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정인태 기자)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가진 모국에 대한 자부심은 예전부터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로 이어져, 여행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려는 그들만의 보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 인스브루크에서 만난 광활한 자연과 수많은 명소들, 그리고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다. 삶이 주는 즐거움을 향유하며 사는 유쾌한 사람들. 그들이 있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는 더욱더 특별한 도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구 시가지 – 황금 지붕부터 오토부르크까지
오스트리아 티롤 주(州)의 주도인 인스브루크에 도착하면, 도심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림과도 같은 알프스 산맥의 비경에 넋을 잃게 된다. 푸름이 만연한 들판 저 멀리 보이는 위풍당당한 산들을 바라보면 벌린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스브루크는 인(Inn)강과 다리(Bruck)라는 뜻의 독일어를 합친 말로, ‘인강 위에 있는 다리‘라는 뜻이다. 지도를 보면 인강이 마치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도심 사이로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심부 외곽에서는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 산맥의 웅대한 비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 풍경만 보며 감탄하기에 인스브루크는 훨씬 더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인스브루크의 상징이라 불리는 ‘작은 황금의 지붕’을 시작으로 인스브루크 매력 탐방에 나선다.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황금의 지붕(Goldenes Dachl)’은 후기 고딕양식의 건물의 발코니를 덮고 있는 지붕이다. 이곳은 페르디난드 4세가 1420년 티롤 주 영주궁궐로 지은 후,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2,738개의 동판자로 지붕을 덮게 해 1500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막시밀리안 1세가 건물 바로 앞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만든 이 발코니에는 황제와 두 황비를 비롯해 궁중광대, 무용가 등의 모습과 문장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황금의 지붕 오른편으로 쭉 들어가면, ‘호프부르크 궁전(Kaiserliche Hofburg)’이 나온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아 아기자기한 느낌이지만, 막시밀리안 1세와 마리아 테레지아 황비가 집정한 중요한 장소이다. 궁궐성당 앞 광장의 한편에서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어, 여러 사람들이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잠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땀을 식히는 시간을 갖는다.
궁궐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 ‘궁궐성당(Hofkirche)’에 들어선다. 페르디난드 1세 때 건축된 이 성당 안에는 막시밀리안 1세의 무덤이 있다. 황제의 무덤이 있는 곳이고, 대성당이라서 그런지 내부는 약간 엄숙한 느낌이 깃들어 있다. 성당 내에는 황제의 대리석 조각무덤이 놓여 있고, 그 양쪽에는 28개의 청동상들이 있다. 마치 황제를 지키고 있는 듯,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이 어우러진 대성당 안에는 뭔가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무서운 마음(?)에 서둘러 성당을 빠져 나온다.
성당 근처에 있는 ‘시첨탑(Stadtturm)’ 위에서 인 강과 인스브루크 거리를 바라보며 상쾌한 기분에 젖는다. 전망대 위에 오르기 위해 148개의 계단을 올라왔다는 사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저 멀리 보이는 노르트케테 봉의 절경만 보더라도, 아픈 다리가 씻은 듯 낫는 느낌이다.
탑을 내려와 강을 향해 걷다가 바로크 양식 건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로코코 양식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바로 ‘핼블링 하우스(Helblinghaus)’이다. 화려한 건물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곳은 현재 상점과 일반 아파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양식은 조금 다르지만 강가에 있는 ‘오토부르크(Ottoburg)’ 또한 주택첨탑으로 쓰이고 있다.
고딕양식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아늑한 음식점과 포도주점으로 변모해, 여행자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첨탑 앞에 있는 기념탑에 궁금해 물어봤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티롤 주 자유투쟁자의 기념탑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든지 자유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할 주제가 아닐까 새삼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특별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
인스브루크 거리의 중심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를 거닌다. 신성로마제국 황후의 이름을 딴 거리 위로 트램과 버스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그리 넓은 도로는 아니지만, 시내에는 일반 차량이 의외로 적어 통행에 불편은 없어 보인다. 항상 차들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도심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한적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거리의 가장 유명한 명소 성 안나기념탑을 바라본다. 이 기념탑은 1703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했던 바이에른 침입을 기념해 건립됐다고 한다. 탑에는 성모상, 성녀 안나상 등이 묘사되어 있는데, 거리를 바라봄과 동시에 저 멀리 만년설이 뒤덮인 확 트인 시야까지 한 눈에 들어와 마치 이 도시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의 또 하나의 명소는 바로 개선문이다. 왕자 레오폴드 2세와 마리아 루이자의 결혼을 기념해 건립됐다. 결혼축제 중 아버지인 황제 프란츠 1세가 사망했기 때문에, 개선문 남쪽에는 결혼식은 북쪽에는 황제의 서거를 상징하고 있다.
개선문을 다시 올라 동쪽으로 걸어가면, 티롤주가 오스트리아에 속한 지 5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루돌프샘을 만나게 된다. 호프부르크궁의 동쪽에 있는 레오폴드샘과 더불어 샘가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레오폴드샘에 있는 조각품은 알프스 북부지역에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떠나야 할 차례다. 3번 트램을 타고 암브라스역에서 하차해 암브라스 성으로 향한다. 본래 있던 것을 페르디난드 2세가 아내를 위해 개축한 이 성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단정한 정원이 인상적이다. 성 안에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초상화 화랑을 보면, 예전에 가졌던 부와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를 단지 동계올림픽을 두 번(1964년, 1976년) 개최했으며,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곳, 알프스 산맥의 도시로만 치부해왔던 생각은 큰 오산이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명소들은 각각 오랜 역사를 간직해 왔으며, 도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과연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던 다리의 아픔이 점점 전해져 온다.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인스브루크 근교에는 ‘휴가촌’이 많이 들어서 있어 여행자들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브루크의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유쾌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누군가 그랬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특별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고. 인스브루크를 특별한 휴가지로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아닐까.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따뜻하게 웃는 바로 저 사람들 말이다.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오스트리아까지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주변국가를 경유해서 간다. 대한항공에서 인천~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화, 목, 일) 운항하고 있다. 약 11시간 40분 정도가 걸리며, 빈에서 인스브루크까지는 기차로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Korean journalist, traveler and writer Cherry (Lee Yeon-Sil)
CAIRO: For almost 24 years, Korean journalist, traveler and writer Cherry (Lee Yeon-Sil) has been communicating with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