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이 동진기자)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원화가치는 한 달 사이 5.0% 하락했다. 지난 6월말 1154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214원 수준으로 60원 가량 급등한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양국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원화 가치가 한달 사이에 5% 이상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치 하락 폭은 경제 규모가 큰 신흥 시장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중 3번째로 컸다.
이 중 한국 원화보다 가치 하락폭이 컸던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6.6%)와 남아공 랜드화(-6.3%) 정도였다. 경제위기 상태인 나라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원화 절하폭이 가장 컸던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고, 한일 양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최후 방어선인 원·달러 환율 1250원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신흥국 통화 절하폭은 커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포치(破七)’,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글로벌 환율불안을 확대시키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 기축통화는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 가치가 유독 많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수출 규제 등이 추가 악재로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배제가 발표된 2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달러 당 1200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외환시장에서는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높은 대(對) 중국 수출 비중 등 높은 중국 경제의존도 때문에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에 동조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 ‘포치 저항선’을 넘어선 중국이 적극적인 위안화 평가절하(환율 상승)로 맞서고 있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일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0.0043위안(0.06%) 오른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중 2016년 2월 이후 전고점(장중 1245.3원)을 넘어 125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20원 급등했던 지난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4대 금융·경제부처 수장들이 직접 강도높은 시장 안정용 개입 의사를 밝혔지만, 원·달러 환율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NDF(차액결제선물환) 원·달러 환율은 1213.5원으로 같은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가(1210.5원)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추이에 따른 글로벌 환율 불안이 부각될 경우 상승폭이 급격히 커지는 ‘발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최후 방어선으로 인식하는 달러 당 1250원이 지켜질 지도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쌓이고 있고, 국내 경제지표들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에 원화 환율이 하락 안정될 계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달러 당 1250원 돌파는 경제주체들이 사실상 경제위기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