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김홍덕 기자) MICE 열풍이 관광, 여행 을 비롯해 모든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의 꽃’이라 불리우는 모든 1, 2, 3차 산업군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전시회와 컨퍼런스까지를 기획/주최/대행사의 입장에서 보고 모두 MICE의 범주에 넣어버리는 오버랩 현상까지 가세함에 따라 MICE의 ‘E’가 ‘Exhibition’을 넘어 이제는 ‘Events’까지 아우른 형국이다.
그렇다면 각 산업군의 B2B뿐 아니라 B2C 포맷에서 조명되는 MICE들이 수출로 대변되기도 하는 한국 경제 견인의 산업군에 작용할 때 우리의 MICE 특징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그 산업군의 외국 플레이어들이 바라보는 우리 MICE의 독특성은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그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일까?
몇 가지 사례를 간단히 들어보자면 우선 환락과 컨벤션이 함께 어울어져 자본주의의 엑기스들의 종합편이라고 할 라스베가스의 예를 들어보자.
값싼 호텔 숙박료, 넓다란 MICE 공간, 다양한 쇼들로 대표되지만 정작 MICE의 VIP 주인공들을 위한 ‘배려 프로그램’의 백미는 아무래도 리무진일 것이다. 중형 버스만한 크기의 승용차 리무진과 소형 버스만한 크기의 SUV 형 리무진으로 모시는 야간 파티와 리셉션에서의 특별 서비스가 MICE 관련 참가자들뿐 아니라 기획자들의 위시 리스트 1위에 오름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홍콩과 싱가폴 등 중화권에서의 MICE 매력 요소는? 아마도 밤새 문을 열어놓은 먹거리 집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쾌한 대화를 유도하는 분위기와 메뉴, 영어 써비스. 고급스럽진 않아도 편하게 털어놓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비공식’적이지만 정말 중요한 다이얼로그의 장이 바로 이런 밤문화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과연 우리의 어떤 것들을 MICE 참가자들에게 비공식 프로그램 혹은 캐쥬얼 포맷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언급되었던 것들이 이러한 야시장과 24시간 오픈되는 식당이긴 하다. 그러나 언어 소통의 문제 및 손님을 맞이하는 표정과 제스쳐가 ‘서구권 방문객’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것 또한 사실이다.
요즘 십 년 이상 글로벌 경제와 기술의 화두가 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예를 들자. 바르셀로나에서는 매해 2월에 ‘모바일 올림픽’이라고 불리우는 Mobile World Congress라는 행사가 열린다. 휴대폰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 구매, 채용하는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다 모이는 이 행사를 위해 일부 항공사들은 기내 잡지에 휴대폰 관련 회사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
이 행사가 프랑스 칸느에서 개최되었던 2000년대 초에는 VIP들을 위한 고급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마케팅의 기본 일정에 반드시 요트 투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 해의 호텔 예약이 이미 올해의 행사 기간에도 불가능할 정도로 객실 부족과 오버 부킹으로 인해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자 인근의 니스 호텔들이 덩달아 이익을 보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결국 제대로 해결을 못해 주최측이 바르셀로나로 개최지를 옮긴 것이다.
그러나 새로이 개최지 장소를 옮긴 바로셀로나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성, 인프라가 전시회/콩그레스의 발표자, 참가자, 방문객 모두를 만족시켰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데에서 해마다 일어나고 있어 주최자뿐 아니라 모든 관련사들이 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노상에서건, 대중 교통수단에서던 혹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건 어디서나 하루 수 백 건씩 일어나고 있는 날치기이다. 심지어 기자들이 ‘취재증’을 발급받으려고 서있는 줄에서도 노트북이나 휴대폰, 가방 도난 사태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르셀로나 MICE의 어두운 면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감안할 때 우리의 MICE에선 과연 무엇이 공통된 특징일까? 훌륭한 하드웨어 인프라와 빠른 인터넷 환경, 멋들어진 서비스에 이젠 K 팝의 친숙함까지 갖추어진 대한민국의 MICE!
이 분야의 참가자뿐 아니라 기자들에게까지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대답은 다름아닌 굽신거림이다. 우리에겐 존경과 감사, 환대의 의미로 손님에게 하는 머리 숙이고 인사하기. 이런 문화를 미리 알고 오는 서양의 MICE 참가자들도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공손하기만 할 뿐 두 마디 이후의 대화가 영어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이들이 답답해하는 우리 MICE 문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