지 쓸모없는 소리 정도가 될 것이다.

잡사(雜事) 의 반어의가 꼭 대사(大事)일 필요도, 잡언(雜言)이 굳이 명언(名言)의 반대어일 필요도 없으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잡인(雜人)들이 국가권력의 최정점에서부터 상층부를 모조리 차지하고 대의(大意)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일들을 마치 제집 마당 쓸 듯 가볍게 처리하고 있으니 대사(大事)와 잡사(雜事)가 온전히 자리바꿈한 형국이다.

그리하여 잡사가 대사요 잡언이 명언이니 높지 않은 지력과 필력으로나마 세상의 어지러움을 경계하고 잡인들의 헛짓을 막아서는데 제 몫을 해 볼 요량으로 틈나는 대로 잡언을 늘어놓겠다는 생각을 한 지가 제법 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막아서는 통에 몇 겁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알량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출발점에 섰다.

보잘 것 없는 일이나마 이를 행함에 있어 자기 생각에 스스로 심취하여 옳고 그름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모자람과 과함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혼미한 세상을 더욱 어지럽게 하여서는 안 될 노릇이니 항상 객관성과 공정성을 염두에 두고 잡인(雜人)들의 세상을 살펴 글로 옮겨가고자 한다.

잡사잡언((雜事雜言)을 거창하게 발행인 칼럼이니 이런 말로 미화하지 않는 것은 이 어지러운 세상의 도래에 자신도 책임이 있으니 잡인의 잡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서이다.

주제도 횟수도 정함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손가는 데로, 쓸 데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다.

이 정 찬
미디어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