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이스=김홍덕 기자)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민둥산을 짙푸른 숲 속으로 바꾼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 때 경제 성장의 부흥기에 채용되었던 ‘새마을 운동’이 개발도상국들의 공무원과 관련 기관들에게 벤치 마킹의 대상으로 되듯이 훌륭한 산림 보전 또한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모델 케이스로 꼽힌다.
이렇게 아끼고 보호해오던 숲들이 이젠 산림복지 차원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개방됨에 따라 힐링을 추구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 혹은 동호인 단위로 이런 숲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정작 해당 기관들은 이러한 사실을 미리 공지하거나 제때에 알리고 있지 않아 그 혜택을 보는 이들이 적은 게 아쉬운 상황. 아니, 의도적으로 비적극적 홍보를 해야 숲이 잘 보호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매년 5월에 이틀간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 주관하는 광릉숲 탐방일이 좋은 예. 생물학자들과 함께 하는 Walk & Talk 시간을 통해 친환경 자원 보호에 관한 다양한 숲속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공개된다. 또한 500년 된 광릉숲이 어린이날에 무료로 개방되는 점도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정보이다.
그런가 하면 매월 5월말에는 제주도의 사려니 숲에서 열 흘간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 코스가 9일간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이 두 숲은 ‘사려니숲 에코 힐링 체험’ 기간 동안 매일 오전 선착순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한 탐방객에 한해 물찻오름 입장을 허용한다. 비자림로 입구에서 5km (도보로 대략 1시간 거리)를 걸어가면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매 시 정각에 20명 씩만 들여보내는 물찻오름은 오름의 정상부 화구에 물이 고여 있으며 둘레가 성(제주 고어로 ‘찻’)처럼 둘러쌓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성을 기공이 큰 현무암이 아닌 부엽이나 암석이 받치고 있어 연중 물이 차있지만 환경 보호의 이유로 아주 가까이로의 근접은 통제되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이 기간에는 숲해설사가 간단히 설명과 주의 사항을 전달해주는데 평소에 개방되지 않는 비밀의 숲이라서인지 이 정보를 알고 찾는 탐방객들은 안타깝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물찻오름을 둘러보는 데는 왕복 1.42km의 구간에 50여 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미 끝나버린 봄철의 숲 개방에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사전 예약으로 하루 200명만 입장을 허용하는 제주도의 거문오름도 인원 무제한의 개방일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 7월 20(토)일부터 28일(월)까지 9일간 계속되는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행사 기간 동안에는 누구나 사전 신청을 하지 않고 이 곳을 찾을 수 있다.
이 기간에는 누구나 입장료나 참가비 없이 입장할 수 있으며 100명 이하의 단체 참여도 가능하다. 트레킹에 참가하는 탐방객들을 위해 동네 인근 주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장터도 운영하는데 오전 8시부터 입장이 시작되지만 오후 2시에 폐장하므로 늦어도 오후 1시까지는 들어가야 한다.
입구와 출구에 화장실과 샘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거름오름 내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태극길, 용암길, 진물길로 이루어진 각 코스들은 3시간 정도면 종주가 가능하다. 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동굴전문가들 뿐 아니라 원시적인 자연 생태를 즐기고자 하는 힐링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장소이다. 벌레 등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긴 옷, 긴 바지를 착용해야 하며 스틱은 반입이 금지된다.
한편 조선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의 억새풀과 이를 감싸고 있는 숲 또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동쪽에 9기의 능이 있다는 의미인 동구릉 (사적 193호)에 있는 대표적인 16개의 봉분 중 가장 섬세하고 장대함을 자랑하는 이 왕릉은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가을이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특별히 개방된다.
240만㎡가 넘는 넓은 대지에 5백 년 이상 관리되어 온 울창한 숲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개방 날짜에 관한 문의는 동구릉 관리소에 하면 된다.
By Horon(Hongdeok) Kim, horon@themic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