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김인철 기자) 국내 여행산업을 선도하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11월 해외여행 상품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각각 38%, 29.5% 하락했다. 하나투어는 12월과 내년 1월의 수요도 기대 이하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행업의 침체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주 사업 대상인 패키지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해 오던 내국인 출국자 수가 지난 8월 이례적으로 3.7% 줄었으며 감소세는 9월(-7.9%)과 10월(-8.3%)그 폭을 늘리며 계속됐다.출국자의 감소율 및 여행불경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행경기의 침체 현상이 하반기에 더욱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화된 경기침체 및 일본,홍콩 등의 여행악재와 불안한 환율 등으로 인한 여행 불경기는 올해 첫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법과 2020년 총선의 영향으로 하반기 더욱 심화됐다.
2019년 1년 내내 국내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경제성장률은 2018년 1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으며 지난 10월 국내외 여러 기관이 추정한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비 심리지수는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1966년 1월부터 기록해 온 물가 상승률은 2019년 9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다.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기업 3곳 중 1곳,중견기업 4곳 중 1곳,중소기업 5곳 중 1곳,영세기업 6곳 중 1곳이 직원을 줄였다.
‘가계 최종 소비 지출’에 관련한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경기침체 시 먼저 소비를 줄이는 항목은 해외여행,교통,의류 및 신발,오락문화 등 쓰지 않아도 딱히 생활에 지장이 없는 재량재 위주다.실제로 대한민국 역사상 2분기 연속으로 가계 최종 소비 지출이 감소한 3번의 시기, IMF(1997년)·신용카드 대란(2002년)·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중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장 크게 줄인 소비 항목이 해외여행이었다.
올부터 적용되는 개정 종합부동산세법도 가계의 여행심리 위축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정부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 85%에서 올해 90%로 상향조정되면서 납세를 고지 받은 납세의무자가 지난해보다 약 27.7%가 증가했다.약 12만9000명이 올해 세금에 대한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만들 때 사용하는 비율로주택의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 이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상승은 재산세율에도 영향을 준다.상위 1%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보다 재산세 증가 폭에 예민한 수는 훨씬 크다.당장의 소득이 줄거나 없어도 피할 수 없는 세금에 대한 부담이 여행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내년 4월에 진행되는 21대 총선으로 공무원 해외연수 및 정부 산하,유관기관의 해외 교육 및 시찰 등이 전면 중단 혹은 보류되면서 마이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17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원화 약세 및 일본 침체 장기화도 간과할 수 없다.원화 약세는 여행객의 여행심리 위축뿐만 아니라 여행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올 초 비교적 안정적으로 출발한 미국 달러,일본 엔,중국 위안의 환율은 8월 정점을 찍고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11월 이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한편 중국과 베트남,대만 등에서 일본 대체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여행업계의 노력은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듯, 일본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가까운 거리,익숙한 환경과 음식,독특한 색깔을 가진 소도시 등 일본만의 매력에 심취한 대다수 일본 마니아들은 현재의 분위기때문에 일본 여행을 미루고 있는 것일뿐 대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의도가 전혀없어 타 지역으로의 유도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설혹 유도가 되더라도 기존 일본 시장의 수요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관계자는 타 지역을 선택하기보다 때를 기다리겠다는 수요가 훨씬 많으며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골프 시장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