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떠 있는 동화 속 마을 네덜란드의 베니스, 히트호른

961

(미디어원=박예슬 기자) 오렌지군단, 히딩크, 풍차의 나라, 튤립. 이미 알고 있는 네덜란드의 이미지는 싹 잊게 해 줄 네덜란드의 히트호른은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어 더욱 놀랍다. 동화책 그림에서나 볼 법한, 이엉으로 엮은 집은 앙증맞기 그지없다. 도로도 없이 집 앞을 떠다니는 나룻배가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움을 맛보게 하는 이곳은, 환상적인 물의 마을 네덜란드 히트호른이다.

‘더치페이’의 본 고장 네덜란드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시간은 장장 12시간이다. 긴 비행시간이 지루하긴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 도착한 순간 지루했던 고행의 시간이 싹 잊혀졌다. 드디어 네덜란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스키폴 공항은 유럽 내에서도 꽤 규모가 큰 공항에 속한다.

아니다 다를까 공항의 넓은 라운지와 음식점, 카페, 면세점이 눈앞에 쫙 펼쳐졌다. 특히 공항과 기차역이 바로 연결돼 있어서 네덜란드의 주요도시들과 쉽게 연결된다는 점이 여행자로써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네덜란드는 ‘낮은 나라’ 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토의 25%가 바다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더치페이’라고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이는 네덜란드를 뜻하는 ‘Dutch’에서 유래됐다. 자원이 부족하고 지리적으로도 약점이 있는 네덜란드인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득한 근면성과 실리성에서 나온 말이다.

더치페이의 본 고장이라고 해서 네덜란드 사람들이 마냥 고지식하고 딱딱하지만은 않다. 세계적으로 소문이 자자하듯이 네덜란드에서는 불법이긴 하지만 마약이 어느 정도 묵인된다. 실제로 암스테르담의 찻집에서 마리화나 해시시 같은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흠칫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거리에서 마약 판매꾼이 접근하는 일들이 허다한데, 특히 동양 관광객을 노린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차는 못 들어 옵니다!

네덜란드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노선이 정해져 있는 기차나 버스에 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가 좋다는 정보에 공항 주변에서 냉큼 차를 하나 렌트했다. 만약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가게 된다면 렌트를 하는 것이 오히려 교통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는 렌트가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손쉽게 차를 빌리고 반차 할 수 있다.

렌터카로 네덜란드의 북쪽, 오버레이설주에 위치한 히트호른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그 크기가 작은 나라기 때문에 렌트한 차로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히트호른으로 바로 가도 되지만 쯔볼르(zwolle)라는 도시를 들르기로 했다. 쯔볼르는 즈와르테 강변에 있는 도시로 주변지방의 주요 가축시장을 이룬다. 과거 중요한 요새였던 것을 대변하듯 요새의 일부였던 아치형의 통로가 유명하다. 15세기에 지어진 미카엘 교회는 고딕양식이 너무나 아름답다.

히트호른에는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랜트한 차는 쯔볼르 시내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 두고 히트호른으로 가는 70번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쯔볼르에서 환상적인 물의 마을 히트호른까지는 차로 30분가량 걸린다.

네덜란드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물의 마을 히트호른에 가는 버스에 몸은 실은 내내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날이 점점 흐려져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설령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설레는 마음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히트호른에 도착하자마자 물위에 떠있는 고요한 나룻배들이 보였다.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에 나왔던 과자집 같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풍성한 녹음과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지붕을 이엉으로 이은 작고 예쁜 집들에게서 눈을 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든 집 앞에는 작은 운하가 흐르고 있어 마치 마을의 집들이 물에 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집집마다 연결된 운하는 이 마을의 교통수단인 나룻배를 차고에서 볼 수 있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진귀한 모습을 보고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어떤 집에도 차고에 차는 없다. 왜냐하면 히트호른의 마을 입구부터는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이동수단은 오로지 나룻배와 자전거뿐이다. 이 때문에 쯔볼르 시내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온 것이다.

이 마을은 현대 문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버렸다. 그 한가지만으로 히트호른은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마을로 바뀌었다. 원래 운하는 19C에 토탄수송을 위한 방편으로 만들게 됐는데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의 이동로로 대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여름에는 수로가 흘러 배를 이용하지만 겨울에는 수로가 얼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거나 그 위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그 집에 정말 사람이 사나요?

걸어 다니면서 마을을 구경해도 되지만 배를 타고 마을을 스치는 경험은 히트호른에서 꼭 해봐야 할 ‘베스트3’ 항목에 들어간다. 1인당 6유로를 내면 유람선에 탑승할 수 있다. 2인승 보트도 있으며, 네덜란드의 베니스답게 곤돌라도 보였다.

유람선 안에서 준비해온 먹을거리를 부스럭거리면서 먹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낯선 곳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시켰다. 유람선이 출발하고, 처음에는 걷는 것 보다 느린 유람선의 속도에 조금 답답함을 느꼈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니 그런 기분은 말끔히 사라졌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이야기할 때 ‘한 폭의 수채화 같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곳에서 그 표현이 왜 관용적 표현이 됐는지 이해하게 됐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곳에 나무가 있고 물이 있고 구름이 있고 집이 있다.

앙증맞은 집들은 주인의 취향대로 각자 개성 있게 꾸며져 있다. 집 앞의 나무와 꽃도 똑같은 것이 없다. 특히 집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둔 벤치들은 아련한 감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곳에 살면서 그 작은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어떤 집 앞에는 옛날 만화에서나 봤던 철제 우유통도 보였다.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려 놓은 듯 뚜껑까지 빼서 가지런하게 세워둔 모습이 정겹다. 잔잔한 운하에 사진처럼 비치는 마을의 모습을 유람선이 지나가며 흐리는 것 마저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온다. 배로 아기자기한 운하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바다 같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다시 한 번 ‘아!’하는 탄성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이 호수 위에는 아주 멋진 집이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펜션이다. 동화 속 마을에서 호수 위의 하룻밤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유람선 관광은 대략 1시간 정도면 끝이 난다. 그렇다면 이제는 마을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야 될 차례다. 유람선을 탈 때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걸어 다닐 때 오는 감동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우선은 이곳을 평생 간직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것에서 그 기쁨이 있다. 아무데서나 찍어도 작품이 된다.

마을의 골목길 수로에는 집으로 들어가는 아치형 다리가 곳곳에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자그마한 굴뚝이 있는 집으로 연결된다. 너무 동화 같아서 실제로 그 집안에 사람들이 사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걸어 다니다가 우연찮게 들어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발견한 키즈콘은 이 마을과 너무나 어울린다.

아이들을 위한 사이즈와 모양으로 나온 키즈콘은 어른들도 탐낼 만큼 귀여운 모습이다. 베어 먹기가 어찌나 아까운지! 걸어 다니다 보면 유람선을 타면서는 보지 못했던 위한 작은 카페와 민박집도 발견 할 수 있다. 마을의 전체 길이는 7Km정도 되지만, 꿈결 같은 여행 탓인지 걷는 내내 다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만약 이 아름다운 곳에서 머물 계획이라면 민박집이나 펜션도 좋지만 호수 주변에 있는 캠핑장을 이용해도 된다. 이곳에는 캠핑카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 원하는 곳에서 머물 수 있다. 이 완벽한 네덜란드의 히트호른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와 현실을 살아가더라도 꽤 오랫동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열쇠가 될 것이다.

Photo provided by Netherlands Board of Tourism and Conven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