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갠지즈, 새 생명 탄생의 환희로 가득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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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이정찬 기자) 짙은 어둠이 옅어진다. 긴 밤을 흙빛으로 지새우던 강물 위에 연한 붉은 빛이더해지기 시작한다.

너른 강물 저편으로 새로운 날을 밝히는 황금빛 기운이 솟아오른다.

수천리 길을 달려온 순례자와 여행객들로 가득한 강가에는 만트라 독경소리만 나직하게 흘러나올 뿐 경건함으로 가득하다.

갠지즈 강은 인도인의 생명의 근원이다.

중부 히말라야 강고트리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힌두스탄 평야와 벵골평야를 관류하고 벵골만으로 흘러드는 갠지즈 강은 길이 2460킬로미터 유역면적 173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갠지즈 강이 만들어 낸 인도 북부의 최대 곡창지역인 힌두스탄 평야는 인도 역사와 힌두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강 유역은 9000만 인구의 삶의 터전이며 4억5천만명의 인도인이 갠지즈 강물에 의존하고 있다.갠지즈 강의 해돋이를 시바신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만나는 것은 특별하다.

바라나시는 매년 100만 이상의 관광객과 순례자가 찾는 곳이다.

갠지즈 유역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알려진 바라나시는 베나레스 혹은 바나라스라고도불린다. 바라나시라는 이름은 도시의 두 강인 바루나와 아시의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 했다.

도시 인구는 120만이지만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중요한 성지로써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빛의 도시라는 뜻의 카시로도 불렸던 바라나시는 기원전 6세기 무렵 카시왕국의 수도로 번성했으며 이후 코살라왕국, 마가다왕국에 지배되었다. 11세기경부터 시작된 이슬람의 침략과 약탈로 무굴제국 아우랑제브 황제 때 도시와 힌두교 사원 대부분이 파괴되었다.‘황금사원’이라고 부르는 ‘비슈와나트 사원’은 이슬람의 약탈로 파괴된 대표적인 사원이다.

갠지즈 강을 만나기 위해 찾아 온 바라나시에는 마침 시바 신의 축제 ‘솜마티 아마바시아’를 맞아 수 백 킬로의 순례길을 맨발로 걸어 온 수 십 만 명의 힌두신자들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그들은 순례자를 위해 만들어진 계단식 목욕장인 가트에서 혹은 얕은 강가에서 갠지즈 강물에 몸을 담는다. 속죄의 의식이다. 이생에서 쌓은 모든 업을 씻어내는 것이다.

거친 순례길을 걷고 신성한 갠지즈 강물에서 죄 사함을 받은 이들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하다.

강 한 켠 낡은 건물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바라나시에서는 생명의 근원인 갠지즈를 만나고 생을 마감하는 이는 길한 죽음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바라나시에서 이승을 떠나면 모크샤,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하여 강 이 곳 저곳에서 화장을 하고 그 재를 갠지즈강물에 흘려보낸다.

갠지즈 강물은 그렇게 생명의 근원이고 삶의 터전이며 생을 마감하는 곳이다.

강물은 혼탁하고 도시는 복잡하지만 극도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숨겨진 묘한 매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 그곳이 바라나시의 갠지즈 강이다.

글 사진: 이정찬 기자/바라나시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