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김영주 의원,”성락원 명승지정, 전수조사 다시해야”

23일 '성락원 명승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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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이동진 기자) ‘한국 3대 정원’의 하나로 조선의 비밀정원이자, 명승 제35호로 지정된 서울 ‘성락원’은 조성자로 알려진 조선 철종(재위 1849~1863)때 이조판서 심상응’이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부실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서울시 성북구 소재 성락원은 또한 고종(재위 1863∼1907)의 최측근이던 호종 내관 황윤명(1848∼?)의 별서였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영주

이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은 2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명승 제35호 성락원(城樂園)의 문화재 지정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과 함께 성락원의 가치를 재평가 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관.학계 등에서 6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문화재청은 지난 1992년 성락원을 사적 제378호로 지정했으며, 관련 법률이 개정된 이후 2008년 명승으로 재지정한 바 있으나 최근 들어 전문가들은 성락원의 명승 지정 근거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영주 의원은 지난 6월 20일 국가기록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1992년 문화재 지정 당시 조사보고서에 문화재로써의 가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고, “’성락원’에 조선시대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이 기거했다”는 주장 역시 당시 ‘성락원’ 소유자 측이 자필로 쓴 내용 이외에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가 좌장을 맡아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박사가 발제를 맡았고, 박철상 한국문헌문화연구소장, 박한규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 정기호 전 문화재위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이기환 경향신문 선임기자, 이영이 상명대 박사가 토론에 나섰다.

사진: 안대희교수

성락원 명칭·소유자의 주장 백지에서 검토해야, 서울과 그 주변 정원유적 절대적 부족

토론회 좌장 안대회 교수는 명승 제35호로 지정된 성락원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성락원의 역사적 가치를 두고 이견과 논란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제기된 주요 문제점과 새로 나온 사료를 근거로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먼저 소상히 밝혔다.

안 교수는성락원을 사적으로 지정하고 명승으로 전환할 당시에 문헌고증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지만, 성락원에 대한 전문적 연구가 부족한 현실과 서울과 그 주변의 정원 유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고려해 이 문제를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유주의 주장과 발언은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유주의 주장에 따라 황지사 내지 이조판서 심상응을 조영한 것, 일제강점기에 이강공 별저로 사용된 것, 성락원이라 이름한 것 등의 사실을 암묵적으로 사용하고 인정해 온 점이 있는데 그러한 것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이강공 별저였다는 사실 등 일부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도, 소유자 측의 발언은 전문가들에 의해 백지상태에에서 충분한 연구를 거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또, 성락원의 본채와 송석정 등 건물의 원형이 변형되거나 개조되어 있고, 바위글씨가 추사와의 역사적 연계성 등이 확인되지 않아 지방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하고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건물은 후대에 설치됐으나, 자연 상태의 원형은 상당한 정도로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여기에 영벽지를 비롯한 각자는 대부분 18세기 이후 근대까지 거의 200년에 걸친 자연스러운 정원 조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추사와의 관련성도 충분히 입증된다고 할 수 있고, 최근에 발견된 문헌 등의 자료와 전문가들의 고증에 의하여 각석과 식재(植栽) 등에서 이곳의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된다고 본다는 입장도 아울러 밝혔다.

안 교수는 성락원(城樂園)이란 명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락원이란 명칭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기이한 작명이므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정원의 작명법과는 무관하고, 한국어도 아니고 한문도 아닌 이상한 말이란 주장이다. 후대에 나온 이강공 별저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대안으로 황윤명의 문집에 이 정원을 지칭하는 쌍괴당(雙槐堂), 쌍괴누옥(雙槐陋屋), 쌍괴실(雙槐室), 삼가루(三可婁)를 비롯한 여러 가지 명칭이 있으므로 그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제안하며,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적합한 명칭으로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성락원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논란은 조성시기와 조성주체의 불분명함에서 극대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황윤명이 경영한 정원으로 구체적 시기와 조성내용이 확인돼 많은 부분에서 가치 인정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기록(김규복의 발문) 등을 통해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 △특수계층인 내관이 경영한 정원이라는 점 △18세기 중반 이후 서울 외곽의 가장 중요한 유람처인 북저동(北渚洞)의 핵심 장소 △다양한 각자(刻字)가 새겨진 장소의 가치와 역사성 등 여러 측면에서 꼭 보존해야 하는 정원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상명대 이영이 박사

상명대 이영이 박사, 문화재청이 역사적 사실 확인 안된 2006년 연구용역 논문 그대로 재탕

이어진 토론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이원호 연구사는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던 것을 의친왕 이강이 별궁으로 사용한 곳으로 별서정원 중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조선시대 민가정원으로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라며,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조성된 별서정원으로 정자, 연못, 계류, 석정, 석상, 괴석 등 다양한 전통양식의 정원 요소들이 주변 자연숲과 잘 조화되어 경관이 뛰어난 명승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본채는 원형이 거의 변형 및 개조되어 있으며 송석정도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방식이 결여됐다고 말하고, 바위글씨와 추사와의 역사적 연계성 등이 확인되지 않아 지방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미흡하다고도 전했다.

또한 이 연구사는 각자(刻字)가 있는 영벽지(影碧池) 주변은 문화재로서 보존가치가 있으나, 기타 일부건물 신축, 조잡한 조경 등 다른 부분은 가치를 상실했고, 성락원을 조성한 황 지사, 이를 소유한 심상응에 대한 인물 부존재 논란 및 성락원의 명칭은 조선시대 문헌기록에 나타나지 않으며, 1961년 현대식 종합공원 시범에 따른 관광지역 조성 추진 과정에서 명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92년 지정당시 소유자가 명명한 명칭으로 문화재가 지정됐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어 토론에 나선 상명대 이영이 박사는 2014년 상명대와 문화재청의 문제를 내부고발하고, 쫓겨나온 뒤로 5년이라는 시간동안 싸워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락원의 명승지정 연구를 한 당시 책임연구원인 상명대 이재근 교수의 제자이며, 청렴사회민관협의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렴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성락원 명승지정’ 관련 연구에는 참여한 바 없지만, 대학원에 입학해서 연구실에서 명승지정 등 문화재청 관련 연구에는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명대 교수가 2006년 작성한 성락원에 대한 문화재청 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성락원은 조선 순조 때 황지사의 별장으로 조성된 것이나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이라고 돼 있다”고 전하면서, ‘성락원이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다’는 내용은 1992년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당시 성락원을 사적으로 지정한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박사는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문화재청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재탕한 것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고, 문화재청은 성락원을 명승으로서 지정하고자 했던 그 학술용역에서 연구내용의 사실확인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위원회가 열려 명승으로 지정될 당시에도 문화재위원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 검증,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이번 성락원 문제 지적에서 알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왜 문화재 지정에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지, 왜 그당시에는 이렇게 조사를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여러 기사 내용을 예로 들면서,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문화재 지정 과정의 폐쇄성을 손꼽는다고 전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문화재 지정을 검증이 안된 몇몇 이들에게 맡기다 보니, 명승분야의 연구는 성락원의 책임연구원이었던 상명대 이 모 교수와 김 모 문화재 위원이 도맡아 해왔다”고 언급했다.

이 박사는 2014년에 문화재청에서 발주한 명승 관련, 학술용역의 연구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당시 문화재청은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이 모 교수는 조사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명계좌 금융실명법 위반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의 답변서를 다른 의원실을 통해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당시 문화재청은 상명대의 이 모 교수 학술용역 연구비 횡령 뿐 아니라, 연구강탈 저작권,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 학술용역과 보수 복원공사 이권개입, 공무원 장학금 유착 의혹 등에 제기된 문제로 문화재청장, 차장 등과의 면담이 진행됐음에도 상명대 이 모 교수에 대한 사실확인 및 조사도 없이 덮어버렸던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재위원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용역을 나눠주고, 용역을 나눠준 공무원들은 용역을 맡은 이가 재직한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고, 문화재위원이자 교수는 해외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실정이라며, 학위를 취득한 공무원들은 해당학교로 가서 겸임교수를 하고,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은 공무원으로 채용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문화재청은 단 한마디 사과, 반성, 미안함도 없이 문화재 지정가치를 다시 입증하겠다며 국민의 세금을 들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문화재청은 2014년에도 상명대와 이 모 교수, 그 외의 관련 문제들이 제기됐을 때도 그 사건에 대해 이 모 교수에 대한 조사도 없이 마무리짓더니, 지금 성락원 문제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1992년 박사학위 논문, 2006년 성락원 관련 연구용역에 책임연구원이었던 이 모 교수에게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규명을 하지도 않고, 또, 2005년 성락원 복원계획 용역을 수행한 기관은 모 건축으로, 이 모 박사(이 모 교수의 제자) 등 이처럼 문제가 된 교수, 제자, 공무원이 진행했고, 지금도 해오고 있기에 그러는 것인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성락원의 명승지정 문제는,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자원을 발굴하고, 지정을 위한 가치를 검증하는 학술용역에 있어서 문화재청의 구조적 모순이 있어왔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문화재청은 허위의 사실로 명승으로 지정된 문제를 찾고, 그 원인을 규명하며, 재발방지에도 노력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진상규명, 잘못한 자들에 대한 책임, 처벌 등은 하려하지 않고 문제는 덮어버리고자 또 다시 국고를 들여 이렇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하겔 비판했다.

그는 이번 성락원 명승지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 및 규명하여 명승 지정, 더 나아가 문화재 지정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며 구조적인 문제 또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정재숙 문화재청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앞서 인사말을 통해 “(성락원의 명승지정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두고 석연치 않은 과정에서 일어난 사태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앞서 27년전 문화재로 지정돼 2008년 명승으로 재분류돼 관리돼 오고 있다”며 성락원이 공개된 이래 역사적 오류가 많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관련 전문가와 학계의 재평가가 요청되며, 문화재청의 문화재적 가치 또한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사료적으로 충분한 역사적 검토없이 지정된데다 고증이 미흡했다”며 “한때 역사적인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음에도 간과했다”고 자성하고, “성락원이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한지, 원점에서 재검증하되, 조성연대와 정원구성 요소, 재발견, 명승지였는지를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명승의 출발점으로 부터 재검토는 물론 인물과 관련 현 21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5월 30일자 ‘명승 제35호 성락원 역사적 사실 고증 등 연구 추진’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성락원(城樂園)은 조선 시대의 민가정원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고유문화가 잘 보존된 가치가 있어 1992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378호로 지정된 후, 2008년 그 성격에 더욱 적합한 명승 제35호로 재분류하였다며, 자연적·인문적 문화요소가 잘 남아있고, 주변 숲과 함께하는 경관가치 또한 높으며, 특히, 추사 김정희의 각자(刻字)와 영벽지 등 전통정원의 경관요소 등이 잘 남아있어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그러나, 성북구청과 함께 최근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명승 제35호 성락원의 역사적 사실과 문화재 가치 여부 등에 대한 연구 등을 포함한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작년 4월부터 오는 6월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제기되는 ‘조선 시대 철종 때 심상응’의 존재 여부와 ‘조선 시대가 아닌 정자와 연못’ 등에 대하여 이번 연구에서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며, 그 결과를 관계 전문가와 문화재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